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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논단] 인하 30년: 변하는 것이 어찌 세월뿐이랴
  • 김의곤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1.08.2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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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곤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내가 인하 캠퍼스에 첫 발을 디딘 것은 지금부터 32년 전 봄이었다. 10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36살의 젊은 조교수가 당시에는 생소했던 청바지와 빨간 티셔츠를 입고 처음으로 법정대학에(당시 6호관) 출근했을 때 하늘은 뿌옇고 날씨는 을씨년스러웠다. 정문 건너편에 있는 그 많은 공장들은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고, 학교의 모든 건물들의 외벽이 거의 까맣고 유리창은 검은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나에게 6호관 5층의 작은 남향 연구실이 배정되었다. (후에 나는 연구실을 두 번 더 이사했다.)

  출근 첫 날 선배 교수님들은 나의 복장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늦게 변하는 것이 법조계와 대학이라고는 하지만, 당시에 대학교수가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강단에 서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나는 다음 날부터 바로 양복정장과 넥타이를 매고 출근했다. 매우 어색했다. 나이가 조금 되는 복학생들은 술을 먹으면 자기들끼리 나를 형이라 부르곤 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연구실을 배정받은 기념으로 “개방식”을 한다고 A4용지에 초대장을 복사하여 과 교수님들께 돌렸다. 개방식 날 나는 약간의 치즈와 크래커 그리고 와인을 두 병 준비하고 교수님들을 기다렸는데, 돼지머리와 떡 그리고 막걸리를 기대하셨던 원로 교수님의 허망한 웃음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학기가 시작되고 나에게도 TA가 배정되었는데, 그 대학원생 나이가 서른 살이었다. 나의 첫 제자는 석사학위를 받고 1년 공부 후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였으며, 나에게 결혼 주례를 부탁하러 왔다. 나는 내 나이 서른 아홉 살에 서른 세 살 제자의 결혼식 주례를 생전 처음 하게 되었다. 너무도 젊은 주례의 모습에 하객들이 수군거렸다. “교수님이 아니라 선배가 주례를 하다니...”

  시간은 흐르고 정문 앞 공장들은 하나둘씩 외국으로 이전하였고, 인하교정은 깨끗해지기 시작했으며, 매년 개나리, 철쭉, 목련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게 되었다. 하이데거 숲이 조성되고, 봄과 가을 그리고 겨울에는 제자들과 사진을 찍었다. 제자들은 봄마다 어느 순간 교정과 강의실에 갑자기 나타났고, 시간이 흐르면 순식간에 학교를 떠났다. 돌이켜 보면 제자들이 교정에 머무는 시간이 4년에서 7년 정도지만, 어떤 제자들은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기억에 생생해서 당장 만나도 어릴 적 기억이 나기도 한다. 또 어떤 제자들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이 제자들뿐이겠는가. 하이테크 건물과 서호관 건물 그리고 현 법전원 건물이 신축되고, 개교 50주년을 기념으로 정석도서관이 완공되었다. 현 9호관에 초라하게 자리를 잡고 있던 도서관은 새로운 건물과 함께 아시아 최초라는 스마트 도서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중국과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대학 담당자들이 도서관 견학을 오고 교육을 받고 갔으며, 개교 50주년 기념으로 KBS가 주최하는 “열린음악회”가 인하교정에서 성대히 개최되었다. 이와 더불어서 국내외 대학평가에서 인하의 위상은 급상승하였다. 2000년대 초중반은 모든 구성원이 합심하여 인하의 위상을 드높였고, 우리가 인하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지난 30여 년을 돌이켜볼 때 인하는 내 교수생활의 전부였고 내 인생 그 자체였다. 대학의 1년은 두 학기로 나뉘어져 흐르고 매년 신입생이 충원되는지라, 항시 새롭고 따라서 세월의 흐름을 더디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냥 점심 식사 후, 여느 때처럼, 교정을 한 바퀴 산책하고 온 것 같은데 30년이 넘게 흐르고 만 것이다. 어느새 30대 청년이 60대 장년으로 바뀌었고 작년에 정년퇴직을 하였다. 비록 내 인생의 시작은 인하인이 아니었지만, 청년시절부터 지금까지 인하인으로 살고 있으며, 분명히 죽을 때까지 인하인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김의곤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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