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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전화 공포증에 대해

 65기 수습기자 모집이 끝났다. 내가 수습기자였던 시절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는데, 정기자를 거쳐 벌써 부국장이라는 자리까지 맡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부국장이 됐다는 건 적어도 입사한 지 1년은 지났다는 얘긴데, 그럼에도 익숙해지지 않는 게 한 가지 있다. 그건 바로 취재 전화다. 이번 취재 수첩에서는 전화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한다.

 2020년 초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19 때문에 취재는 거의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비대면으로 취재를 하면 대부분 메신저나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취재원과 연락한다. 메신저나 이메일로만 취재하면 좋겠지만 빠른 답변을 듣고 싶거나 다른 방도가 없을 땐 전화를 피하기 힘들다. 여기서 문제는 내가 전화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취재 전화를 하기 전에는 항상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긴 마음의 준비 시간이 끝나면 ‘안녕하세요, 인하대학신문사 박지혜 기자입니다’로 시작하는 대본을 쓴다. 써 놓은 대본을 두세 번 다시 검토한 뒤,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건다. 그러면 전화로 물어본 것들에 친절하게 답해주시는 분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분도 있다. 특히 전화를 받자마자 “빨리 말씀하세요!”라고 윽박지르던 사람, 그리고 “육하원칙에 의해서 얘기하라”며 트집을 잡던 사람과의 전화는 잊을 수가 없다. 그런 전화를 하고 있을 땐 정말 울고싶어진다. 취재를 통해 정보를 얻어야 하는 내가 마치 ‘을’이 된 기분이다.

 전화 연결 자체가 어려울 때도 있다. 전화를 걸면 ‘우리 부서가 아니라 다른 부서에 연락해보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하는데, 막상 다른 부서에 전화하면 그 부서는 또 다른 부서에 연락해보라고 한다. 이럴 땐 다시 전화를 걸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하다. 또 하이테크 도둑 관련 취재를 하던 당시, 미추홀구 경찰서 형사분께 전화를 했을 때는 8번이나 걸었는데도 받지 않았다. 그렇게 반쯤 포기하고 저녁을 먹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그분께 다시 전화가 와서 당황한 경험도 있다.

 신문사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전화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만 해도 ‘전화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1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나는 아직도 취재 전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전화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괜히 끝까지 미뤄보고, 전화를 걸기 전부터 받는 사람이 불친절하면 어떡하나 지레 겁부터 먹고 본다. 그리고 취재 전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 그제서야 울며 겨자 먹기로 전화를 건다. 오히려 전화 공포증이 심해진 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신문사에 몸을 담은 이상 전화 취재는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을 새기며, 나는 오늘도 취재를 위해 전화번호를 누른다.

박지혜 기자  12192847@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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