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
[기획] 한정판의 유혹

 

‘한정판’의 유혹

 올해 여름, 스타벅스 매장 앞에 사람들이 새벽부터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이유는 스타벅스 여름 한정판 ‘서머 레디 백’을 받기 위해서였다. 이 ‘서머 레디 백’은 정해진 응모 기간 안에 음료를 구매하면 주는 ‘프리퀀시(일종의 쿠폰)’ 17개와 교환할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인터넷에서는 스타벅스에서 음료 300잔을 주문하고 음료는 가져가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유명 중고거래 카페에서는 서머 레디 백에 많은 웃돈을 얹어 파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렇다면 한정판은 어떤 심리를 자극하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하는 걸까. 한정판이라는 단어에서도 드러나듯, 한정판은 희소성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심리학자 브램에 의하면, 어떤 대상이 희귀해지고 한계가 생기면 사람들은 그 대상을 더욱 가지고 싶어 한다. 이런 경향성에 따라 희소성은 큰 매력으로 느껴져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게 되는 것이다.

 

한정판에 열광하는 심리

 이에 더해 한정판의 특별함을 가지게 된다는 심리적 만족감도 한몫한다. 한정판은 원한다고 해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소비자는 한정판의 희소성을 자신에게 투영하게 되고, 이윽고 소비자 개인에게 큰 심리적 만족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또 사람들은 타인의 행동에 관심이 많으며 여러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고 싶어 한다. 이것은 일종의 동조심리에 해당하는데, 남들이 어떤 것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면 자신도 왠지 모르게 가지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한정판 획득에 성공해 ‘가진 자’에 속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특히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는 인스타그래머블한(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릴만한) 것에 열광하는 경향이 있다. 한정판 상품은 MZ세대가 SNS에 올리기 좋은 소재가 되고, 그렇게 올라간 게시물은 다른 사람들의 동조심리를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한정판을 원하게 하는 구조

 한정판은 그것을 얻기 위한 행동들을 게임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도 한다. 일종의 게이미피케이션으로,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의 매커니즘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프리퀀시 마케팅은 바로 이런 부분을 건드렸다. 게임을 통해 점수를 쌓고 보상을 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프리퀀시 17개를 모아 한정판 상품으로 교환하는 것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프리퀀시를 모으는 것도 어렵지 않으니, 음료 17잔만 마시면 누구나 한정판 상품을 교환할 수 있다는 사실도 많은 사람의 참여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한정판을 특히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팬덤과 마니아 층이다. 왜 유통업계가 연예인 광고에 열광하겠는가. 팬덤과 마니아층은 특정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호감을 느끼고 그와 관련된 것을 수집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팬과 마니아들은 로고가 있는 물건을 통해 해당 회사나 브랜드와 가치를 공유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따라서 같은 제품이라도 로고가 없거나 작은 상품보다, 로고가 두드러지게 디자인된 상품이 더 잘 팔릴 때도 있다. 캐릭터나 연예인과 상품을 콜라보레이션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캐릭터, 연예인의 팬덤을 상품의 소비자층으로 확보할 수 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 ‘펭수’와 타제품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쏟아져나오고, 기업들이 앞다퉈 아이돌 ‘방탄소년단’과 콜라보레이션해 상품을 내놓는 것이 그 예시다.

 

한정판, 이대로 괜찮은가

 하지만 이렇게나 매력적인 한정판에도 문제점은 존재한다. 앞서 말했던 스타벅스 여름 한정판 서머 레디 백을 떠올려보면, 각 기업에서 한정판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은 계절마다 ‘시즌 한정’ 상품을 내놓고, 잦은 콜라보레이션을 한다. 이것은 단순 마케팅을 넘어 소비자를 현혹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정판의 유혹은 곧 개인의 차원에서 충동 소비와 과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말 그대로 ‘유행인 것 같아서’ 한정판을 구매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음에도 한정판이라는 문구에 현혹되어 구매하는 사람도 더러 생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리셀’이다. 한정판 제품을 사는 사람 중에선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대량 구매해 웃돈을 얹어 되파는 사람도 많다. 11월 9일 기준 유명 중고거래 카페인 ‘중고나라’에서 ‘스타벅스 레디 백’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 수만 해도 약 5,000개다. 레디 백 대란이 일어났던 여름에는 인기가 가장 높은 분홍색 레디 백의 가격이 10만 원 이상을 호가했다. 가장 가격이 낮은 음료들로 프리퀀시 17개를 채운다고 하면 총 64,800원이 드는데, 이 가격마저 정가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약 두 배, 혹은 그 이상의 가격을 붙여 판매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한정판 악용을 막으려면

 올해 여름, 스타벅스가 일으킨 ‘레디 백 대란’은 한정판 마케팅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7월 2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사은품 수령 조건을 채운 고객이 사은품을 받지 못한 경우가 너무 많다”고 공정거래법 제 23조 위반을 지적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가장 원론적인 방법으로 ‘1인 1개 한정’으로 판매하는 방식이 나왔다. 한 사람당 하나만 살 수 있도록 제한하면 사재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리셀 문제가 가장 두드러졌던 스타벅스 레디 백은 처음에는 수량 제한이 없었으나, 문제점이 제기된 후 6월 5일부터 이 방식을 적용했다. 하지만 이는 사재기와 리셀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는 있었지만, 완전히 방지하지는 못했다.

 추첨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럭키 드로우(lucky draw, 제비뽑기)’와 ‘래플(raffle, 추첨식 복권)’이다. 이 두 가지는 선착순 판매가 아닌, 응모를 한 사람 중에서 추첨을 통해 뽑힌 사람들만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인터넷 쇼핑몰 ‘무신사’는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판매할 때 래플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럭키 드로우와 래플은 응모 기간 안에만 응모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무작위 추첨을 거치기 때문에 다른 어떤 방식보다도 비교적 공정하다. 한 사람이 여러 개를 구매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한정판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정리하면, 한정판은 희소성이라는 특징으로 사람들을 매혹한다. 타인이 가진 것을 자신도 가지고 싶어 하는 동조심리가 한정판을 구매하도록 이끈다. 또, 구매 과정에서 한정판을 얻기 위한 게임처럼 느껴지도록 해 흥미를 유도한다. 팬덤과 마니아 층이 좋아할 만한 한정판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층을 확보하기도 한다.

 한정판은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한정판의 그림자는 생각보다 짙다. 소비자들은 한정판의 과도한 마케팅을 구별해내 합리적으로 소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정판 제품을 다량 구매해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려 판매하는 행위도 지양해야 한다. ‘한정판’이라는 문구에 현혹되지 말고, 많은 소비자들이 주체적이고 가치 있는 소비를 하기 바란다.

 

박지혜 기자  12192847@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지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