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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비상 아닌 비상

 비대위, 비대위, 비대위···. 접하는 자치기구마다 ‘비대위’다. 비상(非常) 대책(對策) 위원회(委員會), 풀어보면 “뜻밖의 긴급한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된 위원회”라는 의미다. 하지만 학생사회 내에서 통용되는 뜻은 정반대다.

 실질적으로 ‘평범한 일상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된 위원회’ 쯤 된다. 선거 무산은 일상적인 일이지 않은가. 총학생회 출마와 온라인 선거에 힘입어 여럿이 단과대급 학생회 선거에 도전하나 했다만 고작 한 곳이었다. 단과대·독립학부 학생회 9곳 중 사범대만 단독 출마하여 당선됐다.

 “시국이 시국이라 출마하지 않은 것 아니냐” 하면 그렇지만은 않다. 매 학기 보도하던 중앙·단대 선거 무산 기사와 당장 총학생회를 비롯해 다수의 자치기구가 비대위로 운영돼 온 것을 본다면 말이다. 오히려 총학생회는 출마해 당선됐다. 만약 그렇다 해도 언제까지 코로나19의 그늘에 가려져 있을 셈인가.

 “어차피 비대위라도 운영할 것이다”라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당장 누군가 출마하지 않아도, 등장한 출마자에 애써 표를 던지지 않아도 임시자치기구는 구성되기 때문이다. 임시자치기구도 사업을 진행하고 정식 기구와 학생회칙상 거의 비슷한 지위를 갖는다.

 하지만 그 정당성과 권위는 직선(直選)으로 선출된 집단과 확연히 다르다. 유권자의 지지와 동의를 받지 않은 대표자는 권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 저항과 반발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권위를 위임한 적이 없는데 ‘권위를 위임받은 대표자’가 존재할 수는 없듯이 말이다. 그래서 비대위를 맡은 누군가도 “비대위니까···” 하는 생각이 모든 행동의 저변에 깔리게 되는 것이다.

 와중에 “학생자치에 관심 없다”는 말이 피날레를 장식한다. 나랏일에도 관심이 없으니 학생이 하는 정치 따위 신경 안 쓴다고들 한다. 유권자와 출마자 둘 다 관심의 끈을 놓았다. 결국 학생들의 권익은 지난 몇 년간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지난 번 강의평가 사태부터 계절학기 수업 하나 열리지 않는 학부들까지.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지금 이 상태에 무뎌진 것이 아닌가.

 소문으로만 돌던 모든 학생자치기구의 ‘무정부 상태’가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대로는 정상적인 학교생활 한번 해보지 못한 20·21학번 후배들에게 모든 짐을 떠넘기는 것밖에 안 된다.

 만해 한용운 선생이 말했다. "고금동서를 물론하고 국가의 흥망은 일조일석에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나라든지 스스로 망하는 것이지 남의 나라가 남의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수백 년 부패한 정치와 현대 문명에 뒤떨어져 나라가 망한 것이다." (2020. 02. 04. 조선일보)

 매년 크고 작은 곳에서 발생해 쌓여가는 문제들을 먼발치서 지켜보고만 있다가는 영영 해결하지 못한다. 자치기구 하나둘씩 사라지다, 그 길의 끝엔 결국 학생사회의 궤멸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비상(悲傷)의 상황이 벌어져 있다. 총학생회가 존재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4월 재선거에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한다.

김동현 편집국장  12192830@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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