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
[기획] 지금은 ‘코딩 열풍’ 시대, 현황 살펴보기

“수강신청 2개 성공했네. 휴학해야 하나?”

“객체지향프로그래밍1 여석 더 안 열어 주겠지 ㅠㅠ 저한테 자리 파실 분”

매 학기 수강 신청 기간이 되면 컴퓨터공학과의 인기를 뼈저리게 실감한다. 복수전공, 부전공 학생들은 물론이고, 컴퓨터공학과로 전과를 희망하는 학생들도 얼마 없는 여석을 잡기 위해 뛰어든다. 수강신청 실패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부분등록을 해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보니 수업을 사고파는 기이한 현상마저 발생한다.

‘코딩’ 분야의 직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전공자는 물론 비전공자들도 관련 학과 수업을 듣기 위해 몰려든다. 2020년 컴퓨터공학과 2학년 전입 경쟁률은 1.79로, 29명을 뽑는 자리에 52명이 지원했다. 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컴퓨터공학과 복수전공을 희망하며 ‘학점 커트라인’을 묻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네카라쿠배당토’, 취업하고 싶어!

IT업계의 큰 성장이 취업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개발자의 수요가 늘어나고, 언론 및 각종 매체에는 고액 연봉 직종으로 소개되면서 관련 직종에 취업을 도전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더욱이 취업문이 좁은 현 시점에서 블루오션이라 소개된 코딩 분야는 취업 준비생들은 물론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도 하나의 ‘취업 돌파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코로나19도 코딩 열풍에 한 몫 했다. 비대면 서비스와 플랫폼이 이젠 우리 일상과 한 몸처럼 붙어있다. 활성화된 비대면 시장에 IT 전문 인력의 수요가 치솟았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취업문이 좁아진 다른 직종들과는 달리 날이 갈수록 개발자 채용과 연봉이 증가하니 비전공자마저 개발자 시장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됐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 신조어도 등장했다. 소위 ‘네카라쿠배’, 또는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 민족, 당근마켓, 토스)’다. 이는 IT 직군을 특히 희망하는 취업 준비생들의 선망 기업 앞글자를 모아 만든 단어다. IT 대기업이 개발자 모시기 경쟁을 위해 내건 높은 연봉과 파격적인 근무 조건들은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의 환상을 빚어낸다.

여러 기업이 적극적으로 IT 인재들을 모집하는 분위기에 국가의 지원도 증가했다.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직업능력지식포털 HRD-Net에서는 디지털 기초 역량 훈련을 제공하는 ‘K-Digital Credit’과 ‘K-Digital Training’이 홈페이지의 메인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부터 사물 인터넷, 웹, 앱 개발 등 기존 전공자는 물론 초보 비전공자들을 위한 다양한 종류의 코딩 교육을 지원한다.

국비지원교육정보센터 홈페이지 또한 코딩의 인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인기 검색어에 ‘스마트웹’, ‘빅데이터’, ‘네트워크’가 있는 것은 물론, 각종 코딩 교육센터가 홈페이지 한가운데에 빼곡히 나열돼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제공하는 2019 직업능력개발 통계연보를 보면, 2015년도 총 74,207명의 훈련 참여 인원 중 2,094명만이 정보통신분야에 참여한 반면 2019년도에는 총 60,262명 중 7,283명이 참여했다. 4년 사이 인원이 3배 이상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공교육, ‘코’며들다. 스며든 코딩 열풍

코딩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공교육에도 코딩 교육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부터는 코딩이 중학교 1학년 의무 과정으로 채택됐고, 이어서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확대됐다. 고등학교에서도 ‘정보’라는 교과명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학생들이 사용하는 ‘정보’ 교과서를 보면 알고리즘과 운영체제 등 이론 부분은 물론, 프로그래밍언어(python)를 활용한 배열과 연산자 코딩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이 실려 있다. 실제로 해당 내용은 시중의 여러 코딩 입문 전공서와 수준이 비슷하다.

정부는 더 나아가 2022년 개정 교육과정부터 AI 교육을 도입, 2025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현 소프트웨어 교육과 마찬가지로 프로그래밍(코딩)은 물론 AI 원리 및 활용 등을 담을 계획이다.

 

성장하는 사교육 코딩 시장

하지만 ‘공교육 코딩’의 현실은 기대에 못 미쳤다. 전형적인 주입식 교육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과 코딩 교육 전문 인력 부족이 큰 원인이다. 코딩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진로’ 담당 선생님이 수업하거나, 대학생이 강의하는 등 학교 수업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학생들은 말했다.

이런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코딩 학원’을 찾기 시작했다. 과거 코딩 언어를 배우거나 자격증을 따기 위함을 넘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들을 위한 입시 대비반과 경시대회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릴 때부터 미리 해야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는 학부모들의 생각에 ‘유아코딩’이라는 단어가 생길 만큼 코딩은 사교육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인반 또한 문전성시를 이룬다. 컴퓨터공학과 관련 전공생은 물론이고, 코딩 학원을 찾는 문과생들도 늘었다.

코딩 열풍은 본교 후문에 위치한 개발자 육성 센터 ‘스테이지어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등록자 중 약 70%를 비전공자가 차지하고 있으며, 개발 분야의 미래가 밝고 취업이 잘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기업가들이 개발자를 찾을 수가 없다고 얘기해요. 많아진 개발 인원 대비 능력 있는 개발자가 없다는 뜻이죠. 그래서 제가 뽑고 싶은 인재를 제가 가르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본교 컴퓨터공학 졸업 후 ‘스테이지어스’를 운영하는 최민석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민석씨는 코딩 열풍 현상과 관련해서 보통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했다. “저는 팀원을 육성하는 것(=코딩 교육)만으로는 평생 먹고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90년도 경에도 IT 교육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국비 지원으로 Java나 php 강의를 했던 역사가 있고요. 하지만 이는 10년을 넘어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개발자 육성을 하고 있는 것은, 미래의 플랫폼 개발 등을 위한 동반자를 길러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코딩 ‘교육’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지만, 개발자는 앞으로도 필요하다는 의미로 보인다.

 

 

다만 불나방이 되지 않기를

개발 직군이 주목받음에 따라 쉬운 취업, 높은 연봉 등 꿈과 환상을 안고 대열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뛰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실제로 해당 직군에 남는 인원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20명이 함께 들은 개발자 국비 지원 교육에서 단 3명만이 개발 직군에 취업하는 일도 있다. 이는 적성에 맞지 않아 흥미를 못 느끼고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복지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기업을 버티지 못하고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네카라쿠배’처럼 개발자가 환상을 즐길 수 있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밥 먹듯이 하는 야근과 높은 업무 강도 등 열악한 개발 환경을 가진 기업도 많다.

비전공 개발자인 한 졸업생의 조언이다. “비전공자라고 (코딩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전공자라고 다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개발자라는 직업이 과연 나랑 잘 맞을까?’라는 고민이 충분히 이루어진 후에 도전해도 늦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코딩 시장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나만 뒤처지는 건가?’, ‘다른 사람들은 다 하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에 조바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잠시 걱정을 멈추고 자기 객관화를 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불빛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분위기에 휩쓸려 무작정 뛰어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기현 기자  12192699@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기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