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요식업계에 표절 논란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덮죽덮죽’의 상품이 경북 포항 ‘THE신촌’s 덮죽’과 유사하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포항에 위치한 이 덮죽집은 지난 7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방영되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올카인드 코퍼레이션’의 ‘덮죽덮죽’이 서울 강남구를 중심으로 해당 방송에 나온 ‘시금치소고기덮죽’, ‘소라돌문어덮죽’ 등 메뉴 이름과 조리법을 표절한 음식을 판매하면서 논란이 됐다.

 원조 덮죽의 이름만 차용한 것이 아니라 상당수의 메뉴 조리법까지 카피했다는 사실에 네티즌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에 ‘덮죽덮죽’ 이상준 대표는 “표절로 오인할 수 있는 문구를 표시했다”며 “수개월 연구를 통해 음식을 개발한 포항 덮죽 대표님께 큰 상처를 드렸다”고 사과했다. 덧붙여 “금일부로 모든 프랜차이즈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했다.

 결국 덮죽 표절 사건은 음식을 표절한 프랜차이즈가 사업을 철수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요식업계의 표절 관행이 근절된 것은 아니다. 유사한 사례가 얼마든지 추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 요식업계 표절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작년 4월, 차돌박이 전문점 ‘이차돌’과 유사하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일차돌’이 등장했다. 현재 이차돌은 유사 상호와 일본풍 분위기의 목재 외관, 점포 내에서 판매하는 메뉴의 유사성 등의 이유로 일차돌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같은 해 6월에는 tvN ‘강식당’이 인기를 끌자 모 배달전문 음식점에서 방송에 나온 메뉴를 그대로 쓰거나 교묘하게 변형해 판매하다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특정 메뉴의 인기가 높아지면 비슷한 제품을 우후죽순으로 출시하는 관행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요식업계에서 이러한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요리 조리법이 저작권으로 인정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조리법은 창작물이 아니라 창작 전 단계인 ‘아이디어’로 취급한다. 그러나 현행 저작권법상 아이디어는 보호받을 수 없다. 저작권법의 대전제는 아이디어가 아닌 아이디어의 ‘표현’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법적 보호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특허 출원을 통해 권리를 보장받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조리 전 과정을 계량화해 제출하기 때문에 자칫 유출 가능성이 있고 심사과정 역시 엄격하다. 음식이 특허를 받기 위해선 참신한 조리법(신규성)과 맛의 진보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판단기준이 적용된다. 또한, 이런 방법이 존재하긴 하더라도 포항 덮죽처럼 영세 자영업자가 음식 조리법 등의 상표 등록까지 신경 쓰기란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요리 레시피도 창작물로 인정해 더 확실한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후발주자가 기존 조리법을 조금만 변형해 사용한다면 이에 관한 판단이 힘들기 때문이다. 즉, 이것이 표절인지 새로운 조리법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저작권의 기준을 너무 강하게 설정하면 요식업 후발주자의 창의적 개발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번 ‘덮죽 사태’는 이차돌 등 이전 사례보다 비교적 원만하게 해결됐다. 그러나 이 해결은 당국의 사법·행정적 관리나 표절 당사자의 자발적 노력 덕분은 아니었다. 순전히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인지도와 이 프로그램이 보유한 팬덤에 힘입은 여론 덕분이었다. 골목식당에 출연하지 않은 여타 자영업자였다면 절대 쉽게 해결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조리법에 관한 저작권 보호가 모호한 현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건 요식업계의 자정적 노력이다.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해도 업계 스스로 타 업체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

김범수 기자  12202998@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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