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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장난 장난감을 무료로 고쳐드립니다”
김종일 키너스 장난감병원 이사장

열린 문틈 사이로 전동드릴 소리,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장난감 소리가 함께 들려오는 이곳. 여기는 바로 ‘키니스 장난감병원’이다. 직접 방문하거나 왕복 택배비만 부담하면, 고장 난 장난감을 무료로 수리받을 수 있다. 키니스 장난감병원을 세운 본교 금속공학과 65학번 김종일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키니스 장난감병원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키니스라는 말이 kid + silver, 두 개를 합친 게 KiniS(키니스)예요. 어린이와 노인이 장난감을 매개로 어우러지는 세대 간의 공존을 의미해요. 제가 65학번이고, 여기 일하시는 분 네 명도 65학번이거든요. 한 사람만 60살. 그러니까 반 이상이 70살이 넘었고요. 여자분들도 한 두분 계시고. 그분들은 50대예요.

그리고 장난감 박사님 타이틀이 있어요. 여기서 6개월 이상 하면 제가 드리는 게 있는데, 제가 우리나라 최초로 만든 장난감 박사 학위. (웃음)

 

장난감병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가 10년 전에 교수 정년퇴임했는데, 정년이나 퇴임이라는 게 뭘 의미하는 거냐면, 어느 날 가다가 (경력이) 딱 끊어지는 거예요. 교수들은 자기 방이 있는데, 저도 제 방에, 평생 그 방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퇴임이라는 건 그 방을 못 가는 거잖아요. 그러면 자기가 갈 곳이 사라지는 거니까. 그래서 뭔가 할 수 있고, 어디 갈 데가 있는 건 좋은 거예요. 제 생각엔 봉사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졌던 거죠. 그러던 중에 이런 걸 하려고 했던 어떤 후배가 저보고 이걸 하는 게 어떻냐고 얘기했어요. 저는 뭣도 모르고, 그런 생각이 겹치니까 시작을 한 거예요.

 

일 년에 평균 몇 개 정도의 장난감을 고치나요?

1년에 만 개 정도 고치죠. 우리가 의뢰받는 것 외에도 고치는 수만큼, 장난감을 필요한 어린이집, 개인한테 나눠줘요. 그것도 그냥은 못 주고요. 다 검사해서 작동되는 거 확인하고 고쳐야 되니까. 이런 거 다 합치면 최소한 1년에 만 개 정도는 손본다고 보면 돼요. 우리한테 하루에 한 10~15박스가 오는데, 한 상자에 들어 있는 장난감을 평균 2개씩만 잡아도 하루에 30개 이상은 고치는 거니까요.

 

장난감 ‘병원’이라는 단어를 쓰신 이유가 있나요?

이게 사실은 일본이 원조예요. 일본은 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장난감병원이 전국 시의 구마다 다 있어요.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병원’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못 써요. 병원은 살아있는 것만 해당이 된다고. 애들한텐 움직이면 다 살아있는 건데, 참 바보 같죠.

사연이 그렇게 오거든요. 애들이 장난감이 고장 났는데도 안 놓는 애들이 있다는 거예요. 그럴 때 엄마 아빠가 어떻게 설득하냐면, “아프면 너 어디 가, 병원에 가는 거야.” 애들이 그러면 놓는대요. 저는 병원이라는 그런 의미는 잘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아프면 병원 간다는 거, 요즘 애들은 두세 살짜리도 다 아니까. 그리고 여기에서 쓰는 단어가, ‘입원치료의뢰서(장난감 수리 의뢰서)’ 이런 말을 써요. 저는 꼭 ‘치료’라는 말을 쓴다고요.

 

장난감 입원치료의뢰서와 함께 사연들도 오나요?

인형 같은 건데 솜이 다 빠졌거나, 지금 나이를 먹었는데도 어릴 때 좋아했던 거라 고치고 싶다든지, 그런 것도 있고요. 그리고 큰 애가 쓰던 거 동생한테 준 거, 지인한테 물려받은 거, 중고매장에서 산 거, 심한 경우는 아파트에서 버려져 있는 것들, 아마 그런 것도 오는 것 같아요. 그다음에 우리나라에 장난감 무료로 대여해주는 데가 있어요. 빌린 장난감인데 애가 놀다가 고장 나 변상하게 생겨서 가져오는 것도 있고. 여러 가지 사연이 있어요.

사연을 편지로 남기는 사람들은 많이 줄었어요. 처음에 할 때는 그런 편지를 굉장히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그렇게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이것도 시대의 변화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장난감 수리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렇죠. 일일이 장난감을 수리하면서 그 원리를 배우고 그랬거든요. 그래도 지금보다는 처음 시작할 때 장난감이 고치기가 쉬웠어요. 간단한 것들이 많았고요. 근데 10년 전에 있던 똑같은 게 지금도 온다고 생각하면, 훨씬 노후화됐으니까 고칠 확률이 점점 떨어지는 것들도 많아요. 여기 오는 장난감 중에 새 거는 거의 없으니까. 10년 전에 돌아다닌 게 지금 온다고 생각하면… 또 장난감 회사들이 똑같은 장난감이라도 바꾸면서 조금씩 어렵게 만드는 것도 생기는 것 같아요. 그걸 찾아내는 건 이제 우리가 할 일이니까. 수리가 조금 힘들죠. 아직까지는 그래도 한 70~80%는 고쳐진다고 봐요.

