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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책] 피프티 피플

 일상 속에서 엑스트라처럼 지나치던 모든 사람들. 그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피프티 피플>은 다양한 색깔을 가진 50여 명의 인물이 지방의 한 병원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다.

 책은 주인공들의 삶을 보여주는 51개 장으로 구성된다. 각 장은 인물들이 어려움과 맞서 싸우거나, 평범하면서도 특별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들 개개인의 시점에서 담아낸다. 한 가지 특별한 점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서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베이글 가게 알바생 승희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기윤이 살리고 싶었던 수많은 환자 중 하나다. 폭력 피해 여성 후원 바자회에 참가하던 베이글 집 사장님은 승희의 억울한 죽음 이후 바자회의 진정한 개최 이유를 깨닫게 된다. 이처럼 관계의 종류는 다르지만, 인물들은 서로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또한 책은 과적으로 인한 화물차 사고, 데이트 폭력 사건, 건물 부실공사 등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 났던 문제들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유라는 화물차 사고로 남편을 잃었음에도, 화물연대 시위에서 ‘업주의 강압에 의한 과적 실태가 화물차량 운행을 위험하게 한다’라는 말에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시위대의 한 청년에게 샌드위치를 건넨다. 이처럼 인물들은 각양각색의 사건을 겪으며 괴로워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성장해 나간다.

 이야기의 후반부, 병원 옆 신축 상가에 극장이 들어선다. 그 건물은 건축과 공무원인 한영의 아버지와 건축회사 간의 뇌물 수수로 인해 기본적인 방화 기능도 갖추지 못한 채 지어졌다. 마지막 장에서 거의 모든 인물들은 각자의 이유로 극장을 찾아 같은 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한다. 그러나 상영 도중 지하에서 일어난 화재로 인해 대피하게 된다.

 그렇게 우연히 모인 50여 명의 사람들은 서로 힘을 모아 건물을 탈출한다. 안압 악화로 어쩔 수 없이 군을 제대해 닥터헬기 조종사가 된 대환은 사람들을 구조한다. 또 자신을 언제 직장에서 잘릴지 모르는 노인이라 여기던 계범은 자신의 기술을 이용해 물탱크 물을 끌어다 벽에 뿌린다. 이렇게 인물들은 서로 스쳐 지나던 사람들과 힘을 모아 위기를 이겨낸다.

 작가는 ‘연재를 하는 동안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50명의 얼굴이 아는 사람의 얼굴처럼 선명해졌습니다. 얼굴들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세상이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잡아매는 것은 무심히 스치는 사람들을 잇는 느슨하고 투명한 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독자들은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51명의 주인공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여기에 인물 간 관계의 퍼즐을 맞춰 나가는 재미는 덤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순간에 타인의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책은 계속해서 보여준다. 개인의 일상은 희미할지라도 타인과 유의미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은 주인공이 없는 소설이다. 혹은 모두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책은 각자의 색을 가진 주인공들의 시선을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사건을 비춘다.

 삶이 너무나도 작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통해 내 삶도 주인공이 될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 가치 있을 수 있다는 위로를 받아 보는 것은 어떨까.

 

 

 

이정민 기자  12182301@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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