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는 기가 막힌 일을 당했다. 산지 한달 된 자전거를 도둑맞은 것이다. 그것도 앞바퀴만 남긴 채. 금요일 오후에 학생회관 기둥에 단단히 묶어놓은 자전거를 앞바퀴만 빼놓고 가져가 버린 것이다.
　아침에 그 광경을 목격했을 때에는 헛웃음만이 나왔다. 차라리 가져갈 것이면 다 가져가던지, 앞바퀴만 남겨놓을 것은 뭐람. 이런 생각이 났다. 자유토론장에 꾸준이 올라오는 글 중에 하나가 자전거 분실사건이다. 점점 자전거를 훔쳐가는 기술이 고도화 되고 있다. 예전에는 절단기로 자물쇠를 끊어서 훔쳐가더니 이제는 몸통과 바퀴를 분리하는 방법까지 나타나고 있다. 어떻게 관리해도 훔쳐가니 이거 대책이 없다. 자전거에 대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새가 없다. 우스개 소리로 짊어지고 다녀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이다.
　내가 잃어버린 자전거가 이미 5대를 돌파했다. 모두 다 도둑맞은 것이다. 어찌 보면 사회에 헌납한 자전거라고 할 수 있겠다. 자전거에 인하인의 양심을 팔고, 서로를 의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자전거를 도둑맞은 사람들은 좀 더 강한 자물쇠를 원한다. 쇠사슬을 둘둘 말아놓기도 하면서, 그러면서 점점 각박한 학교가 되는 것이 아닐까? 자전거를 도둑맞아 몹시 기분이 나쁘다.
　솔직히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타본 것도 몇 번 되지 않은 자전거인데, 그렇게 도둑맞다니. 그러나 그 보다 더 기분이 나쁜 건. 이렇게 나의 물건을 하나 둘씩 도둑맞으면서 점점 사람을 의심하게 되고 각박해지는 사회 현실에 적응해 나가는 나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자전거 훔쳐 가신 분, 돌려주세요.
　

이영진 (한국어문학·2)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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