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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함께하는 우리
김기현 기자

어느덧 인하대학교에 입학한 지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로 시작해 이제는 벌써 두 학번의 후배가 생긴 일명 ‘화석’이 됐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인하대학교가 다른 대학과 비교해봤을 때 부족한 점 없는, 정말 멋진 학교라는 생각을 내려놓은 적이 없다.

그런 기자에게 8월 17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일반재정지원 미선정 대학’ 가결과에 인하대가 포함됐다는 얘기였다. 처음엔 거짓 정보라고 생각했다. ‘에이 설마 우리 학교가? 말도 안 돼.’ 하지만 여기저기 올라오는 글들을 보니 명백한 사실이었다.

분노가 가득 찬 게시글이 끊임없이 대학 커뮤니티에 쏟아졌다. 비관적인 시선으로 학교를 비하하는 말들도 나왔다. 첫날은 그랬다.

하지만 가결과 발표 이튿날부터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학생들이 들고 일어섰다. 다 같이 한마음 한뜻으로 목소리를 내는 순간이었다. 작은 파동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SNS 해시태그 운동 ‘#변화는우리로인하여’부터, 청원과 언론사 제보 등 단 하루 만에 학교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위를 위한 모금액은 순식간에 천만 원을 돌파하는 기적을 보여줬다. 공지, 공고나 모집 글만 드물게 올라왔던 인하광장은 오래전 졸업한 선배들도 찾아와 함께 목소리를 내주면서 한순간에 뜨겁게 불타는 ‘핫 플레이스’가 됐다.

인하대학교를 다니며 모두가 하나의 뜻을 갖고 뭉치는 모습을 처음 봤다. 이제 막 1학기를 마친 새내기부터, 졸업 후 사회에 나와 있는 선배들까지 똘똘 뭉쳤다. 총동창회, 교수회, 교직원 등 학교를 사랑하는 모두가 모여들었다. 화력이 줄어들면 다시 불을 지피기 위해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 주고 응원하는 모습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덧 해시태그 게시글은 1만 개가 넘었고, 인천시 청원 공감 또한 1만 명을 돌파했다. ‘역시 대한민국 사람인가 봐. 단결의 민족이네’라는 우스갯소리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부끄럽지만 과거에 본교 익명 커뮤니티에선 남과 여, 문과와 이과, 혹은 공대와 공대가 아닌 학과 등 여러 이유로 분열돼 싸움이 자주 일어나곤 했다. 익명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서로를 물어뜯는 모습은 커뮤니티에서 흔한 장면이었다. 서로를 깎아내리고, 헐뜯으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오고 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이곤 했다. 오죽하면 외부인들이 인하대학교를 분열의 아이콘으로 생각할 정도였다.

편을 가르며 싸우던 ‘너’와 ‘내’가 ‘우리’로 뭉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함께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으면 한다.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며 하나의 공동체로 합심할 때다. 이번 일이 마무리되고 나서 먼 훗날에도 말이다. 단 한 번으로 끝나는 단합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는데 매일같이 마주하는 우리는 얼마나 소중한 인연인가.

우리가 서로를 위해주지 않으면, 누가 우리를 위해줄까?

김기현 기자  12192699@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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