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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성급한 판단, 누군가에겐 큰 상처를 준다

 운전해 본 사람이라면 중립기어가 무엇인지 알 것이다. 중립기어란 도로에서 차량이 움직이지 않게 하기 위해 기어 상태를 중립으로 두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다시 움직이기 위해 손으로 가볍게 기어를 밀면 차는 곧바로 이동할 수 있다.

 최근 이러한 중립기어를 활용한 신조어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행이다. 어떤 사건에 관한 정보나 증거가 부족할 때 ‘중립기어를 박아야 한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 신조어는 양쪽의 의견이 대립되는 경우와 상황을 유의 깊게 지켜봐야 하는 사안에서 자주 사용된다. ‘끝까지 결론을 내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며 중립 된 기어를 움직이면 언제나 차가 움직일 수 있듯, 정확한 정보나 증거가 충분하다면 판단을 내리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중립기어를 지키지 못한 모습이 많이 보인다. 대표적으로 최근 유명세를 탄 유튜버 A씨의 사례가 있다. A씨의 채권자라 주장한 B씨는 ‘A씨가 빌려 간 돈을 갚지 않았다’라는 법원 판결문과 함께 자신의 입장문을 SNS에 게시했다. 이때 사람들은 중립기어를 풀지 않고 A씨의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며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이는 한쪽 말만 듣고 판단한 게 아니므로 분명 긍정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나 A씨가 게시물에 관한 반박으로 ‘현금과 현물로 돈을 다 갚았다’는 영상을 올리자 사람들은 B씨의 입장은 듣지 않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B씨를 향해 각종 인신공격과 인격모독을 가했다. 하지만 후에 두 사람이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여러 번의 금전 거래로 인한 착각으로 A씨가 돈을 갚지 않은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자신들이 믿고 응원하는 유튜버의 입장만 듣고 중립 기어를 푼 것으로, 일반인에 대해선 성급한 판단을 함으로써 누군가에게 지울 수 없는 악몽을 꾸게 했다. 

 더불어 본교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9월 발생한 총대의원회 음주사건 제보에 관해 일부 학생들은 중립기어를 풀고 어긋난 방향으로 갔다. 이들은 ‘음주 사실이 없었다’는 총대의원회의 초기 입장문을 그대로 믿었다. 이에 따라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전자공학과 학생회장과 제보한 학생에게 ‘감사 때 징계받은 거 복수하려 그런 거 아니냐’, ‘그 시간에 학교에 있던 것도 똑같이 잘못이다’라며 정확한 근거 없이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총대의원회의 음주 행위는 사실이었으며 제보자가 학교에 있었던 이유는 야간규찰대 업무를 끝낸 뒤 조끼를 반납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중립기어를 지키지 못한 학생들은 익명의 뒤에 숨어 당사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줬으나 이에 대해 사과를 표하지 않았다.  

 이렇듯 우리는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뜬 소문을 믿지 않아야 하며 한쪽 말만 듣고 사안을 판단해선 안 된다. 성급히 중립기어를 풀어 잘못된 판단으로 타인을 비난한다면 당사자는 평생 지우지 못할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단순히 ‘내가 응원하는 유명한 사람이어서’, ‘말을 조리 있게 잘해서’라는 이유로 한쪽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사고도 버려야 한다. 정확한 정보와 증거로 사회 구성원들이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이 나왔을 때 중립기어를 풀어도 늦지 않다. 본인의 행위에 책임질 자신이 없다면 성급한 판단은 삼가도록 하자.

박동휘  12163373@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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