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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반복되는 배송 노동자의 죽음

 지난달 12일, 입사 13일 차 신입 ‘쿠팡맨’이 새벽 배송 중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40대 중반인 그는 5층 빌라 계단을 오르내리며 배송 업무를 하다 쓰러져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동료들은 연락이 닿지 않는 고인을 수소문한 끝에 배송지 인근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배송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은 코로나19 관련 뉴스로 인해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으나, 우리 사회에 고질병처럼 제기돼 온 배송 노동자들의 처우 논란을 다시금 불러일으켰다. 그의 동료들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이하 쿠팡노조)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급격하게 늘어난 배송 물량으로 인한 과로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쿠팡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대비 지난 달 개인 배송 물량은 22% 이상 증가해 3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노조 측은 생전에 고인이 ‘밥 먹을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한다’고 주변에 토로해 왔다고 말했다.

 쿠팡 노조에 의하면 전국 7천여 명에 달하는 쿠팡맨 중 약 80%가 비정규직이며 그 중 60% 정도는 신입 직원이다. 신입 직원들은 입사 3개월 미만의 수습직으로 기존 쿠팡맨에 비해 급여도 적게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신입 직원이 많은 이유는 높은 노동강도로 자발적인 퇴사를 하는 경우를 포함해 계약해지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쿠팡 노조에 따르면 쿠팡맨 대부분은 1년 단위 평가에서 정규직 전환 심사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계약 해지를 당하거나 자발적인 퇴사를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쿠팡노조 조직부장은 민중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규직 비율도 전체 쿠팡맨 중 20~30%에 불과하다”며 “1년 재계약을 하고 2년차 때 정규직 면접을 봐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계약해지 되고 있다. 사측이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기 위해 사전에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배송업계 노동자들의 현실은 극악하다. 쿠팡뿐만 아니라 다른 배송사의 사정도 좋지 않다. 지난 2018년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택배 노동자 사망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됐을 당시 정부와 택배회사는 안전대책을 세우겠다고 장담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장시간 노동 등 기존의 문제들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배송업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이들의 짐을 덜어줄 수 있는 근본적인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충분한 인원 보충, 과도하게 무거운 상품 주문 제한이 보장돼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제도들은 정규직 확대와 함께 실현해 나가야 할 기본적인 사안들이다.

 회사가 올바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개선된 근무환경과 적절한 임금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 사건은 쿠팡만이 아니라 그동안 노동자들의 호소를 묵살하고 이익률을 높이는 데만 초점을 맞춰 온 물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에서 예고된 사건이었는지도 모른다. 쿠팡을 비롯한 물류업계 배송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김예은 기자  12193471@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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