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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논단] 586의 반성과 변명, 그리고 다짐
  • 박선홍 스카이데일리 편집위원
  • 승인 2021.05.31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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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ㅣ박선홍 스카이데일리 편집위원

 

박선홍

종합일간지 스카이데일리 편집위원

동아일보 기자, 인천본부장

언론정보학과 초빙교수

 

올해가 환갑이라니, 아니다. 생일이 안 지났으니까 50대라고 바득바득 우긴다. 나는 586이다. 베이비부머(baby boomer)로 1980년대 대학을 다녔고 민주화 진통 속에서 시대를 고민했던, 소위 386세대에서 진화한 586세대라고 불린다.

586은 투사와 수혜자라는 양면으로 평가받는다. 1980년대는 서울대 입학정원이 느는 등 대학 문이 활짝 열렸고 졸업학점 B가 안 돼도 일자리가 넘쳐 취업이 가능했다. 승진도 빨랐고 내 집 마련도 어렵지 않았고 값도 몇 배씩 뛰었다. IMF사태(외환위기)가 닥쳤을 때도 구조조정을 피했던 행운세대이다. 당시 20, 30대는 취업가뭄에 허덕였지만 586은 살아남았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산업화 유산을 향유하면서 민주화를 개척했다는 이유로 일거양득의 혜택을 받은 세대다.

“한때는 변화의 가장 큰 동력이었던 사람들이 어느새 시대의 도전자가 아닌 기득권자로 변해 말로만 변화를 이야기할 뿐 사실은 변화를 가로막는 존재가 되어버린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서라면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싸우겠다던 그 뜨거운 심장이 어떻게 이렇게 차갑게 식어버린 것입니까?” 1987년에 태어난 초선 국회의원 말이다(장혜영, 2020년9월17일 국회 5분 발언).

이어 그는 “더 나쁜 놈들도 있다고, 나 정도면 양반이라고 손쉬운 자기 합리화에 숨어서 시대적인 과제를 외면하는 것을 멈추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서 온몸을 내던졌던 그 젊은 시절의 뜨거움을 과거의 무용담이 아니라 이 시대의 벽을 부수는 노련한 힘으로 되살려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라고 말한다.

586은 거대하고 두려운 독재의 벽에 맞서 자유롭고 정의로운 우리나라를 위해 젊음을 아낌없이 불태웠다고 포장하면서 꼰대로 변했다고 직격탄을 쏜다. 한없이 부끄럽다.

586 문인 이영록 님도 말한다. “우리 세대는 경험하고 얻은 지식과 판단이 절대 진리이고 선이라고 믿고 살아 왔다. 그런데 어찌 보면 편협한 자기중심의 생각이었고 옹고집이었고 서로 미워하는 적을 만드는 진영논리의 행위였다”라고.

김병권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장 분석이 돋보인다. “어느새 한국에서 세대 갈등은 자동적으로 586세대와 청년세대의 갈등으로 치환된다. 586세대는 또한 자동으로 80년대 운동권 집단으로 치환된다. 신기하게도 이 구도를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반응도 극단이다. 한쪽은 80년대 운동권 집단이 50대가 되면서 권력을 잡더니 그들의 ‘저항 네트워크’가 권력을 확장하고 유지하기 위한 철저한 '이익 네트워크'로 전환되었고, 그 결과 진보 외피를 쓰고 권력을 향유하는 기득권 세력이 됐다고 비판한다. 반대편에선 ‘이익 네트워크’로 편입된 부류는 극히 소수라면서 다수는 여전히 서민의 편에서 저항정신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노라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내가 보기에 양쪽 다 책임지는 모습보다는 면책하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고.

동의한다, 여기서 질문 하나. “현재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자원의 배분 권한을 행사하는 진정한 지배 권력집단은 누구인가? 일부 80년대 운동권집단이 50대가 되어 집권당과 정부 실세를 이루고 있다고 해서 한국주류가 80년대 운동권 출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과연 그런가?”

586이 산업화와 민주화에 기여했지만 ‘꼰대문화’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은 아프다. 그러면 586은 어찌해야 하나? 불평등과 불공정 문제를 계속 제기해왔던 세대답게 현실부터 인정해야한다. 아무리 소수라고 해도 권력층이나 경제계, 학계, 문화예술계 등에서 자기모순적인 586은 책임이 면제되지도 자유롭지도 않다.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곧 6‧10항쟁이다. 당시 어디에 서 있었고 지금 어디서 뭘 하는가를 반추한다. 거듭 성찰한다. 그리고 다짐한다. 그때의 자세로 돌아가진 못해도 기억은 해야 한다. 그때 나도 20대였다. 자랑스럽지만 부끄러운 6월이다.

박선홍 스카이데일리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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