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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나로 인해 무너진 일상
신지수 기자

21학년도 수능을 마치고 가장 먼저든 느낌은 해방감이었다. 더 이상 대학에 연연하며 하루하루 조바심을 낼 필요도,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며 머리를 쥐어뜯을 일도 사라졌다. 그리고 꽉 막힌 곳에서 답답한 공기를 마시지 않아도 된다. 그저 앞으로의 대학 생활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이 불가능해지면서 기대하던 대학 생활을 하긴 어려웠다. 그래도 대학에서 배우는 전공 지식과 교양 과목을 통해 지식인이 되리라 결심했다. 또한 ‘공부에 구속되지 않고 여유롭게 여가생활을 즐기며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겠지’라는 가장 큰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지식인은커녕 시간만 나면 핸드폰을 붙잡고 비생산적인 시간을 보냈다. 지난 학기엔 시험 기간에조차도 공부하지 않았다. 그 결과 초∙중∙고를 통틀어 단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는 최하점을 받았다. 성적을 확인하고 난 직후, 충격에 휩싸여 스스로를 질타했다.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계획을 세워 좋은 성적을 받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취미를 찾아 여가를 즐기겠다는 이상 역시 완전히 무너졌다. 코로나19 핑계를 대고 밖에 나가지 못해 문화를 즐길 수 없다며 합리화했다. 집에 있을 때는 학창 시절 고된 공부로 지친 몸을 위한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미 졸업한 지 몇 달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게다가 목표도 사라졌다. ‘대학 입학’이라는 원대한 꿈을 이루고 나니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전공에 대한 흥미는 잃어갔고 처음 접하는 교양과목은 어렵기만 했다. 더구나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수업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학업에 소홀해지고 의미 없이 시간만 허비했다.

대학 입학 전 꿈꾸던 로망은 물거품이 됐다. 외부의 요인도 아닌 스스로에 의해 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여태까지 똑같은 일상을 이어오던 중 이번 신문에 실을 본교 ‘수시모집’ 기사에 대해 취재하게 됐다. 기사를 작성하다 문득 입시 시절이 생각나 다짜고짜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를 찾아 읽었다. 뭉클하리만큼 열심히 생활했고 인하대에 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왜 대학에 입학하려 애썼는지 깨닫게 돼 잊고 있었던 궁극적인 목표를 찾아냈다. 이후 하루하루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직접 경험해본 ‘자의에 의해 무너지는 생활’은 생각보다 끔찍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당장 해결책이 등장해도 의지가 없어 극복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지’만 있으면 단번에 해결될 것이다. 당장 움직여서 뭐라도 해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의미 없는 행동일지라도 말이다.

또한 스스로가 원했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다면 무너진 일상은 빠르게 회복될 거다. 하지만 그것을 찾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렇지만 그동안 이뤄내고자 했던 목표와 꿈이 무엇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하면 단숨에 발견할 수 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무너진 일상 속에서 하루하루를 허비하는 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신지수 기자  jagun0331@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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