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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함께 해요, 달리면서 쓰레기 ‘줍깅’
후문 골목 꽁초 쓰레기통
페트병이 뒹구는 대운동장
줍깅을 하고 있는 기자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외부에서 서로 모여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이 제한되면서 자연스레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에 따라 생활쓰레기와 배달음식으로 인한 일회용품 등 쓰레기가 증가했고, 사람들은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계속되는 실내 생활로 건강한 몸을 위한 운동의 중요성 역시 대두되고 있다.

여기 환경문제 해결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줍깅’이다. 줍깅은 스웨덴에서 유래된 플로깅(plogging)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으로 ‘쓰담달리기’라 부르기도 한다. 플로깅은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과 영어 단어 ‘jogging’의 합성어로 조깅을 하며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말한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앉았다가 일어나는 동작이 스쿼트 운동과 비슷하고, 쓰레기가 담긴 봉투를 들고 뛰기에 일반적인 조깅보다 칼로리 소모가 많다. 무엇보다 운동과 동시에 환경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금은 줍깅시대

취재를 가던 어느 날, 1분도 채 남지 않은 버스를 타기 위해 힘껏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숨은 턱 끝까지 차올랐다. 더 이상은 무리였다. 이때 눈앞을 지나가는 버스. 영락없는 운동 부족이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한 영상을 봤다. 연예인들이 모래사장을 달리며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바로 이거다!’ 저질 체력이 돼 버린 내 몸과 학교와 그 주변 쓰레기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방법. 내친김에 날을 잡고 학교와 학교 근처에서 직접 줍깅을 해보기로 했다.

창밖을 보니 날이 서서히 밝았다. 들려오는 닭의 울음소리, 자취 생활 1년 동안 처음 듣는 소리다. 시계는 6시를 가리켰다. 20L 쓰레기봉투와 장갑을 사러 편의점으로 향했다. 양손에 장갑을 단단히 끼고, 봉투를 들었다. ‘자 이제 시작이다.’

 

꽁초 지옥’의 시작

봉투가 생각보다 컸다. 다 채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제일 먼저 눈앞에 보인 담배꽁초. 건물 앞에서 흡연한 뒤 꽁초를 땅에 버리는 광경은 수도 없이 봐왔다. 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리면 안 되는 걸까. 집 앞 편의점까지 50m가 채 되지 않았지만 수많은 담배꽁초가 있었다. 조깅은커녕 담배꽁초 덕에 허리를 접었다 폈다 수십 번, 운동 효과 하나는 확실했다. 5분 만에 등에 땀 줄기가 흘렀다. 이러다 담배꽁초로만 봉투를 채우는 건 아닐지.

골목을 벗어나 큰길로 들어섰다. 산책하는 어르신, 배달하는 택배기사님, 공부를 하러 가는 학생까지 아침은 분주했다. 아침 공기를 마시며 달리는 이 기분, 오랜만에 느끼는 상쾌함이다. 담배꽁초, 마스크, 일회용 컵 등 각양각색의 쓰레기들을 주우며 달렸다. 어느덧 눈앞에 보이는 후문 문화의 거리. 다 채울 수 있을지 걱정했던 봉투는 각종 쓰레기로 가득 차기 직전이었다. 사거리에 도착할 무렵 할머님 두 분이 걸어오셨다. “어머~젊은 친구가 아침부터 착한 일을 하네~” 할머님 한 분이 건네신 칭찬이다. “아~하하하하~감사합니다” 부끄럽고 민망한 마음에 웃음을 지으며 더 열심히 줍기 시작했다. 마침내 사거리에 도착했다. 카페 앞 담배꽁초 쓰레기통이 눈에 들어왔다. ‘꽁초가 없는 거리’ 꽁초 쓰레기통에 떡하니 쓰여 있던 문구다. 하지만 근처에는 수많은 담배꽁초들이 나뒹굴었다. 꽁초 쓰레기통이 원한 것은 이런 그림이 아니었을 텐데…

본격적으로 후문가를 돌기 시작했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치킨집 골목이었다. 검은색 시멘트 바닥이 담배꽁초 때문에 흰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도저히 하나씩 주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바로 그때 눈에 들어온 빗자루. 유일한 방법이었다. 어찌나 땅에 착 붙어 있던지 이만한 팔운동이 따로 없었다. 꽁초들을 한곳에 모아보니 적어도 수십 개였다. 다 치우지는 못했지만 조금은 나아진 모습을 보니 속이 시원했다. 다른 장소들도 마찬가지였다. 후문 곳곳의 꽁초 쓰레기통 바닥에는 꽁초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골목은 담배꽁초들의 집합소였다. 정신없이 쓰레기를 줍다 보니 봉투는 흘러넘쳤다. 어쩔 수 없이 하던 작업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머문 자리도 아름답길

학교 안으로 향했다. 나무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매미 울음소리. 매미의 울음소리와 함께 인덕이들도 줄을 맞춰 열심히 헤엄쳤다. 다시 봉투를 들고, 장갑을 꼈다. 시작은 인경호다. 봉투를 다 채우지 못해도 괜찮으니 학교 안은 쓰레기가 없기를… 인경호는 쓰레기 문제로 익명 커뮤니티에 워낙 많이 오르내린 장소라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쓰레기는 벤치마다 다 먹은 음료수 캔 한두 개 정도였다.

하이데거 숲 역시 인경호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뿐, 쓰레기는 많이 보이지 않았다. 후문에 비하면 훨씬 뛸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곁에 있는 나무 덕에 상쾌함은 두 배가 됐다.

하이데거 숲을 지나 정문을 통해 대운동장으로 갔다. 한쪽에서 돌아가는 제초기 소리와 열심히 트랙을 달리는 사람들. 운동장은 활기가 넘쳤다. 그 순간 눈앞 잔디밭에 쓰려져 있는 페트병들이 눈에 들어왔다. 운동을 하러 온 사람들이 남기고 간 흔적이었다. 자신의 건강만큼이나 환경도 생각을 해줬으면 참 좋으련만. 트랙을 따라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그렇게 운동장을 한 바퀴 돈 뒤 서호관으로 올라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인경호까지 쭉 펼쳐진 길을 힘차게 달렸다.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줍는 것도 잊지 않았다. 쓰레기가 없기를 바랐지만 결국 또다시 20L 봉투가 꽉 찼다. 다양한 종류의 쓰레기가 모였으니 분리수거는 필수다.

 

봉투를 손에 쥐고 힘차게 달려보자!

무더운 어느 여름날 2시간 만에 주운 쓰레기는 총 40L였다. 비록 쓰레기 없는 거리를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과 양이었지만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쓰레기를 줍는 사람만으로는 문제가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이제는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힘쓰는 ‘우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삶에 활력이 없거나 피곤한 삶이 계속된다면 아침 일찍 밖으로 나가 줍깅을 해보자. 짧은 시간이라도 좋다. 이른 아침 조깅과 함께 쓰레기도 주우며 땀을 쭉 흘려보는 것이다. 우리의 건강한 삶과 환경을 위해서 말이다.

이제 곧 가을이다. 울긋불긋한 낙엽이 하나 둘 물들 때 부디 바닥이 쓰레기로 물들지 않기를 바라며 바로 지금 봉투를 손에 쥐고 힘차게 달려보자. 함께해요, 달리면서 쓰레기 ‘줍깅’.

원종범 기자  yawjbeda@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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