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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만능 스포츠 아나운서 이호근 선배님을 만나다
04학번 이호근 선배님

스포츠 현장의 뜨거운 감동을 전하는 KBS N SPORTS 아나운서 이호근 선배님을 만났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눴는데, 그의 후배들을 향한 사랑과 스포츠 아나운서에 대한 신념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1.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인하대학교 언론정보학과(現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를 졸업한 04학번 이호근입니다. 2010년부터 방송을 시작해 현재 12년째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 KBS N SPORTS 아나운서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시나요?

크게는 야구와 배구 중계를 하고 있고요. 테니스, 유도, 농구, 축구 중계가 필요할 때는 제가 맡아서 하기도 합니다.

3. 다양한 종목을 많이 중계하시는데, 그 종목들에 대한 지식은 주로 어떻게 얻으시나요?

가장 기본적으로 봐야죠. 맡은 종목을 내가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건 상관없이 한 종목을 맡았으면 경기를 무조건 많이 봐야 돼요. 그리고 해외 구단 같은 경우에는 그 구단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외국어로 된 자료들을 보며 정보를 얻어내기도 합니다.

4. 스포츠 아나운서에게 필요한 자세나 마인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인내심이 많아야 되고 잘 버텨야겠죠. 사실 스포츠 아나운서라고 딱히 대단한 덕목이 있는 것 같진 않아요. 저희는 얼굴이 오프닝 1분, 클로징 1분 밖에 안 나오잖아요. 근데 이거를 못 견뎌 하는 후배들도 있어요. 또 방송을 4시간 하면 이를 위한 자료 정리나 준비를 7~8시간 해야 돼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게 사실 동기부여가 잘 안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이겨낼 수 있느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5. 8년 전에도 본지와 인터뷰 자리를 가졌었는데요. 그동안 아나운서로 계시면서 배우고 느낀 점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평소 아나운서 후배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 주시나요?

아직 남자 막내예요. (웃음) 후배들한텐 별말 안 해요. 세대가 달라지다 보니까 요즘엔 그냥 존중을 합니다. 좋게 말하면 서로 간의 프라이버시를 잘 유지하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관심을 덜 갖는 거죠. 저희 때는 선배들한테 많이 혼났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는 개성을 존중해야 하잖아요. 웬만하면 (개인의 특성을) 정형화시키지 않으려 서로 배려도 많이 하고 있어요.

6. 인하대학교 졸업생으로 현장에서 본교 출신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을 만나면 어떤가요?

남자배구 중계를 함께한 해설위원이 대학 동기인 김요한이에요. 또 배구계는 절반이 인하대예요. 지금 SBS SPORTS 배구 해설하시는 최천식 감독님(現 인하대), 과거 저랑 같이 중계하셨던 박희상 감독님(前 남자배구 대표팀)이 계시고요. 선수들은 셀 수 없죠. 지난해 MVP 받은 나경복(現 우리카드 위비) 선수가 대표적이고요. 사실 인하대를 졸업하고 대학에 대한 자부심은 있었지만 ‘선배 덕은 많이 못 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배구계에는 선배가 절반이다 보니까 현장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나 무언가 챙겨주려는 선배들이 많아 굉장히 힘이 돼요. 프로에 막 진출한 후배들도 저한테 먼저 와서 ‘선배님 저 인하대 출신입니다’라고 인사해 주니까, 저도 그 친구들이 카메라에 한 번이라도 더 잡힐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이렇게 서로 상생하고 있는 관계가 잘 유지되고 있는 것 같아요.

7. 최근 ‘V-리그 스카우팅리포트’라는 책을 집필하셨는데 혹시 출판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프로야구 스카우팅 리포트’라는 책이 굉장히 유명해요. 매년 많이 팔리고 있고 저도 그 책을 매년 사서 지금도 예약구매를 한 상태인데, 배구에도 이런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매년 하다가 작년에 문득 ‘지금이 아니면 못 쓸 수도 있겠다, 배구 인기가 많이 올라왔으니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코로나 때문에 경기가 많이 중단되면서 (시간이 남아) 신승준 아나운서 팀장님에게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했어요. 그래서 해설위원 한 분, 기자 한 분, 제가 알고 있던 일러스트 작가분을 모아 총 5명이 함께 쓰게 됐습니다.         

