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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첫 공개까지 오래 걸렸다.

 지난달 24일, 경찰이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일명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불법 촬영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조 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조 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8시 송치되는 과정에서 얼굴이 공개됐다.

 이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법)’에 따라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첫 번째 사례다. 성폭법 제25조는 ‘성폭력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때에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간 피의자 신상 공개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강법)’에 따라 주로 흉악 살인 범죄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을 계기로 2010년 4월 특강법 제8조의 2(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가 제정됐다. 최근에는 PC방 살인사건의 김성수, 전 남편 살인 혐의의 고유정,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한 안인득 등의 신상이 공개됐다. 이처럼 특강법에 따라 범죄자의 신상이 공개된 사례는 있었지만, 조주빈을 제외하고 성폭법에 따라 공개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극악무도한 성범죄가 일어나고 나서야 피의자의 얼굴까지 시원하게 볼 수 있는 것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상 공개를 할 수 있는 법이 존재하지만 모든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기엔 제한이 있다. 성폭법은 신상 공개 관련 19세 미만 청소년 피의자는 공개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또 피의자 인권 역시 고려해 신중하게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이를 남용하지 못 하도록 한다. 그런데 성범죄가 악질의 범죄임을 고려했을 때 이미 유린당한 피해자의 인권을 생각하면 범죄자의 인권이 보장돼야 하는지 의문이다.

 성폭법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판매해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된다.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는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실제거주지 및 연락처, 직업, 차량번호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정보는 법원이 별도의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을 선고해야만 공개가 가능하다. 법원이 신상 공개·고지 명령을 결정해도 이를 선고하는 건 재판의 마지막 절차이기 때문에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고 신상 공개 명령이 내려질 때까지 범죄자 정보를 알 수 없다.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 공개를 원합니다’ 청원에는 200만 명의 이상이 참여했다. 이보다 이틀 전 게시된 ‘N번방 용의자 신상을 공개하고 포토라인에 세워달라’는 청원 참여자도 270만 명을 넘어섰다. ‘N번방 사건’의 범죄 행위는 가히 충격적이었고, 그만큼 국민들의 공분을 크게 샀다. 26만 명으로 추정되는 가입자 전원의 신상이 공개되기 위해서는, 먼저 박사방 운영자 및 가담자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그들의 신상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사례를 계기로 성폭법에 의해 성범죄자의 신상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던 폐쇄적 구조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범죄가 끔찍해서, 국민들의 이슈와 주목을 받아서, 많은 사람이 청원을 해서라는 이유만으로 피의자의 신상 공개가 이뤄지지 않길 바란다.

 

박유정 기자  12182941@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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