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자담론
[조명하다] 개선되지 않는 택배 노동자 근무 환경을 조명하다

 본지는 작년에 배송 기사 노동 여건에 대한 기획 기사를, 올해 초에는 ‘반복되는 배송 노동자의 죽음’이라는 기자담론을 실은 적 있다. 필자는 얼마 전에도 택배기사들이 과로사로 숨졌다는 뉴스를 봤다. 꾸준히 게재되는 택배 근무 환경 기사를 통해 아직도 이 문제의 개선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택배 노동자는 여전히 고강도, 장시간 작업환경을 겪고 있었다. 정부 조사 결과 기사 1인당 1일 평균 작업 시간은 12.1시간이며, 평균 작업량은 약 250건(배송 177건, 집화 73건)에 달했다. 일요일과 공휴일 외에는 휴무가 없는 주 6일 배송이 당연했다. 택배기사들이 배송하는 데 있어서 택배 차량 단지 내 진입 거부 문제도 볼 수 있었다. 일부 아파트는 안전 등의 이유로 단지 내 택배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있어 택배 기사들은 아파트 단지 바깥에 차량을 세울 수밖에 없다. 물량이 많은 경우 차량과 각 배송지까지 수십 번씩 오가야 하고 배송 시간도 지연되는 등 고충을 겪게 됐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과로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 택배기사는 15명으로 과거보다 급증했다. 고용노동부의 ‘지난 5년간 택배 물류 통계 및 택배 근로자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산업재해로 인한 택배 노동자 사망자 수는 2015년 4명, 2016년 1명, 2017년 4명, 2018년 3명, 2019년 2명으로 집계됐다.

 이와 같은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과 휴식 없는 근무의 원인 중 하나로 배송 단가 인하를 꼽는다. 업체 간 과당 경쟁이 단가 경쟁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상자당 수수료를 받는 택배기사 수수료도 함께 낮아지는 것이다. 평균 택배 운송 단가 하락은 택배업체 이익률 저하와 더불어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을 초래했다. 또한 택배 분류작업을 택배 기사가 하는 부분 역시 문제다. 당일 배송할 택배를 당일 오전에 분류하기 때문에 실제 업무인 배송 마감 시간이 늦어지면서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문제가 계속되자, 정부는 이달 12일 택배기사의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한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 신분이기에 주 52시간제 등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했던 택배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제한과 산재보험 확대 등이 골자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1일 최대 작업 시간 기준 마련 ▲오후 10시 이후 심야 배송 제한 ▲토요휴무제 등 주 5일 작업 확대 ▲물량 조정 시스템 구축 ▲산재보험 확대 ▲고용보험 적용 ▲표준 계약서 보급 확대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해당 대책의 실효성 문제가 불거졌다. 택배기사들의 심야 배송 마감 시간을 제한한 것은 그렇다 해도 주 5일제로 인한 주말 업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또한 배송 과정에서 불거지는 택배 기사와 이용자들 간 마찰은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택배 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비롯해 배송 과정에서의 갈등을 해결할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서 산재보험과 관련해 택배기사들이 요구하는 부분이 반영되지 않은 것도 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일반 노동자들은 산재보험이 100% 적용되나,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 노동자들에게는 산재보험료의 50%를 내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대책위원회는 나머지 50%마저 내려 하지 않는 회사들이 있다며, 이런 부분을 정부가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비중이 커지면서 택배 배송 물량은 20년 사이 13.9배가 증가했고,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택배 물량은 포화 상태가 됐다. 이렇듯 배송해야 할 택배들은 많지만 그만큼 배송할 인원이 부족해 택배기사의 근무환경은 악화할 뿐이다. 이제라도 장기적으로 그들이 실질적으로 개선된 근무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박유정 기자  12182941@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유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