8. 지난 2020-2021 여자배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사회를 맡으셨는데, ‘한 명이라도 더 뽑아 달라’고 구단들을 설득하신 모습이 많은 배구 팬들과 선수 가족분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이때 어떤 기분이셨나요?

그날 욕도 많이 먹었어요. ‘너무 감성적으로 했다’, ‘네가 뭔데 구단한테 뽑으라, 마라 하냐’는 소리를 들었는데 저는 ‘그 자리에 나를 왜 썼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사회를 볼 아나운서들은 많잖아요. 그래서 ‘나한테 기대하는 게 뭘까?’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한 명이라도 더 프로 선수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드래프트 참여) 선수들은 현장에 없으니까 굉장히 초조해하더라고요. 저는 전체 스크린에서 이 표정이 다 보이니까 좀 착잡했어요. 그게 어찌 보면 취업인데, 저도 아나운서 준비하면서 엄청 많이 떨어졌단 말이에요. 약간 감정이입이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해서라도 ‘한 명 더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대 최저 지명이 됐죠.      

9. 지금까지 많은 스포츠 중계를 하셨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무엇인가요?

어떤 특정 경기가 기억에 남기 보다는 천안에 갔을 때랑 2018년 개최된 보령 여자 KOVO컵 대회가 기억에 남아요. 두 곳 모두 관중이 꽉 차서 들어왔어요. 관중들이 응원을 몰입해서 하니까 약간은 소름이 돋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어요. 스포츠가 어떻게 보면 단순한데, 이런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느껴지니까 저는 선수도 아닌데 몸에 전율이 오더라고요.

10. 최근 스포츠계에 터진 학교폭력 사태로 사회의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평소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보셨을 텐데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음이 아프죠.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속상하고요. 그건 저랑 친하고, 안 친하고를 떠나서 무조건 잘못된 거죠. 근데 이로 인해 어렵게 쌓아왔던 스포츠의 인기가 떨어질까 걱정은 돼요. 모두가 노력해 왔던 건데 그 일과 관련 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생기니까 이런 부분은 좀 많이 안타까워요. 그러므로 다시 스포츠가 인기를 얻을 수 있게끔, 모두 한번 뒤를 돌아보며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아요.     

11.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정년퇴직이요. 정년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모두가 정년을 채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근데 저에게 정년퇴직의 의미는 단순히 나이를 채워서 퇴직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창피하지 않게 잘 방송하다 퇴직하고 싶다는 의미예요. 사실 똑같은 폼을 유지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제 전성기가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때의 폼을 오래 유지하고 싶어요.

12. 미래의 스포츠 아나운서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다른 일을 찾으세요. (웃음) 사실 많이 고돼요. 물론 만족감도 크지만 지방 출장을 워낙 많이 다녀야 되고 주말에도 쉬는 날이 거의 없어요. 또 가족이나 친구들의 경조사도 챙기기 쉽지 않고요. 요즘같이 워라벨이 중요시되는 시대에 그렇게 추천해 드리고 싶은 직업은 아닌 것 같아요. 물론 단점을 커버할 만큼 장점도 많아요. 어디를 가도 존중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또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월급 받으면서 보는 즐거움도 있고 선수들하고 가깝게 지낼 수도 있는데, 그만큼 (앞서 말한) 단점도 있다는 것을 알고 들어오시면 좋겠습니다.  

13.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신가요?

후배들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저는 ‘인하대 나와서 이러고 있어’라는 말을 제일 듣기 싫어했어요. MBC ‘신입사원’을 할 때 악착같이 명문대 형, 누나들을 이기려고 했던 것도 이 이유이고요. 어떻게 보면 대학에 불만족스러운 사람도 있겠지만, 불만족스러운 1차 이유는 ‘나’ 잖아요. 근데 얼마든지 바꿀 수 있어요. S대 출신들이 모두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이름 없는 대학 출신들의 100%가 실패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성인이 아니라서 이때 선택에 아쉬움이 있을지는 몰라도 대학을 졸업하는 시점에서는 성인으로서 직접 선택을 내릴 수 있거든요. (주변을) 탓하기보다는 돌파구를 찾아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인하대 출신들이 방송뿐만 아니라 곳곳에 되게 많아요. 그래서 후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고 빛을 많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박동휘 기자  12163373@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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