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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_책] 오베라는 남자

 죽지 못해 사는 남자가 있다. 삶에서 새로운 것을 기대할 수 없으며, 매일 똑같은 일상을 지내고 있는 오베.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는 사랑하는 아내마저 세상을 떠나자 삶의 의욕도 잃고 말았다. 결국 오베는 스스로 생을 끝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죽는 것 역시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인지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이웃들이 그의 자살 계획을 방해하고 나선다.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았던 오베의 삶은 어땠을까. 그는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우고 나름 평범하게 살아갔지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큰 슬픔에 빠진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돼 철도회사에서 일하던 오베는 기차역에서 한 여자에게 첫눈에 반한다. 아름다운 여인 소냐와 사랑에 빠진 그는 그녀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다. 둘 사이에는 사랑의 결실인 아이도 생겼지만 불행히도 아이를 잃고 만다. 그후 소냐는 죽음과도 같은 상실감에 빠졌으나 오베는 아내를 옆에서 위로하며 함께 버틴다. 이들은 40년의 세월을 서로에게 기대 왔으나 소냐는 오베를 두고 먼저 먼 길을 떠난다.

 아내와 사별하고 오베는 살아가야 할 이유를 잃어버렸다. 그는 매일 아내 곁으로 가려고 자살을 시도한다. 그런데 이웃 사람들의 의도치 않은 방해와 개입으로 오베의 자살은 매번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그의 이웃들은 갑자기 길고양이가 불쌍하다며 막무가내로 오베의 집에 맡기며, 사다리를 빌려 달라고도 한다. 자살이라는 절망적인 상황 앞에 이웃들이 걸어오는 ‘태클’은 무겁던 작품의 분위기에 ‘웃픈’ 그림을 연출한다. 오베 역시 그 ‘웃픔’에 마음이 흔들린 것일까. 오베는 직접 철로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하며, 다친 이웃을 태우고 병원에 데려다주고, 집에서 쫓겨난 게이 소년을 집에 받아들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오베가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냐는 색깔이었다. 소냐는 오베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전부였다.’ 소냐는 무채색이었던 오베의 삶에 유일한 색이었다. 위 구절은 오베의 성격, 가치관과 인생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는지를 잘 표현해준다. 까칠한 데다 사회성 없는 성격 때문에 이웃들과 사사건건 부딪히는 오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에게 다시 삶을 되돌려준 이는 티격태격하는 이웃들이다. 오베와 이웃들의 관계를 보면 ‘사람으로 인해 입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해야 한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책 ‘오베라는 남자’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하루하루를 너무나도 외롭고 힘들게 살다 결국 죽음을 결심했지만, 그 문턱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삶에는 기쁨과 함께 슬픔도, 절망도 공존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자신의 일부라 여기며 오늘을 충실히 살아나간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무심하지만 따뜻한 할배’ 오베는 거칠고 서툴지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해준다.  

 

김예은 기자  12193471@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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