작업 중인 장난감 박사

수리가 어려운 장난감들은 어떻게 하나요?

이제 경험이 10년이 되니까, 확률이 보여요. 이거는 수리 확률이 몇 프로인지. 그러니까 제가 여기 장난감 보내라고 할 때는 최소한 70~80% 이상 돼야 보내시라고 하죠. 50% 이하 아래로 내려가는 것들은 본인의 의사에 맡겨요. 원하면 보내시고, 안 보내도 된다고. 경험이 쌓인 거죠. 10년 경험이라는 게, 의사들도 장난감 딱 보면 대충 이거 같다, 그런 게 생기는 거예요.

그런데 못 고쳐서 보내면 속상한 거를 표현하는 사람이 있어요. 좀 심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속상하기도 하겠죠, 못 고쳤으니까…택배비도 들었는데. 그런 건 많지는 않지만, 심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래도 그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요?

 

장난감 기부를 받기도 하신다던데, 기부받은 장난감은 어떻게 하시나요?

다 손을 봐야죠. 남한테 전달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이게 깨지거나 작동이 안 되면 곤란하니까. 어디 보낼 때는 최대한 고쳐야죠.

코로나 전에는 우리가 봉사도 나갔거든요. 여기서만 하는 게 아니고, 필요하다고 하면 가서 해줘요. 한 달에 두 번 정도, 열 몇 번씩은 나갔어요. 의정부도 가고, 이천도 가고, 화성도 갔었고. 나갈 때 장난감도 가져가서 그 자리에 오는 애들도 주고.

그리고 ‘입원치료의뢰서’ 양식을 보면 애들 나이를 쓰라고 해놨거든요. 아들이냐 딸이냐도. 거기에 맞춰서 장난감을 보내주려고 그런 걸 참조 하는 거예요. 성별, 연령에 따라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다르니까.

 

운영상의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그래도 운영이 괜찮은데, 전에는 매년 적자였어요. 개인이 낼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죠. 제가 재벌이 아니고서는.

그런데 3년 전에 어떤 사보에서 인터뷰를 온 적이 있어요. 그 사보에서 1년마다, 인터뷰 한 사람들 중에 몇 명을 뽑아서 선행상이나 봉사상을 준대요. 거기에 뽑혀서, ‘우정선행상’과 1천만 원을 받았어요. 그리고 4년 전에 SBS로 처음 매스컴을 탔는데, 그때 SBS에서 후원금을 좀 보내주겠다 그랬었고요. 1,200만 원 정도 받았어요. 이런 식으로 받은 게 총 3천만 원 정도 있으니까, 지금까지 밥값 걱정 없이 운영하고 있죠.

 

올해가 10년째인데, 10년 동안 이 병원을 운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공학을 하는 사람은 실험을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야 돼요. 답이 막 들쑥날쑥할 때가 있어도 계속하다 보면 한 점으로 간다고요. 그 한 점을 찍기 위해서 실험을 수없이 하는 거죠. 이런 것처럼 시작을 했으면, 끝까지 뭔가 해야 되는 거니까.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아요. 이게 돈이 많이 들어가서.

근데 하면서 알았던 게 뭐냐면, 이 장난감이란 게 애들한테는 ‘자기가 갖는 최초의 재산’이다. 우리때 돌팔맹이랑 자치기 했던 거, 그것들은 그냥 놀고 버리잖아요. 돌멩이를 집에 들고 들어오는 일이 있겠어요? 자치기하고 막대기 그냥 버리고 오고. 그 ‘소장’의 의미가 우리한테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할 때는 장난감이라는 게 애들한테는 자기 재산인 거죠. 그러니까 애들이 장난감에 애착을 갖고, 그러니까 엄마들이 그 장난감을 고치는 거죠. 왜? 그냥 버릴 수도 있는 거잖아요. 택배비는 본인들 부담이니까. ‘왕복 택배비가 몇천 원씩 드는데, 고장 난 게 왜 올까. 이게 될까?’ 장난감 병원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도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하면서 그런 걸 아는 거죠. 택배 오는 걸 보면, 보내오는 사연들을 보면, 이걸 어떻게 쉽게 관둬요. 잘 안 되겠지.

 

이사장님께 키니스 장난감 병원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나이 먹으신 분들이 맨날 어떻게, 산에만 맨날 가나. 비 오는 날도 있고, 눈 오는 날도 있고. 어딘가 있을 데가 있다는 거. 여기 오면 커피도 들고, 얘기도 하고, 어울리고. 그리고 사람이 장난감을 고치려면 몰두해야 돼요. 집중해야 된다고요. 이거 하면서 손발 다 쓰고, 머리 쓰니까 치매도 예방할 것 같아요.

제가 뭐 더 이상 월급을 바라고 하겠어요, 무슨 재벌이 되려고 하겠어요? 애들이 있으니까, 애들이 있는 한 장난감은 있을 것이고, 장난감이 있으면 고장이 날 거고, 여기도 금방 문을 닫지는 않겠죠. 그러면 이건 내 능력이 되는 한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게 제일 좋죠 뭐, 더 바랄 게 있겠나.

박지혜 기자  wisdom99@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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