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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우리 주변 저상버스 현황
출처 : 서울시 강남구

 우리는 매일 아침 시내버스에 올라타 직장으로, 학교로 간다. 퇴근, 하교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버스’는 우리가 매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하고 당연한 생활이 일상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저상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교통약자들이다. 이들은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하기 어렵다. 과연 이들의 ‘이동권’은 적절하게 보장되고 있을까.

 

한국 사회 저상버스 현황

 저상버스란 장애인과 노약자 등 일반 버스를 이용하기 힘든 교통 약자를 위한 버스를 말한다. 따라서 이들의 편의를 위해 출입구에는 계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승하차 시에는 리프트(발판)가 내려와 휠체어를 탄 승객의 탑승을 돕는다. 휠체어를 타는 교통약자에게 저상버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는 지난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을 도입하며 저상버스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운영 중인 시내버스 총 34,287대 중 23.4%인 8,016대만이 저상버스다(2018, 국토교통부). 전국 시내버스 4대 중 3대는 교통약자가 이용하기 어려운 버스인 것이다.

 

더 열악한 ‘인천 버스’                             

인천의 저상버스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전체 시내버스 중 19%가 저상버스로, 전국 평균인 23%에 미치지 못했다(2018, 국토교통부). 이는 서울시 45%, 강원도 35%, 대구 34% 등 타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해도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별시와 광역시의 경우 운행하려는 버스의 1/2, 시·군은 1/3을 저상버스로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해진 규정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2월 ‘교통안전 시행계획’을 발표해 2021년도까지 저상버스 보급률 45% 달성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2004년부터 2019년까지 15년간 인천시가 도입한 저상버스는 469대(19%)에 불과하다. 인천시 전체 버스가 2,357대인 것을 고려하면 내년까지 45%를 달성하겠다는 약속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교통계 관계자는 “저상버스 모델이 나오지 않는(중형버스) 지선, 마을버스나 좌석버스 등을 제외한 나머지 시내버스를 기준으로는 36%다”라며 “인천이 타 시도보다 저상버스 보급률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답했다. 이어서 “45% 보급률 역시 전체 시내버스가 아니라 저상버스로 교체 가능한 노선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라며 “작년까지는 저상버스가 469대였고, 올해 59대를 추가로 도입하면 45%가 약간 넘는 수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인천광역시가 지난 2017년 내놓은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과 내용이 다르다. 해당 문서에서 밝힌 인천시의 저상버스 목표치는 2021년까지 인천 시내버스 전체 2,312대 중 저상버스를 1,041대(45%) 도입하는 것이었다.

 

우리 주변 저상버스 현황

 수도권 학우들은 우리 학교를 찾아올 때 ‘주안역 – 인하대후문’ 511번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 통학시간마다 511번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 앞이 학우들로 붐비는 것은 다반사다. 그러나 이 곳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같이 설 수 없다. 511 버스 노선에 저상버스가 투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천종합터미널에서 우리 학교를 잇는 908번 버스 역시 마찬가지로 저상버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 인근을 지나는 저상버스 노선은 8번, 9번, 72번, 517번 등 4개에 불과하다. (19.03.31 기준)

 또한, 우리 학교에서 운영중인 셔틀버스도 장애인이 탈 수 없다. 모두 일반 출입구만 있는 고속버스형이다. 이와 관련, 장애학생지원실은 “우리 학교에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셔틀버스는 없다.”며 “그동안 학교에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통학버스도 마찬가지다. 신촌, 잠실, 분당 등 수도권 학우들의 발이 되어주는 통학버스 역시 휠체어를 타고는 이용할 수 없다.

 학교에 휠체어 이용 학생이 없다고 해서 저상버스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재학 기간 휠체어가 필요한 신입생이 입학하거나 혹은 비장애인 재학생이 장기간, 단기간에 걸쳐 휠체어를 타게 될 수도 있다. 혹시 모를 경우에 대비한 토대 마련은 있어야 한다. 누구나 별다른 준비 없이 이동권을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버스로 30분, 저상버스로는?

 평소 주안역에서 버스를 타고 우리 학교까지 오려면 30분 정도 걸린다. 그렇다면 주안역에서 저상버스만을 이용해 학교까지 오려면 얼마나 걸릴지 직접 체험해봤다.

