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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돌] 조금 불편할 용기

“뭘 그렇게까지 해? 너처럼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 처음 본다.” 플라스틱 용기에 붙은 비닐을 낑낑대며 떼는 내게 친구가 말했다.

“이런 건 다 떼야 재활용이 된다니까.” 멋쩍게 웃으면서 말했다. “불편하지만 이렇게 해야 해.”

필자도 처음부터 이렇게 까다롭게 굴었던 건 아니다. 작년 초 코로나가 터진 후, 집안에만 콕 박혀 현대 배달 문명을 마음껏 누렸다.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휴대전화만 누르면 된다는, 나가지 않고도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편리함에 중독됐다. 안 나가도 되고 설거지할 필요까지 없으니 일석이조였다. 쌓여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보고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지만... ‘요즘 다들 이렇게 시키니까. 괜찮을 거야. 적당히 씻어서 버리면 되지 뭐. 플라스틱도 재활용품이잖아’

하지만 그렇게 버린 쓰레기가 내 손을 떠난 후 어떻게 되는지 몰랐다. 아니 사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크게 관심이 없었다. 어느 날 한 영상을 보기 전까진. 해당 영상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처리되는 과정을 생생히 담았다. 선별장에는 플라스틱이 무수한 산을 이루고 있었다. 음식물이 묻은 용기 등 재활용이 불가한 쓰레기도 많을뿐더러, 너무 많고 돈이 되지 않아 재활용업체가 다 가져가지도 못한다고 했다. 또, 플라스틱 중 일정 비율은 소각해 연료를 만드는 방식으로 재활용한다고 했다. 쓰레기를 잘 버리는 건 물론이고 최대한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걸 실감했다.

‘나 하나 행동한다고 달라질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뿐,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버린 이상 모르던 때로 돌아갈 순 없었다. 우선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기로 했다. 바로 식당에 반찬통을 가져가서 음식을 포장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선뜻 용기를 내기 어려웠다.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라 거절당할까 두려웠다. ‘혹시 귀찮아하시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반찬통을 내밀었을 때 가게 사장님들은 흔쾌히 동참해 주셨다. 반찬통 여러 개에 단골집의 파스타와 사이드메뉴까지 담아 집에 오는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작은 용기를 냈을 뿐인데, 쓰레기 없이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개인의 움직임만으로 일회용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맞다. 기업과 사회가 함께 변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는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용기를 낸 사람들은 개인의 실천에서 그치지 않았다. 대형마트 앞에서 과대포장을 규탄하며 퍼포먼스를 하거나, 재활용되지 않는 제품을 모아 기업에 보내는 일명 ‘어택’을 통해 변화를 촉구했다. 변하는 소비자 인식에 따라 환경을 해치지 않는 ESG 경영이 트렌드가 되기 시작했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리필스테이션’이 생겨났다. 유통사들은 하나둘 친환경 포장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처럼 사람들의 용기는 ‘조금 불편해도 괜찮은’ 사회를 만들고 있다.

필자는 이제 편리함을 포기할 용기가 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도 용기를 낼 수 있길 바란다. 다회용기 사용, 바른 분리배출… 작은 행동이라도 좋다. 분명히 의미가 있을 테니. 조금 더 불편하고 번거로워도 괜찮다고, 그리고 그래야 한다고 끊임없이 외쳤으면 한다. 지금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한번 용기를 내 보는 건 어떨까? 조금 불편할 용기를 말이다.

이정민(경영∙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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