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 대유행의 감염병이라지만 우리는 방역의 모범국을 자랑하며 심각성을 잊은 채 지내왔다. 종식된 것도 아니고 정말 무서운 것이라면 모두 숨죽이고 지내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 가급적 외출을 삼갔던 초기와 달리 마스크만 쓰면 되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전과 같은 일상을 보낸다. 마스크를 안 쓴 사람도 있지만, 그들에게 두려움이 있다면 그런 용감함은 보이지 않으련만, 결국 두려운 것 같으면서도 두렵지 않은 것이다. 갑작스러운 확산세에 다시 걱정이 앞서지만, 이미 익숙해져 버린 탓에 초기와 같은 긴장감을 갖게 될지 의문이다. 

  모든 직장인들이 재택근무에서 정상근무로 돌아와 예전처럼 출근을 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대학만큼은 초기나 지금이나 대응에 별 달라진 것이 없이 정지된 모습이다. 회사는 괜찮은데 대학은 계속 요주의 대상이다. 직장인들은 방역지침에 따라 성숙하게 행동할 수 있어 평소처럼 출근해도 문제가 없는데, 대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하긴 자유분방함이 넘치는 젊은이들이 방역지침을 잘 따르지 않을 수 있으니, 대학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면 방역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민주주의 건설의 주역이요 국가 위기에 분연히 일어섰던 대학생들이 이제는 세심히 보호받아야 할 어린 미성년자처럼 예우받고 있는 것인지, 어쨌든 대학이 이성이 작용하지 않는 구성원들의 집단처럼 되어 버린 느낌이다. 어쩌면 대학의 생활이나 공부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니, 직장인들처럼 위험을 감수하며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인지, 아니 비대면 강의로 충분하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긴 모두가 다니는 대학의 공부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교육이 인간의 품성과 능력을 끌어올려 건전한 사회 발전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인데, 대학까지는 나와야 행세할 수 있다는 왜곡된 교육관 속에서, 긍정적이어야 할 대학교육이 그저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형식 만들기에 치우치거나 흔들리는 갈대처럼 유행 따라 출렁이고 있어, 대학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전문인력 양산체제 하의 대학은 과잉공급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소중한 청년기가 시대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는 고비용저효율 구조 속에서 허비되어서는 안 된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개인의 진정한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사실 사회의 많은 일들은 보통교육을 받아 교양과 상식을 갖춘 자들이 보고 배우면 해낼 수 있는 평범한 것들로, 대학교육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것들이라 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례로 4차산업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처럼,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능력을 갖춘 인재가 있어야 할 일들은 늘 존재하여, 그를 담당할 전문인력 양성이 대학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 기업과 국가를 지켜내야 하는 분야에, 대학교육을 받은 전문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성실함과 노력만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만, 분야에 따라서는 전문가적 능력을 갖춰야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는 것이다. 

  많은 대학이 이미 단순 취업을 장려하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진정한 학문 탐구를 통해 최고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이상을 품고 진학한 대학이라면, 목표실현을 위해 대학 공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기원 전과 후처럼, 코로나19 사태의 전과 후는 전혀 다른 모습의 세상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학생들에게는 이미 달라진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모두 정상적인 대학 생활의 전개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면, 그 이유를 생각하며, 질병과의 공존 속에서 미래를 위한 대학 생활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위기 속에서는 가식이 통용되지 않는다. 실질만이 유용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 사태는 진정성을 가지고 대학 공부에 임해볼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세종 일본언어문화학과교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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