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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우리는 왜 금방 끓고, 금방 식어버리나.

 코로나19가 발생한지도 어언 한 달이 지난 지금, 하루에도 확진자가 수 백 명씩 늘어간다. 국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고 기침 소리 한 번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마스크는 구하기 어려워졌다. 약국은 물론 마트에 가도 ‘마스크 품절’ 이라는 글자만 보인다.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놀랍게도 불과 몇 주 전에는 ‘코로나19, 추가 확진 환자 나흘째 ‘0’명’이라는 제목의 기사들을 볼 수 있었다. SNS에서는 2월 말, 3월 초면 코로나가 그쳐질 것이라는 찌라시도 돌았다. 이미 수 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질병의 위력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며칠간 신규 확진자가 없었다’는 소식은 사람들의 공포를 잠잠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의 모습이 크게 줄어들었던 것을 보면 말이다.

 사멸될 줄 알았던 전염병이 31번 확진자 발생 소식과 함께 이전보다 더 무서운 속도로 전국에 퍼져나갈 때 우리는 ‘다 끝난 줄 알았는데’라는 탄식과 함께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코로나 19가 곧 종식 될 것’이라고 발언한 대통령은 발언 열흘 만에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려야 했다.

 여기서 우리 사회의 냄비근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냄비근성이란 어떤 일에 금방 흥분하다가도 금세 가라앉는 성질을 냄비가 빨리 끓고 빨리 식는 모습에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물론 코로나의 확산 원인이 금방 끓고 식는 우리의 태도는 아니지만 잠깐의 방심 뒤 더 큰 공포를 직면한 현재 상황은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게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하다.

 우리는 왜 이렇게 금방 끓고 금방 식어버리는가. 한국 사회를 거쳐간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었지만 아직 우리는 어떤 한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잊는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무책임한 선장과 생존자 인원 집계 오류 등 미흡한 대처는 국민을 분노케 했다.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세월호 사건에 얽힌 진상을 밝히는 듯 했으나 결국 제대로 마무리 되지 못한 채 잊혀졌다. 진실을 밝히라는 유족들에게는 그만하라고 한다.

 몇 달 전 일본 불매 운동을 떠올려 보자. 당시 일본을 향한 우리 국민의 분노는 일본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며 우리의 소비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한 보도에 따르면 유니클로 모바일 어플의 이용자 수는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난 해 7월부터 급격하게 하락했으나 고작 3달 후인 10월부터는 다시 급반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일부 일본 언론과 누리꾼들은 한국인들을 향해 ‘냄비’라며 조롱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왜 이렇게 금방 끓고 식어버리는가?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사건·사고를 겪는 중에 있다. 큰 공포 속에 우리는 정부의 재난 대응 능력과 여전히 마스크를 끼지 않는 일부 시민들의 부주의함을 비판한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정리된 이후에도 지금의 부족한 모습을 돌아보고 개선하려 할까? 잠깐은 그런 의식이 돌지 모르지만 곧 ‘다행이다’라는 안심 속에 잊혀지지는 않을까?

 제대로 된 ‘끝’이 있어야 재앙의 반복을 멈출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금방 분노했다가 식어버리고, 결국 잊어버리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습관’을 버려야 한다. 

박정인 기자  1219284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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