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수업 중 시험시간을 조정하려고 학생들에게 의견을 묻는데, e-class 시험 때문에 저녁때 시간 조정이 안 되는 학생 몇 명이 있었다. e-class 수업은 저녁때 시험을 볼 수 있는가 보다고 지나치려다가, 문득 이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첫 번째 생각. 마이클 조던, 데이비드 베컴, 박찬호, 보아, 배용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이들은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으로 보통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경제학자인 셜윈 로젠(Sherwin Rosen)은 이러한 현상을 ‘슈퍼스타의 경제학(economics of superstar)’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 배후에 두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존재한다. 하나는 미디어, 교통, 통신 등의 발달과 이 같은 현상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마이클 잭슨보다 시골장터 이야기꾼과 동네가수의 재주를 보고 즐겼다. 그러나 매스컴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모두 마이클 잭슨을 알게 된 뒤 동네가수는 명함도 못 내밀게 됐다.
　그 두 번째는 다른 직업과 견줘볼 때 이 같은 직종 내부의 소득 격차가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이류, 삼류 수준의 가수, 연기자와 운동선수가 존재하는지 한번만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즉, 기술이 진보하여 세상이 변할수록, 소비자들이 원하는 슈퍼스타의 등장은 예외가 아니라 일반적이며, 이 결과 슈퍼스타급과 동네가수급의 소득격차는 훨씬 심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슈퍼스타의 경제학이 e-class, 특히, 대부분 교수들인 e-class 서비스 공급자에게 시사하는 바는? 만일 2015년 정도에 대학의 반 정도의 수업이 e-class로 진행된다면, 수업 서비스의 공급자들은 슈퍼스타급과 동네가수급으로 나누어지고, 두 부류의 소득과 이에 따른 행복도의 차이는 지금보다 심해질 수도 있다. 물론 모든 공급자가 슈퍼스타급이 되기 위해 예전보다 훨씬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이들의 평균적인 행복도(후생수준)는? 어려운 문제라 잘 모르겠다.
　두 번째 생각. 사람들은 어떻게 소비를 하는가?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이를 직접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자동차를 조금씩 쪼개서 먹을 수는 없지 않는가?), 시장에서 구매한 재화(자동차)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운전)을 부가하여 서비스(운송서비스)를 생산한 후에 소비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개리 베커(Gary Becker)는 이러한 과정을 기업의 생산과정과 대비하여 ‘가계생산(household production)’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에 따르면 자신이 투입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을 먼저 생각하고, 이에 합당한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게 된다. 운전은 서투르면서 스포츠카를 구입하거나, 집은 조그마하고 시간도 없으면서 엄청나게 큰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합리적인 소비행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계생산과정이 e-class, 특히, 대부분 학생들인 e-class 서비스 소비자에게 시사하는 바는? 지금 전통적인 수업에 비해 e-class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타난 상황에서 자신이 투입할 수 있는 시간, 노력, 새로운 방법 등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외양적이고 피상적인 특징 때문에 구매를 결정한다면, 실제로 최종소비재인 학생들이 얻는 지식과 교훈의 양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소비의 선택폭이 커질수록 소비자의 만족도는 증가한다. 그러나 소비를 자신의 노력이 필요한 일종의 생산과정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 보다 나은 결과와 만족도를 위하여 e-class 소비자가 자기 생산과정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해야 할 필요성은 예전에 비해 훨씬 증가하게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신일순 (경제학부)  webmaster@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