 주안역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문제가 발생했다. 어느 버스 노선에 저상버스가 투입되는지, 다음에 오는 버스가 저상버스인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버스정보시스템(BIS) 전광판을 통해 다음에 오는 저상버스인지 확인할 수 있지만, BIS가 설치되지 않은 정류장이 부지기수다. 인천에 BIS가 설치된 버스정류장은 전체의 44%로, 절반에 못 미친다.

 주안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수십 개 버스노선 중 저상버스가 투입된 노선은 총 6개로, 그중에서 우리 학교 인근을 지나는 노선은 없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노선은 시민공원역 인근 (구)시민사회회관 정류장의 8번 버스로, 이 노선을 통해 학교로 가기로 했다. 기자는 사전에 저상버스가 투입되는 노선을 알고 갔기 때문에 이러한 경로를 설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교통약자가 주안역에서 내려 학교로 오는 경로를 쉽게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주안역에서 (구)시민사회회관 정류장까지 도보로 걸린 시간은 17분, 이동하는 도중 인하대행 버스 4대가 기자 앞으로 지나갔다.

 (구)시민사회회관 정류장에서 1시간을 대기했지만 기다리던 8번 저상버스는 등장하지 않았다. 대기하는 한 시간 동안 정류장을 지나간 버스는 총 30대, 그중 저상버스는 단 3대였다. 1시간 30분이 넘어가자 비가 쏟아져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잡았다.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해당 버스 회사에 문의하자 “8번 노선에는 33대가 투입되는데 저상버스는 한 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대중교통으로써 버스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바로 접근성이다. 사람들이 이동을 위해 버스를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배차 시간이 너무 늘어진다면 버스는 대중교통으로 존재하는 의미가 없다. 33대 중 1대가 저상버스인 현실에서 교통약자가 버스라는 대중교통에 접근하기란 힘든 일이다.

 

저상버스 도입, 문제는 비용

 저상버스가 우리 주변에 정착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비용’이다. 실제로 일반 버스에 비해 저상버스의 가격은 2배 이상으로 높다. 일반 버스가 대략 1억2천만 원인 것과 비교해 CNG(압축천연가스) 저상버스는 2억1천만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비싸다. 전기(저상)버스나 수소(저상)버스의 경우는 4억 원을 호가한다.

 저상버스 도입 이후에도 운영하는 데 금전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버스를 운행하기 위한 운송 원가가 높기 때문이다. 연료비, 타이어비, 정비비 등으로 인해 저상버스는 일반버스에 비해 1일 대당 3만 원 정도 운송 비용이 높다. 그렇다고 저상버스를 도입한 노선에 더 많은 요금을 부과할 수도 없으니 회사가 금전적 손해를 입는 것이다.

 

시내버스가 ‘대중’교통이 되기 위해

 2018년 경기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휠체어를 이용하는 시민 74%가 ‘저상버스를 이용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유는 목적지로 가는 버스의 부재(25%), 운전기사 불친절(19%), 사람들의 시선(8%) 등이었다. 노선이 부족하니 장애인은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이들이 버스를 이용하지 않으니 장애인의 버스 탑승은 ‘특수한 일’로 치부된다. 버스 기사의 불친절이나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이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장애인 버스 탑승을 당연한 것이 아닌 ‘예외적’ 현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저상버스의 확충은 장애인을 사회의 타자로 구분하지 않고 다른 시민과 같은 ‘대중’으로 인정하는 첫 번째 수순이다.

 다음으로, 저상버스만 도입한다고 해서 능사인 것은 아니다. 현재 저상버스 도입 체계는 버스 회사가 일반버스 구매 비용만 지불하고 나머지 금액을 지자체와 중앙정부에서 분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도입 이후 회사는 대당 연간 1,000만 원가량의 추가적 운영비를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저상버스 확충에는 국가와 지자체, 운영 회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인천시의 교통약자는 전체 시민 중 26.7%다. 이중 장애인은 16%에 이른다. 교통약자의 이동권은 생존권과도 관련돼 있다. 저상버스의 확충과 제도적 개선은 저상버스를 보편적 일상 교통수단으로 만들어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해줄 것이다. 더 이상 이들을 사회에서 분리하지 않고 대중으로서 인정하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김범수 기자  12202998@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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