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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본교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진단

 최근 교통약자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장벽을 허물자는 ‘배리어 프리’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통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출입구 등 시설을 표시한 ‘배리어 프리 맵’도 생겨났다.

 그러나 본교 홈페이지에는 캠퍼스 맵과 본교 명소가 표시된 지도만 있을 뿐, 배리어 프리 맵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배리어 프리 맵이 없어도 교통약자들이 본교를 이용할 때 불편함은 없을지, 본교 시설물들은 교통약자가 이용하기 편리할지 직접 휠체어를 타고 캠퍼스를 돌아봤다.

 

무거워서 휠체어를 탄 채로는 열기 힘든 출입문

 

 

휠체어 타고 캠퍼스 한 바퀴

 먼저 캠퍼스 내 이동이 편리한지 알아보기 위해 휠체어를 대여해 캠퍼스를 돌아보기로 했다. 본교 학생회관 4층 학보사 사무실에서부터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건물을 빠져나가는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기 위해 지나야 하는 출입구에는 문턱이 있었는데, 처음 타 보는 휠체어다 보니 당황스러웠다. 몇 번 힘을 줘서 올라갈 수는 있었지만, 여닫이 방식인 출입문을 혼자 열면서 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출입문이 상당히 무거워 기자가 휠체어에 탄 채로 문을 열려 하자 휠체어까지 밀려났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도착해 밖으로 나가는 것도 순탄치 않았다. 1층 출입문이 완전히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바닥 구조상 문이 절반 정도만 열리는 상태라 휠체어를 탄 채로 나올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다. 두 기자가 번갈아 가며 몇 차례 시도했지만 실패였다. 결국 다른 한 명의 도움을 받아 밖으로 나왔다.

 이번엔 후문 쪽에서 2호관으로 갈 수 있는 오르막을 휠체어로 올라봤다. 걸어 올라갈 때도 경사가 느껴지는 곳인데, 휠체어를 통해 올라가니 더 가파르게 느껴졌다. 팔과 어깨에 한껏 힘을 줬지만 급한 경사 때문에 다른 기자가 뒤에서 받쳐준 뒤에야 오를 수 있었다.

 

2호관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오르막

부족한 ‘배리어 프리’ 정보

 직접 휠체어를 타고 학교를 돌아보니, 평소 보이지 않던 불편함이 속속 느껴졌다. 특히 교내에 존재하는 많은 건물 출입구 중 어디가 휠체어로 출입 가능한 곳인지 한눈에 알기 어렵다는 점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5호관 ‘ㅁ’자 모양 건물 내 장애인 주차구역에 도착했을 때, 바로 앞에 위치한 출입구는 문턱이 있어 사용할 수 없었다. 다른 출입구도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야 해 현실적으로 사용이 어려웠다.  기자들은 건물 바깥쪽으로 한 바퀴 돌아 5남 쪽 장애인 경사로를 이용해 건물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주차장에서 장애인 출입구로 가는 길은 도로 표면이 울퉁불퉁해 휠체어를 타고 가는 몸이 덜컹거렸다.

 기자들은 본교 재학생이기에 어느 정도 교내 지리를 알고 있지만, 본교를 처음 방문하거나 해당 호관에 익숙지 않은 교통약자는 어느 출입구가 장애인이 출입 가능한 입구인지 한 번에 찾기 힘들어 보였다.

 60주년 기념관 등 일부 건물 앞에는 경사로와 장애인 화장실이 표시된 지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건물에는 어디가 장애인 시설인지에 대한 표시가 존재하지 않았다. 본교 홈페이지에 관련 지도도 없어 본교 방문 전에 미리 정보를 알기 어려웠다. 현재 홈페이지에는 건물 위치를 표시한 ‘캠퍼스 맵’과 교내 명소 위치를 안내한 ‘교내 명소 지도’만 업로드돼 있다.

