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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성재 교장을 만나다
  • 김범수 기자, 원종범 기자
  • 승인 2021.05.03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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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루학교의 배성재 교장선생님, 그를 만나 야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학생과의 일화를 말하며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런 모습에서 용마루학교를 향한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건축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15학번 배성재입니다. 현재 학·석사 연계 과정이라고 해서 자대 대학원 과정을 미리 이수하는 것을 하고 있습니다. 용마루학교에서 교장 일도 하고 있습니다.

 

  1.  처음에 어떻게 들어오게 되셨나요?

저희 친형이 용마루 교장이었어요. 인천 출신은 아닌데 희한하게 대구에서 형제가 둘 다 인하대학교를 왔네요. 저희 형이 야학교에서 봉사 시간 1,200시간을 채우고, 제가 500시간을 채웠어요. 1학년 때는 관심만 있었죠. 그러다가 이제 군대를 갔다 오니까 이제 ‘동아리 뭐하지 그냥 그거나 해볼까?’ 이런 생각에 했어요. 근데 지금은 이렇게 될 줄 몰랐죠. 대부분 이런 식인 것 같아요. 물론 거창하게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보고 있으면 다들 비슷비슷해요. 그렇게 시작해서 하다 보면 ‘아… 내가 열심히 해야겠구나’를 느끼면서 애들이 변하죠. 저도 그러고 있고요.

 

  1. 용마루학교가 다른 야학교와 갖는 차이점이 있을까요?

공부를 오랫동안 놓고 계시다가 처음 저희 학교를 방문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다른 곳을 다니시다가 잘 안 맞고, 학원은 돈을 내야하고 그러니까 돌아돌아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한 분은 다른 야학에 있다가 오신 분인데 딱 한 달 다니고 저랑 상담하면서 하시는 말씀이 ‘여기 야학은 다들 너무 젊어서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곳은 완전 수업에만 집중하는 느낌이더라고요. 근데 저희는 애초에 대학생들이 동아리로 시작했고 학생 수도 적으니까 오히려 1대1로 관리가 들어갈 수 있죠. 두 번째 다른 점은 ‘교사들이 젊다는 것?’ 저희가 그래서 좀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고 공부 외에 진짜 학교생활을 경험하실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제가 느끼기에는 이러한 부분들이 다른 야학들에 비해 강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1. 가르치는 학생 다수가 어머니, 아버지뻘인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분명히 있어요. 저희가 일반적으로 학창 시절에 생각했던 교사라 하면 근엄하고, 나보다 많이 알고 이런 사람이잖아요? 근데 저희는 구조상으로는 교사이지만 나이나 연륜으로 봤을 때는 저희보다 학생분들이 더 낫거든요. 그런 점에서 중요한 게 호칭이에요. 한순간 호칭이 깨지면 학생분들이 저희를 말 그대로 아들딸로 보기 시작하고 그러면 수업을 하기 곤란해질 때가 있어요. 예를 들면 교사가 수업하다가 어떤 설명을 했는데 학생이 갑자기 ‘어? 그거 아닌데? 이거 이렇게 푸는 거 아냐?’ 이렇게 말하면 서로가 존댓말을 쓰는 규칙도 깨지고, 그러면 교사입장에서도 학생분들이 어르신들이니까 뭐라고 그러지도 못하고, 교사는 그게 속에 쌓여만 가면서 힘들다고 하는 거예요. 또 힘든 부분은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다 보니 가르치는 게 아예 달라요. 받아들이는 속도나 읽는 속도도 다르다 보니 그런 것들에 있어서 교사들이 적응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고 힘든 부분인 것 같아요.

 

  1.  반대로 학생이 어르신이기 때문에 좀 더 배워가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요?

상담하다 보면 특히 어머님들이 많이 오시는데 흔히 말하는 그때 그 시절 남자들은 대학 보내고, 여자들은 집안일을 하던 시절 이야기를 많이 하시죠. 그러시면서 내가 한이 맺혀서 왔다. 이제서라도 공부를 해보겠다. 이렇게 말씀을 하세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들으면서 상담을 하면 항상 열정이 차올라요. ‘당연하다고 느꼈던 초·중·고등학교의 교육들이 그때는 당연하지 않았구나, 그래서 우리는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라는 것을 느끼죠. 그래서 그런 부분이 제일 크지 않나 싶어요. 교육의 중요성을 직접 체화를 하다 보니까 ‘아, 내가 봉사를 하면서 살아야겠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한 듯이 누리면서 살아왔구나’를 많이 느껴요. 교사들이 한 학사가 끝나면 다들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하죠.

 

  1.  용마루학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였나요?

