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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톡톡] ‘비 냄새’는 무엇일까?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이른 아침 창밖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눈을 뜬 적이 있을 것이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쏟아지는 비를 보고 있으면 잠시나마 마음속에 맺혀있던 응어리들이 시원하게 씻겨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때 콧속으로 들어오는 산뜻하고 향긋한 냄새는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게 해준다.

흔히 사람들 사이에서 ‘비 냄새’라 불리는 이 냄새는 특유의 싱그러운 향으로 인해 많은 사람의 취향을 저격하는 냄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비 냄새가 나는 향수 혹은 방향제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비 냄새’는 이름과는 달리 비 자체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비 냄새’는 도대체 어떤 냄새이고 어떻게 우리가 맡게 되는 것일까?

학계에서는 이 냄새를 ‘페트리코’라 부른다. 페트리코는 바위를 뜻하는 그리스어 ‘Petra’와 신의 피를 뜻하는 ‘ichor’의 합성어로 1946년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 소속 연구원들이 만들어낸 용어다. 페트리코는 특정 식물들이 분출한 기름이 흙이나 바위틈에 쌓이고, 그 위에 비가 내릴 때 공기 중으로 퍼지면서 확산되는 냄새를 말한다.

페트리코를 발생시키는 주된 요인은 토양 세균 중 하나인 방선균류의 분해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오스민’이다. 이 균은 죽거나 부패한 유기물질이 식물이나 다른 유기체에 필요한 영양소가 되도록 단순한 화합물로 분해를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분해 활동이 진행될 때 부산물로 지오스민이라는 유기화합물이 만들어지는데 이 물질이 바로 비 올 때 맡을 수 있는 흙냄새의 원인이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비가 올 때만 냄새가 두드러지게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비가 올 때 만들어지는 ‘에어로졸’의 역할로 설명할 수 있다.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있는 매우 미세한 액체나 고체 입자들이 분산돼 있는 부유물을 뜻한다. 하늘에서 떨어진 빗방울은 바닥과 부딪혀 납작하게 퍼진 후 다시 솟아오른다. 동시에 빗방울과 바닥 사이에 작은 공기방울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 공기방울들은 토양공극에서 공기를 공급받아 점점 커진다. 일정 크기를 넘어선 공기방울이 빗방울 표면에서 터질 때 빗방울이 작은 에어로졸로 변해 공기 중으로 튀어 나간다. 이때 토양이나 바위 표면에 있던 식물 기름과 지오스민이 에어로졸을 따라 사방으로 퍼지면서 냄새가 확산되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에 더욱 잘 맡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사람에게는 5ppt(1조분의 5)의 농도만으로도 지오스민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는 상어가 피냄새에 민감한 정도보다도 월등한 능력이다.

비가 내리는 날 하루쯤 하던 일을 접어 두고 잠시 밖에 나와 페트리코를 몸소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눈을 감고 가만히 자연이 주는 천연 향을 맡으면 피곤함에 찌든 몸과 마음이 조금이나마 치유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원종범 기자  12173460@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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