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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톡톡] 호랑이를 만나면, 꼼짝 못한다?

옛 말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 호랑이는 각종 설화 속에 등장하는 단골 손님이다. 집이 떠나가라 울던 아이도, 두려울 것이 없다던 용맹한 장수도 호랑이 앞에서는 다들 얼어붙곤 한다. 정신을 차린다고 해도 몸이 따르지 않아 도망가지도, 맞서 싸우지도 못한다.

실제로 옛 사람들은 산에서 야생동물을 직접 마주치는 일이 잦았는데, 유독 호랑이 앞에서는 옴짝달싹하지 못했다고 한다. 예전부터 호랑이는 우리 조상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호랑이 앞에서는 꼼짝하지 못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일까?

물론 호랑이의 포스와 위압감에 겁을 먹고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과학적 사실이 숨어있다. 그 이유는 바로 호랑이의 울음소리에 있다.

호랑이 울음소리의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듣는 소리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소리는 어떤 물질이 떨리고, 그 떨림이 물, 공기 등 다른 물질들을 타고 퍼져 나가며 전달된다. 물이나 공기와 같이 소리를 전달하는 물질을 매질이라고 한다. 소리는 매질의 진동을 통해서 전달된다. 이때 물질이 진동하는 정도, 형태, 크기 등에 따라 다른 소리가 만들어진다. 진동의 빠르기와 크기는 각각 소리의 높낮이와 크기를 구분하며, 진동의 형태는 소리를 내는 물체의 특징을 알 수 있게 한다. 우리는 이러한 소리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진동수를 측정했다. 1초 동안 진동수의 단위는 주파수(Hz)이며, 주파수가 높을수록 높은 음이다.

사람은 보통 20Hz~20,000Hz 정도 주파수의 소리까지만 들을 수 있는데, 이것을 가청 주파수라고 부른다. 가청 주파수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음들은 사람이 들을 수는 없지만 소리가 나는 ‘불가청음’이라고 한다. 불가청음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20,000Hz 이상은 초음파, 20Hz 미만은 초저주파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호랑이 울음소리는 우리가 들을 수 있는데, 불가청음과 무슨 관련이 있다고 장황하게 설명을 하나 싶을 것이다. 놀랍게도 호랑이의 울음소리에는 가청주파수와 함께 18Hz 이하의 초저주파가 함께 섞여 있다. 호랑이 울음소리에 들어있는 초저주파는 진동을 발생시키는데, 이는 사람이나 동물의 근육을 진동시켜 몸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호랑이처럼 초저주파 소리를 내는 대표적 동물에는 코끼리, 기린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울음소리는 호랑이와 다르게 사람과 동물의 근육을 진동 시킬 힘까지는 없다.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훨씬 파장이 길어 멀리까지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초저주파는 우리에게 들리지는 않지만, 진동으로 신체에 영향을 준다. 결국 호랑이의 울음소리에 숨어있는 초저주파가 몸을 굳게 하는 원인인 것이다.

가끔 호랑이와 같은 무서운 동물들을 만나도 본인은 용감하기 때문에 끄떡없을 거라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초저주파로 인해 근육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것이기에 그 누구라도 얼어붙고 말 것이다. 본인의 용감함을 자랑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원리를 거슬러야 할 테다.

장민서 기자  judy73jh@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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