 타 대학에서는 ‘배리어 프리’ 관련 정보공개를 위해 노력한 사례들이 있다. 한양대학교는 ‘사자들의 주전부리’라는 이름으로 캠퍼스 내 음식점 중 교통약자가 출입 가능한 곳을 표시한 ‘배리어 프리 맵’을 제작했다. 이 외 연세대학교 장애인권동아리 등 장애인 관련 동아리들도 배리어 프리 맵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본교에도 이러한 정보공개가 이뤄진다면, 본교에 방문하는 교통약자들이 조금 더 수월히 캠퍼스를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진단해 본 ‘배리어 프리’

 이어 기자들은 본교 시설물이 ‘배리어 프리’할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휠체어를 타고 직접 경사로와 문을 통해 출입해 보고 경사로 폭과 경사, 문턱 유무 등을 측정해 기록했다. 정확한 측정이 어려운 곳들은 장애학생지원실이 제공한 현황표를 참고해 기록했다. 넓은 캠퍼스 가운데 교내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출입구와 시설은 어디에 있는지, 장애인보호법에 명시된 시설 기준과 맞는지 진단해 봤다.

 

<장애인 경사로>

 먼저 건물 출입구의 장애인 경사로를 알아봤다. 경사로가 얼마나 가파른지, 폭은 적당한지. 또 입구 턱이 2㎝ 이상이면 휠체어로 스스로 올라가기 어렵기에 문턱 유무도 점검해 봤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하 장애인등 편의법)에 따르면, 장애인 경사로의 기울기는 1/12 이하 (증축, 개축 등의 경우 1/8까지 완화)여야 한다. 유효 폭은 1.2m 이상이어야 한다.

 ‘교내 보도 및 접근로의 유효 폭과 기울기 현황’에 따르면, 교내 경사로 18곳 중 17곳의 기울기가 1/12 이하였다. 본관 경사로 1곳은 기울기가 1/8 이었다. 경사로 유효 폭은 18곳 모두 1.2m 이상이었다.

 이처럼 경사로는 현행법상 기준이 잘 준수되고 있었다. 그러나 뜻밖의 불편함도 있었다. 비가 오던 날, 휠체어를 타고 5호관 남쪽 경사로를 직접 내려가 봤을 때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곳은 장애인등 편의법상 기울기 기준을 준수한 경사로였다. 그러나 경사로 중간 미끄럼 방지 장치가 별도로 없어, 높은 경사에 빗물이 더해져 휠체어가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본교가 법적 기준을 준수하고 있었으나, 이처럼 예상치 못한 불편함에 대해서도 꾸준한 건의를 통한 개선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레베이터가 없는 나빌레관

 

 

<엘리베이터>

 교내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은 60주년기념관, 2호관, 하이테크관, 6∙9호관, 법학전문대학원, 비룡플라자, 본관, 5호관, 정석학술정보관 등이다. 캠퍼스 내 엘리베이터 중 19개를 조사한 결과 장애인용∙일반용 상관없이 대부분의 엘리베이터가 장애인등 편의법의 승강기 문 폭, 내부 폭 등의 기준을 충족했다. 따라서 이들은 장애인이 사용하기에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쉬웠다. 나빌레관은 동아리방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이곳 역시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휠체어로는 경사로가 있는 1층까지만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교통약자인 학우들은 이 건물의 동아리방을 사용하기 어렵다.

 

화장실 통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비품
장애인용 화장실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청소도구

 

 

<장애인용 화장실>

 교내 건물에는 적어도 하나씩의 장애인용 화장실이 존재한다. 처음에 장애인용 화장실은 관리가 소홀할 거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다행히 대부분의 장애인용 화장실이 잘 관리되고 있었다.

 그러나 일부 화장실에는 장애인용 칸 안에 청소도구가 있어 사용공간이 본래보다 좁아졌다. 실제로 5호관 남쪽과 동쪽 건물 1층에 있는 여자 장애인 화장실의 장애인용 화장실 칸 구석에는 박스와 청소도구 등 비품이 쌓여 있었다. 정석학술정보관과 9호관의 장애인 화장실도 마찬가지였다.

