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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톡톡] "복권 당첨되면 반 준다"는 말, 지켜야 할까?

 복권을 사 본 경험이 있는가? 필자가 막 스무 살이 된 직후, 백주대낮부터 술을 걸치고 친구와 명동을 지나다 복권 집에 들렀다. 일확천금을 노린 것은 아니었고 혹시나 첫 복권에 4, 5등이라도 당첨된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두 장을 결제해 하나를 친구에게 줬다. 친구는 복권을 받으며 “당첨될 리 없으니, 만약 당첨되면 반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정말로 그 친구가 1등에 당첨된다면 필자에게 당첨금 반을 나눠줘야 할까?

 흔히 ‘구두계약도 계약이다’라고 말한다. 서면으로 문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말)로 맺은 계약도 법률적인 효력을 지닌다는 뜻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구두계약도 엄연한 약속으로 지켜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난 2011년, 경기도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A 씨는 친구 B 씨로부터 복권 한 장을 받았다. 복권을 받고 기분이 좋아진 A 씨는 B 씨에게 “내가 1등에 당첨되면 2억 원을 네게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날 A 씨는 자신이 복권 1등에 당첨됐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에 빠졌다. 단지 술 먹고 말로 한 약속일 뿐이라는 생각에 8,000만 원만 건넸다.

 B 씨는 A 씨로부터 받기로 한 2억원을 다 받지 못했다며 남은 1억 2천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 씨는 “기한도 정하지 않았고, 작성된 문서도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B 씨는 법원에 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은 B 씨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사건을 맡은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말로만 한 약속이지만, 둘 사이에 당첨금 분배 약정이 맺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B 씨가 직접 복권을 사주는 등 A 씨의 당첨을 위해 기여한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민법상 계약은 당사자 합의만 있으면 성립한다. 이를 ‘낙성 계약’이라고 부르는데, 계약 당사자의 제안과 승낙으로 계약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때문에 말로만 약속했다고 해도 A 씨와 B 씨 사이의 약속은 효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구두계약이 재판으로 넘어간다면 조건은 더 까다로워진다. 위 사건의 경우 법원이 A 씨와 B 씨 사이의 구두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A 씨가 구두약속의 존재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두 사람이 약속의 존재 여부에 관해 다투기 시작한다면 판사는 그 약속이 실제로 있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민사소송법상 어떤 사실이 존재할 때 입증할 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측에 있는데, 입증하지 못하면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약속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계약을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해선 서면 작성이나 녹음 등이 가장 정확한 길이다. 물론 친구가 호의로 한 말을 듣고 계약서나 녹음기를 꺼내는 일은 없길 바란다.

 결국 B 씨는 약속한 대로 친구로부터 2억 원을 받았지만, 우정을 잃었다. 한편 다행인지 불행인지 필자와 친구는 복권에 당첨되지 않았다. 1등은커녕 5등에도 걸리지 못했다. 당첨금을 반으로 나눠줘야 한다는 약속은 지킬 필요가 없어졌다. 일확천금의 기대는 저버렸지만, 1등에 당첨돼 친구와 소송까지 가진 않게 됐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을 수밖에.  

김범수 기자  12202998@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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