첫 번째 학사 때 제가 중졸반 수학을 가르쳤어요. 용마루학교를 3년이나 다니던 분이 계셨어요. 연세가 71세였나? 어르신이셨는데 일주일에 4번씩 보강을 하면서 어떻게든 합격시켜드리고 싶더라고요. 근데 잘 이해를 못 하시고 간단한 문제를 이해시켜드리는 데에도 3개월이 걸렸어요. 그래도 이제 ‘와 드디어 푸시는구나’ 하면 다음 주에 또 까먹으시더라고요. 근데 이게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시험치기 전 주에도 상담을 하면 합격을 못 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면서 이번에 시험을 보러 갈지도 잘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계속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가서 시험 잘 응시하시고 잘하실 수 있다고 격려를 해드렸어요. 그래서 시험을 치러 가셨죠. 새벽같이 일어나서 배웅도 해드렸어요. 그날 오후에 전화가 왔어요. 울면서 말씀하시는데 자기 수학이 40점이 넘은 적이 없는데 70점을 맞으셨다면서, 보니까 다른 과목도 너무 잘 보신 거예요. 그래서 막 우시면서 합격했다고 고맙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런 말 하기 낯뜨겁지만, 가슴이 뜨거워지더라고요. 그때 임팩트가 조금 컸던 것 같아요. 3년 동안 검정고시 합격 못 하시던 분을 내가 가르쳐서 합격시켜드렸다는 그 뿌듯함, 저는 그게 제일 뜻깊었어요.

 

  1.  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저희가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저희가 비록 계속 인수인계를 받고 행정적인 처리를 잘 해왔지만, 저희는 막말로 교원자격증 있는 사람 없이 운영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럼에도 저희는 학생분들에게 교육을 할 수 있는 퀄리티를 만들어 내야하고 또 학교 운영 전반에 있어서는 서류 관리나 공문을 쓸 일이 되게 많아요. 봉사 시간도 제가 사인해서 넘기거든요. 그런 것들 하나부터 해서 공적인 일들을 처리하는 것에 있어 우리가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 많이 스트레스죠.

 

  1. 야학에서 일하시다 보면 개인 여가시간이 부족하진 않나요?

저도 술자리 되게 좋아하고 친구들이랑 모여서 노는 것도 엄청 좋아해요. 그럼에도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저한테는 이게 힐링 시간이에요. 분명 수업하면 힘들어요. 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 운영도 해야 하고 수업이 끝나면 목이 다 쉬거든요. 교사들도 똑같아요. 그럼에도 그 수업을 하는 순간이 너무 즐겁더라고요. 그러고 방금 말했던 부분들은 나름 야학교 끝나고도 다 즐길 수가 있어요.

 

  1.  개교한 지 47년이나 됐는데, 용마루학교가 지금까지 운영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요?

저희가 이번에 이사하면서 사야 할 것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저희가 지원금은 충분한데 당장 급하게 들어갈 돈이 부족한 거예요. 그래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죠, 1대부터 졸업한 사람들까지 다 문자를 보냈어요. ‘선배님들 저희가 큰맘 먹고 이사를 가려 하는데 도와주십시오’ 하면서. 저희가 목표한 금액이 있었는데, 그것보다 훨씬 넘게 모였어요. 특히 거의 60대 중반을 넘어가시는 1대 졸업생분들께서 모으신 돈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됐어요. 그래서 진짜 감탄이 나오더라고요. 가끔 선배님들께 ‘정문 올 테니까 술 한잔하지 않겠나 자네’하고 연락이 많이 오는데 가서 얘기를 들어보면 옛날에는 진짜 힘들었더라고요. 경운기로 시멘트를 옮겨가며 교실을 직접 지어서 수업을 하셨다는데, 그런 얘기들을 들어보니 우리가 비정규 야학이지만 47년 동안 유지를 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이 학교를 너무 사랑하고, 이게 계속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제일 크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1.  앞으로 용마루학교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마 다른 야학들도 똑같이 고민하는 내용일 것 같은데, 갈수록 학생 수가 준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지역 주민들의 문해는 점점 해결되는 추세거든요. 이렇게 되면 저희 용마루 학교의 존재 이유가 희미해져요. 그래서 아까 말씀드렸던 1대 분들께서 했던 질문이 ‘자네는 용마루 학교의 존재 이유를 어떻게 생각하나?’ 이거였어요. 왜냐하면 점점 학생 수는 줄어가고, 지역주민들은 학력을 취득해 나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희의 계획은 사회적으로 도움 될 만한 또 다른 사업을 찾는 거예요. 그래서 다문화 사업이나, 장애인을 위한 야학들도 생각해봤어요. 이런 식으로 고민을 하고 있죠. 물론 저는 이제 지는 별이지만 후배들에게 많이 얘기해요. 다음 계획이라 하면 성인 문해 말고 어떤 무언가를 찾는 거예요. 이를 위한 인프라는 제가 구축을 해놨고… 이제 후배들아 부탁한다!

 

김범수 기자 kbs@inha.edu

원종범 기자 yawjbeda@inha.edu

김범수 기자, 원종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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