 또,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 화장실로 들어가는 통로의 절반을 청소도구가 차지하고 있어 휠체어로 통과하는데 방해가 됐다.

 ‘장애인’ 화장실임에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곳도 있었다. 장애인등 편의법에 따르면 장애인 등의 이용이 가능한 화장실은 장애인 등의 접근이 가능한 통로에 연결해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나빌레관은 엘리베이터가 없는데도 2층에 장애인용 화장실이 있다. 오로지 계단으로 오르내릴 수 있는데, 교통약자는 계단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사용이 어려워 보였다.

 장애인 화장실 표시에서도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 대부분의 장애인 화장실 외부에는 표지판이 있다. 하지만 일부 화장실은 외부에 장애인 화장실 표시가 없었다. 들어가 확인해야만 장애인용 화장실 칸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장애인용 화장실 칸에 비상벨이 없는 곳도 많았다. 비상벨이 없는 여자 화장실은 60주년기념관과 5호관 동쪽 두 곳밖에 없었지만, 남자 화장실은 2호관 북쪽과 본관을 제외한 모든 곳에 비상벨이 없었다. 이 두 가지는 우리가 평소에 눈여겨보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이 사소한 미흡함이 큰 불편함이 될 수 있다.

 

장애인 주차구역 근처의 울퉁불퉁한 도로

완화된 기준, 충분한가

 현행법상 신축건물의 경우, 경사로의 기울기는 1/12 이하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기존 건물이거나 기울기를 1/12로 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는 1/8까지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교내 대부분의 건물은 기존 건물이기 때문에 완화된 기준에 적합했다. 이처럼 본교가 대부분의 기준을 준수했지만, 현행법 자체는 말 그대로 정말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휠체어를 타고 다녀본 결과 기준에 맞는 경사로일지라도 몇몇 곳은 오르내리는 데 꽤 많은 힘이 필요했다. 경사로 앞에서, 걸어서 다닐 때는 알 수 없었던 막막함을 느꼈다.

 물론 휠체어 사용이 익숙지 않은 기자가 체험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러나 누구나 교통약자가 될 수 있고, 휠체어를 갑자기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출입구와 경사로는 휠체어 숙련도와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하기 편하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본교 장애학생지원실은 재학 중인 장애 학생들을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1순위 목적으로 한다. 장애학생지원실 관계자는 “2018년 이후 본교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학생은 없었다”며 “그러나 휠체어 탑승 학생이 본교에 입학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나 불편사항 등을 건의하면, 시설안전팀과 협의해 신규설치∙보수 등을 지원하겠다”고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표명했다.

 실제로 본교 장애학생지원실은 2018년 5호관 남쪽 휠체어 리프트 신설, 2020년 5월 본관 소강당 슬로프(경사로) 설치, 장애인 주차 라인 추가설치 등 교통약자를 위한 개선을 해나가고 있다.

 이렇듯 본교는 학생들의 ‘배리어 프리’한 학교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개선할 점이 남아있다. 학우들이 교통약자라는 이유만으로 동아리방과 같은 교내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본교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비품이 적치돼있는 장애인 화장실이나 주변이 울퉁불퉁한 장애인 주차구역 등 이용하기 불편한 장애인용 시설을 찾아 개선하고, 주기적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시설에 대한 정보공개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있었다. 본교에 있는 장애인용 시설은 직접 가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다. 본교 홈페이지에는 캠퍼스 맵과 교내 명소 지도 등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장애인용 시설 위치 등의 정보를 알려준다면 본교를 방문하는 교통약자나 휠체어를 사용할 일이 생긴 학우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평등한 학교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배리어 프리’다.

 

박지혜 기자 12192847@inha.edu

이정민 기자  12182301@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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