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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그 방의 그 누구도 다르지 않다

 텔레그램 ‘n번방’ 사태는 예견된 참사였다. 수법은 전에 없을 정도로 악질이었지만, 앞서 소라넷이나 다크웹 사태가 발생했을 때 성 착취물 유포 범죄를 근절하지 못한 탓에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이다. (2020. 03. 25. 한국일보)

 N번방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국민의 공분을 샀다. 마치 신생 범죄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저 더욱 잔혹한 행위 때문에 많은 사람을 경악게 했을 뿐, 이미 지속적으로 발생해 온 행태다. 웹하드 카르텔, 버닝썬 사건, 불법 촬영 범죄 등뿐만 아니라 ‘연예인 은꼴사(은근히 꼴리는 사진)’와 음란하게 합성된 사진을 온라인으로 쉽게 공유 가능한 지금이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사람을 강간하거나 성 착취해놓고, ‘호기심에 그랬다’라고 한다면 판단을 달리 해야죠. 그럴 땐 사이코패스로 판단합니다. 그걸 ‘놀이’로 했다면 어떻게 하냐고요? ‘영원한 사회적 격리가 필요하다’로 판단할 수밖에요.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TF’ 팀장 서지현 검사)

 찰나의 호기심이라며, 실수로 성착취 영상을 보게 됐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텔레그램을 탈퇴하려 한다. 자신의 안위나 명예가 훼손될까 겁이 나는 것이다. N번방 참여자 신상 공개 관련 여론이 일자, 성착취 당시 느끼지 못했던 죄책감과 두려움이 이제서야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늦었다. 몸에 낙인을 새기고 끔찍한 행동을 해야 했던 여성들과 어린아이들의 상처는 이미 오래전에 패였다. 인제야 찍히게 될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두려운 건가. 그들의 가해와 방관이 더욱 두렵고 무섭다는 것은 몰랐던 것일까.

경찰이 N번방 사건을 계기로 해외 메신저를 통한 성범죄 관련 수사에 나섰지만, 여전히 다른 플랫폼에 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성 착취물이 공공연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곳에는 박사방에 올라온 자료도 있었으며 회원들은 ‘대박이다’며 자신이 보유한 성 착취물을 덩달아 공유했다는 것도 밝혀졌다. 여전히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여전히 여성들의 성을 착취하며 웃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잔혹한 성범죄의 고리는 생각보다 탄탄하고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또다시 깨닫는다.

 그런데도 아직 관련 법률이 미비하다는 것, 언론이 가해자의 사연 따위를 지나치게 상세히 알려주는 것, 가해자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대단한 것 마냥 보도하는 행태를 마주하니 이번 사건의 결말도 이전과 같을까 걱정스럽다.

 

 성 착취를 일삼던 당신들께.

 당신들의 삶은 쉬웠겠지요. 여성을 물건으로 취급하여 돈을 벌고, 반인륜적인 행동을 하면 할수록 칭송받았으니 말입니다. 수많은 여성이 고분고분 말을 잘 들으니 ‘갓’이 된 것 같던가요? 유료 회원이 아닌 분들은 아닌 척, 모르는 척하고 살아가면 되겠군요. 성범죄 방관자라는 꼬리표는 따라다니지 않을 테니까요. 피해자들의 피눈물은 외면하면 되니까요. 그렇게 평범하게 세상을 살아가시겠네요.

 당신들 중 누군가는 나라를 들썩이게 한 ‘악마’로 불리길 원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요, 제가 보기엔 그냥 하찮고 알량한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네요. ‘악마’뿐만 아니라 당신들 모두요.

서정화 편집국장  12182947@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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