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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갑질, 더 이상은 안된다.

 최근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원의 자살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18년 8월부터 경비원으로 일한 그는 4월부터 한 입주민과 주차 문제로 다퉜다. 이후 그는 계속해서 입주민에게 폭언과 협박, 폭력 등으로 피해를 입었으며, 결국 지난달 10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생을 마감했다. 심지어 숨진 경비원이 남긴 음성 유서에서는 그간 폭행을 당하는 과정에서의 고통과 설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아파트 경비원이 ‘갑질’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압구정의 한 아파트에서도 경비원이 주민에게 비인격적 대우를 받다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했었다. 그는 사건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결국 숨지고 말았다.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입주자는 경비원 등 근로자에게 업무 이외의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갑질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이를 실질적으로 규제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실정이다.

 역사적으로 강자들은 자신보다 약한 자들을 핍박함으로써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그들은 노예제와 신분제도를 내세우며 ‘힘의 논리’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이들이 합법적으로 약자의 노동력과 정신을 착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가 폐지되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인권을 추구할 수 있는 오늘날에도 이러한 갑질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한 경비원과 입주자 간의 갈등으로 축소해서 볼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데에는 타인에 대한 그릇된 우월의식을 개선하는 방법이 별로 없다는 데에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자신보다 약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이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에 대한 반감에서 야기됐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일부 직업을 업신여기거나 무시하는 잠재의식이 남아 있는 것이다. 경비원이라는 직업 역시 체력이 약해지고 강도 높은 노동을 제공하지 못하는 장년층, 혹은 노년층이 수행하는 직업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우리 사회에는 얼마나 많은 갑질 피해자들이 있을지 그 수를 헤아리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이 현상이 만연해 있다.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는 갑질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인식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누군가 노동력을 제공하면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 외의 강압이나 폭력 행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뤄져서는 안 된다.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한 산업재해청구, 괴롭힘 방지법 제정 여론 등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이는 모두 사후처리방안을 제시하는 것에 불과하다. 제도적 규제는 최후의 수단이자 보루로 여겨져야 하며, 그 전에 구성원들의 상호 이해와 공동체 의식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을 때 갑질 문화가 사라지고 이번과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김예은 기자  12193471@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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