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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초록 물결이 덮친 캠퍼스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 농담이 있다. 그 말이 무색하다는 듯 역대 가장 따뜻한 3월로 기록되며 시험이 오기 전에 피었다 떨어졌다. 개화일의 기준이 되는 서울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의 왕벚나무가 3월 24일 개화하며 관측 이래 99년 만에 제일 빠른 날이었다고 한다.

와중에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지속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각종 제한은 연령층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줬다. 얼마전까지 주변에서 ‘이번엔 5인 이상 집합 금지나 영업 제한이 풀렸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오갈 때도 있었으나 이제는 ‘연장, 연장, 그리고 또 연장’이니 결국 기대의 끈을 놓고 하나 둘 집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작년 4월 즈음의 ‘북적’과 지금의 ‘북적’은 차원이 달라졌다.

당장 저녁시간에 후문을 나서면 분위기가 작년 이맘때와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술집은 사람들로 가득하고 코인노래방엔 자리가 없어 줄을 서고 있다. 다섯을 초과하는 무리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영업 제한 조치로 10시에 술집과 노래방의 문이 닫히자 후문 코앞에 있는 편의점은 주류와 안주를 사기 위한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술과 반찬을 얻은 인파가 곧바로 학교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양손 가득 먹을 걸 챙기고, 인경호와 하나은행 앞 테이블을 거쳐, 하이데거 숲을 지나, 하이테크 근처까지의 코스를 돌며 자리를 찾고 앉는다. 그렇게 ‘2차 술자리’가 시작된다. 바람은 솔솔 시원하게 불고, 떠드는 게 시끄럽다고 호통치는 가게 주인도 없고, 위로는 뻥 뚫려 있고, 옆으론 호수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그 모습을 학생회관 4층에서 내려다 보고 있자 하니 21세기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시험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던 8주차 금요일은 0시 기준 코로나 확진자 797명을 기록했던 날이다. 연일 신규 확진자가 700대에 육박하며 4차 대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퇴근하던 찰나에 학보사가 있는 학생회관 4층까지 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리길래 학교를 크게 한 바퀴 돌아봤다. 그때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바로 1면 탑기사 ‘인경호 음주’에 있는 사진이다. 경이롭다.

매일 핸드폰을 들면 근처에서 확진자 알림이 울리고, 뉴스에서 수백명의 신규 확진 소식이 들려오는 건 다른 나라의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집단 면역을 이뤄 일상으로 복귀했음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따닥따닥 붙어 있는 테이블 사이에서 방역 수칙을 무시할 수 있겠나.

캠퍼스를 돌볼 의무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 비 오는 날에도 하루를 빼놓지 않고 저녁 10시만 되면 인경호와 하이데거 숲에 등장하는 무분별한 음주와 고성방가, 그리고 방역 수칙을 무시하는 행태가 정녕 감염병 위기를 겪고 있는 사회의 시민으로서 적절한 행동일까.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5인 집합 이야기의 주인공이 우리 학교 학생이 아니길 기도한다.

벚꽃이 떨어지고 나뭇잎의 초록빛이 짙어 간다. 울창한 나무들 아래서 ‘가짜’ 초록색인 소주병 따위로 아름다운 교정을 오염시키지 말길 바란다.

김동현 편집국장  inha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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