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햇살이 얼굴에 따갑게 느껴질 때면 종강할 때가 된다. 어느 학기에나 시작할 때에는 이번엔 이렇게 해야지 하는 각오를 갖지만 종강할 때에는 어느새 마음만 앞섰구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이렇게 두 학기가 지나면 일년이 된다. 일년을 두 번으로 나누어 살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매번 마음을 다잡아 다시 시작하는 기회를 일년에 두 번이나 갖게 되니 선생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다른 이들은 일년에 한번만 후회해도 되는데 갑절이나 많이 후회를 해야 하니 무거운 부담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되돌아보는 시간을 두 번씩 갖게 되고 새로운 마음을 갖는 기회를 곱절이나 얻으니 행복이라고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것을 동물의 세계에서 발견하곤 한다. 원숭이 사회를 연구한 사람들의 보고에 따르면, 기득권층과 쫓겨난 자들의 모임이 별개로 구성되고 그들의 계급형성의 규칙도 서로 다르다고 한다. 기득권층에 속하는 무리에서는 나름대로 풍족한 삶이 형성되고 쫓겨난 자들 무리는 기득권층 무리의 주변부에서 부족한 삶을 꾸리고 있다고 한다. 기득권층의 계급 형성은 힘의 다툼이고 따라서 술수와 협잡이 바탕이 된다고 한다. 쫓겨난 자들의 무리에서도 계급이 형성되는데 터무니없는 경쟁의 결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나오는 장면인, 철로에서 기차가 달려올 때 가장 늦게 피하는 자가 왕초가 되는 것 같은 경쟁이다. 실제로 이런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본 적이 있다. 코끼리사회를 연구한 사람들의 보고에 따르면 그들도 자식을 무려 19년이나 키우며 일정한 무리생활을 하며 그들 사이에 연민이나 사랑의 감정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가족이나 가까운 이가 죽으면 그 시신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몇 바퀴나 그 주변을 돌다가 코로 그 몸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주위의 나뭇잎과 풀들로 그 시신을 덮어주고 흙을 긁어서 시신 위에 뿌려준다고 한다.
　그렇지만 동물들이 어떤 시간의 흐름을 나누어서 일정한 처음과 끝을 갖는 것은 보기 어렵다. 물론 자연의 흐름에 따라 행동의 양태가 일정하게 달라진다거나 시간의 흐름에 좇아 회귀한다거나 하는 것은 있지만 그 시간의 흐름을 자기들이 재단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같은 지구라는 공간에 살고 있어도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시간이라는 개념을 자기들의 인식에 맞추어 잘라서 활용하는 지혜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을 셋으로 나눈다면 ‘지나간 것’과 ‘지금’과 ‘다가올 것’으로 나누어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이라는 시간은 언제나 인식상의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는 시간은 그 인식하는 즉시 ‘지나간 것’이 되고 ‘다가올 것’이 그 자리를 대체해 버리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라는 시간은 항상 가득 채워진 개념이기도 하고 항상 비워져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바로 그 순간을 나누어 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이렇게 순간에 지나지 않는 것들로 채워진 것이 바로 ‘지나간 것’이고 그 시간의 충실도에 따라 ‘다가올 것’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바로 그 ‘지나간 것’을 돌이켜 보는 것 또한 매우 의미 있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런 기회를 남보다 많이 갖는다는 것은 아마도 행복의 가짓수가 하나 더 많다는 것으로 생각해도 별 탈이 없을 것 같다.
　

임성권 교수 (법학)  webmaster@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