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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나의 수습기(期)에게

 수습기자 시절, 편집국장에게 신문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수습도 힘든데, 정기자로 1년을 더 있을 수는 없다는 속내였다. 구구절절 글을 썼다. 세시간 뒤, 내가 보낸 편지보다 훨씬 많은 양으로 답장이 왔다. 이 장문의 편지를 보니, 차마 “그래도 나가야겠다”고 답장할 수가 없었다. 글이라면 도가 튼 국장을 상대로 겨우 편지 한 통 쓰고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내가 참 어리석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수습 기간이 제일 편했다. 이틀 밤낮으로 마감하는 날 가수면 상태에 있는 내 모습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신기한 건 어느 순간부터 신문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어느 새벽, 동기로부터 문자가 왔다. “프로필 링크에 있는 기사 잘 읽었다. 앞으로도 글 많이 올려달라”는 말이었다. 나는 평소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사 링크를 걸어 둔다. ‘일’면식만 있던 동기였기에 메시지를 받고 잠시 의아하긴 했지만, 곱씹을수록 기분이 들떴다. 평소에 애착이 가는 기사라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학보사 기자는 인정받을 기회가 별로 없다. 고등학생은 수능 등급으로, 대학생은 학점으로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지만, 학보사 기자는 노력에 보상받을 길이 마땅치 않다. 그런 상황에서 “기사 잘 봤다”는 한마디는 지친 기자들이 다시 일에 열중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수습 때 이런 ‘보람’을 느끼기는 참 어려웠다. 수습기자와 정기자 사이에 ‘자율성’이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수습은 쓸 수 있는 기사가 한정적이다. 배우는 기간이기 때문에 기사 주제와 방향이 데스크나 선배 기자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받는 수많은 ‘지적’들은 덤이다. “글이 재미없다, 글이 어렵다, 글 주제가 뭐냐”는 둥 지적을 일일이 받아 적다 보면 그날 밤 악몽을 꾸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수습기자가 중도에 포기하곤 한다. 내가 나가려 했던 이유도 비슷하다. 63기에는 수습기자가 4명이나 있었지만 그중 한 명이 버티지 못하고 나갔다. 나를 포함해 수습기자 절반이 사표를 낸 셈이다.

 아마 올해 들어오는 수습기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생각보다 잘 써지지 않는 글에 좌절할 수도, 기대와 다른 신문사의 모습에 실망할 수도 있다. 노트에 빼곡히 적힌 데스크와 선배 기자들의 지적들을 보며 밤잠을 설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영겁의 시간이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거다. 그 시간이 지나면 짧은 보도쯤은 뚝딱 만들어내는, 기사 초안에 피드백이 없으면 불안해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그때 밤잠 설치며 받아적었던 지적들이 더 나은 글을 완성시킨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자신이 기획한, 자신이 원했던 기사를 쓰고 “기사 잘 봤다”는 독자와 동료 기자들의 한마디를 들을 때면 “학보사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김범수 기자  12202998@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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