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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대학과 소속감

 어느새 2020년이 거의 다 지나갔다. ‘과잠’으로는 추위를 다 막을 수 없는, 롱패딩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리고 ‘코로나 학번’이라는 웃지 못할 별명을 가진 20학번 신입생의 한 해도 다 지났다. 기자도 20학번이다. 내년부터 이것저것 물을 21학번 후배들에 어떻게 답해줘야 할지 벌써 막막하다. 선배에게 쪼르르 달려가 물어봐야 하나. 아 참, 아는 선배도 없으니 그냥 각자도생(各自圖生)하라 할 수밖에.

 몇 없는 동기들과 밥, 술자리를 하다 보면 한 번쯤 나오는 얘기가 있다. 바로 ‘반수’다. “나는 OO대, △△대 수시 넣었다. 너도 어디 넣었냐, 수특(수능특강)은 샀냐”는 둥 입시에 찌든 고3 급식실에서나 나올 법한 말들이다. 인하대학교를 떠나 다른 대학교로 가고 싶다는 진지한 말이 인하대 동기들 앞에서 거리낌 없이 나온다. 그런데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누구도 희한하게 여기지 않는다.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학원가는 ‘반수생 수험전략 설명회’에 지난해보다 20~30% 더 많은 인원이 예약해 설명회를 추가로 열었다. 서점가에선 대입 서적 판매량이 30% 이상 급증했다. 반수 이유로 50%가 ‘입시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30%가 ‘코로나로 인한 소속감 부재’를 들었다고 한다. 입시 결과가 아쉽다는 얘기는 늘 있었지만, ‘소속감이 부족해 반수한다’는 이유는 처음이다.

 아무리 대학을 ‘학문의 전당’이라 부른다지만, 사실 대학은 학문 외 할 수 있는 활동이 더 많다. OT, MT, 술자리, 동아리 활동, 학생자치, 봉사활동 등이다. 공통점은 모두 ‘공동체로서의 대학’을 경험하는 일이다. 성인의 책임감을 갖고 타지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 새로운 사회에 소속돼 호흡하는 것, 이 역시 대학의 중요한 역할이다.

 유독 많은 반수의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공동체로서의 대학’을 경험하려 대학에 온 학생들인데, ‘공동체’는커녕 아는 사람이 손에 꼽는데 누가 이 대학에 ‘소속’돼 있다고 느낄 수 있을까. I-Class 화면 속에서 강의 듣고 과제만 하는 현실에서 소속감을 느끼긴 참 어렵다. 인하사이버대가 그들이 기대하던 대학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견고하게 구성된 학교사회에 타자로 구분되는 느낌만 받으니 ‘반수’라는 도피처를 찾는 건 아닐까.

 내년 신입생도 같은 전철을 밟을까 걱정이다. 이 전대미문 코로나가 집어삼킨 ‘정상적인 대학’이 내년이라고 다시 원래 궤도로 돌아올 거란 보장이 없다. 학교생활과 학교행사는 줄어들고, 학생자치는 위축된다. 그들이 이 대학에 소속돼 있다는 느낌은 없을 테고, 또다시 ‘반수 원서’를 제출할 것이다.

 인구절벽 속에서 대학들은 신입생 확보에 사활을 건다. 그런데 ‘들어왔으니 됐다’고 생각하는 걸까. 신입생 유치도 중요하지만, 대학은 구성원을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증유의 사태 속에서 학교, 학생사회 모두가 당황했다. 그러나 내년에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구성원들이 소속감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김범수 기자  12202998@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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