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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족보전쟁


족보전쟁

족보 전쟁은 끝나야 한다.

 

 족보란 대학에서 통용되는 시험 기출문제를 뜻하는 은어다. 현재 대학에서는 족보를 공유하며 이용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어, 시험 기간만 되면 많은 학생이 족보를 구하려 ▲교내 복사실 ▲익명 커뮤니티 ▲외부 사이트에서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왜 학생들은 이토록 족보를 활용하려 할까? 당연하게도 그 이유는 족보의 소유 여부가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적을 잘 받으려 사용한 족보가 저작권법에 어긋난 대상임을 알고 있는가?

 이 외에도 족보는 시험에서 공정한 경쟁을 막기도 한다. 주로 학생회나 소모임 위주로 은밀하게 공유돼 전체 구성원이 아니라 일부에게만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족보를 구한 학생은 비교적 쉽게 시험을 준비할 수 있지만 구하지 못한 학생은 그렇지 못하게 돼, 출발선이 다른 상태에서 시험을 준비하게 된다.

 이러한 족보가 현재 본교에서는 어떻게 사용, 거래되고 있는지 살펴보며 원작자인 교수님들은 판매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족보 제작과 거래

 족보 제작은 해당 수업을 들은 학생이 시험을 본 후 시험지를 챙겨오거나 문제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행해진다. 전달 방법으로는 해당 수업 선배가 자신의 후배들을 돕고자 족보를 공유하는 경우가 있으며 최근에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본교 에브리타임 장터 게시판에는 2학기 중간고사를 앞둔 10월, 족보와 관련된 글이 100개 이상 올라왔다. 글의 주요 내용은 현재 수강 중인 강의의 시험 문제를 구하는 것으로, 금전적인 거래로 이어지는 글도 있었다. 확실한 취재를 위해 기자는 에브리타임에서 족보를 판매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직접 구매 의사를 밝혀봤다. 한 판매자는 익명 쪽지를 통해 계좌번호를 알려주며 입금 후 확인 쪽지를 보내라고 말했다. 또한 다른 판매자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족보에 관해 문의하라 말했고 입금이 확인되면 족보를 보내겠다고 알렸다.   

에브리타임 장터 게시판에 '족보'를 검색하자 나오는 게시물들

 족보 거래는 교내뿐 아니라 외부 공유 사이트에서도 활발히 이뤄진다. 대표적인 사이트로는 ▲해피캠퍼스 ▲클래스에이드 ▲에듀팔 등이 있으며 실제로 이 사이트에서 ‘인하대’를 검색 시 무수히 많은 교내 시험 문제가 있었다. 거래 방식은 사이트별 차이가 있었는데 ‘해피캠퍼스’의 경우 해당 금액을 직접 충전해야 자료를 구매할 수 있었다. 이와 다르게 ‘클래스에이드’와 ‘에듀팔’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자료를 사이트에 공유하며 포인트를 얻고, 이후 획득한 포인트로 자료를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책임져야 할 행동

 교수가 제작한 시험 문제는 출제자의 사상과 감정이 표현된 창작물이다. 이에 따라 저작권자인 교수의 허락 없이 족보를 공유하며 판매한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에브리타임과 외부 공유사이트에서 사용자가 족보를 판매하는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다. 따라서 교수가 족보 거래에 문제를 제기할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는다.  

 더불어 한 공유사이트의 회원 가입 약관 18조에는 ‘회원의 게시물이 제3자의 저작권 기타 재산권을 침해함으로써 발생하는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에 대하여 회사는 이를 일체 부담하지 아니합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족보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사이트 자체가 문제지만, 가입자가 회원 가입 약관을 주의 깊게 보지 않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저작권법과 관련된 문제 발생 시 사용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저작권자인 교수가 족보에 관해 직접 제재를 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족보 거래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족보 공유 및 판매는 이처럼 엄연한 위법이므로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며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본교 족보 사용 실태

정석 학술정보관 지하실에서 판매되고 있는 족보

 현재 본교의 정석 학술정보관 지하실이나 각 호관 복사실에는 무수히 많은 족보를 판매하고 있다. 이에 해당 과목 교수 두 명에게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A 교수는 “판매를 허락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고 B 교수 역시 “처음 듣는 이야기이며 판매를 허락한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또한 지난 2016년 교내 한 복사실에서는 개인정보가 노출된 시험지를 학생의 허락 없이 판매한 사례가 있었다. 한 학생이 인쇄한 내용을 저장해 무단으로 판매한 것으로 학생들뿐 아니라 임대매장마저 족보에 둔감함을 알 수 있다.

 족보가 강의 전체 구성원이 아닌 일부에게만 공유돼 성적에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 사회과학대학 C 교수의 강의는 족보와 시험 문제가 유사하다고 학생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족보는 해당 학과 카페에만 업로드돼 있어 타 학과 학생들은 이를 사용하지 못했다. 19학년도 2학기 강의를 수강한 학생에 따르면, C 교수는 ‘앞으로 족보대로 출제하지 않겠다’고 수업 초기에 학생들에게 알렸다. 그러나 C 교수는 해당 학기 시험을 족보와 유사하게 출제했다. 이로 인해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교내 익명 커뮤니티 강의 평가에서 ‘왜 족보대로 안 내신다고 해놓고 족보대로 내셨을까요?’, ‘족보대로 안 내신다고 1주차부터 강조해 놓고 또 족보대로 나왔다’며 불만을 호소했다.

 이처럼 본교에서도 족보에 관한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를 가볍게 여길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족보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족보 근절을 위해서 해야 할 일

 족보 사용 시 법적인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의식과 동시에 학생들 스스로도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 대학은 자신이 해야 할 공부를 스스로 찾아서 하는 교육기관이다. 직접 공부하며 탐구해야 할 대학생이 족보에 의존하는 것은 수박 겉 핥기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족보는 대학과 맞지 않는 산물이라는 것을 항상 마음속에 담아둬야 한다. 족보의 수요가 준다면 공급도 줄어들 수 있다. 우리 일상에 자리 잡은 족보를 놓아줘야 ‘족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교수의 출제 방식 또한 변화해야 한다. 형식이 비슷한 문제가 시험에 반복적으로 출제되면 족보는 계속 거래되며 이용될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교수들은 중복되는 시험 출제를 지양해야 한다. 학생들이 족보 없이도 시험을 준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족보 사용이 줄어들 것이다. 또한, 학교 차원에서도 이와 관련된 피해 사례가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해 더 이상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복사실과 외부 사이트에서 족보를 공유 및 판매하는 행위도 규제가 필요하다. 족보의 저작권자인 몇몇 교수는 자신의 시험 문제가 공유되며 판매되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족보 거래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데 저작권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아도 판매 자체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면 족보 거래는 줄어들 것이다.  

 취업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대학 내 학점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족보를 구하려는 움직임은 활발하며 돈을 통한 거래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족보 거래는 불법이며 누군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족보 자체가 문제라는 의식을 학생들 스스로가 가져야 하고 대학 역시 족보에 관해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 더는 피해 보는 학생이 없도록 해야 한다. 미래의 대학은 ‘족보 전쟁’을 끝내 대학 본연의 가치를 지키길 희망한다.   

 

 

박동휘 기자  12163373@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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