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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논단]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X-포비아
  • 차태근 (중국학과 교수)
  • 승인 2020.03.0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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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겨운 겨울이었다. 예전보다 더 따스해진 봄날에도 느껴지는 체감은 더 쌀쌀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일까? 그렇다. 그러나 바이러스보다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구설(口舌)이다. 바이러스와 구설은 공통점이 있다. 출입 경로가 호흡기라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고 전파력이 빠르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바이러스와의 공존과 투쟁의 역사였다. 장티푸스, 페스트, 천연두, 스페인 독감에서부터 최근의 사스, 에볼라, 메르스 뿐만 아니라 수많은 바이러스 전염병이 수년에서 수십 년의 간극으로 인류를 괴롭혀 왔다. 특히 최근 글로벌 시대에는 그 발생주기가 훨씬 짧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문제는 이렇게 끊임없이 바이러스의 역습을 받으면서도 그에 대처하는 인류의 태도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의학기술의 발전과 많은 경험을 통한 노하우는 인류의 심리에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하면 이제는 전과 같이 수년씩 지속되지 않고 수개월이면 대부분 통제가 되지만, 여전히 매번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것을 보면 인간이 갖는 공포심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독감 바이러스에 의한 전세계 사망자가 매년 29만 명에서 많게는 65만 명에 이른다는 보고를 참고하면, 신종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은 실제보다 과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신종이라는 일종의 낯선 것에 대한 공포심이라는 점에서 제노포비아의 일종이다.

 제노포비아가 무서운 것은 변형이 쉽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즉 신종 바이러스가 인간에 전파시키는 것은 인체를 공격하는 바이러스와 함께 불안을 전가하거나 불안심을 이용한 X-포비아이다. 바이러스를 이기는 방법은 인간사이의 신뢰와 연대이다. 연대의 사슬을 통해 바이러스의 침투 공간을 통제할 때 바이러스는 극복된다. 그래서 나만을 위한 이기적이고 안이한 사고나 타인에 대한 불신은 곧 바이러스에 대한 사회적 연대 방어막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러나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때마다 인간 사회에는 어김없이 X-포비아가 등장한다. 그 중에 악성 포비아는 바로 인간의 공포심을 이용하여 자신의 반대자를 희생양으로 삼고자하는 심리이다. 그 포비아의 대상은 특정 국가나 특정 지역, 특정 집단, 특정 세력 혹은 특정인 등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며 변화무쌍하다. X-포비아의 희생자는 단지 그 직접적인 대상에 그치지 않는다. X-포비아가 사회적으로 확산될수록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과 그로인한 사회적 스트레스는 더욱 심화된다. 그것이 통제 불가능해질 때는 심지어 집단적 혹은 개인적인 폭력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따라서 바이러스의 전염병에 대한 인류의 대처방안은 단순히 백신이나 처방 약을 개발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후에도 인류는 더 자주 신종 바이러스의 역습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새로운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거의 일상화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을 고려하면 인류에게 더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 역습이 수반하는 포비아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다. 물론 예전 역사적인 사례를 비추어 보면 바이러스에 대한 인류의 심리적 대처 방법에 긍정적 변화가 있어 왔음은 사실이다. 이전 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신종 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의학기술의 발전 때문만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적 위기 상황마다 등장하는 X-포비아를 보면 전염병을 대하는 인류사회의 자세는 아직 더 성숙해져야 한다.

 이제 시작되는 화창한 봄날을 내내 코로나19와 싸우며 보내지 않기를 고대한다. 그리고 아직 말하기 이르지만, 코로나19가 일깨워주는 교훈에 대해 보다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예고 없이 찾아드는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의 역습을 염두에 두면서 그것에 대한 보다 상시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사회 전반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에 취약한 관성적인 문화에 대해서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비판과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언론과 인터넷 공간에 확산되었던 공포 감정의 바이러스와 다양하게 위장된 X-포비아에 대해서도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X-포비아를 쉽게 진단하는 방법과 그에 대한 면역을 위한 백신 개발도 함께.

 

차태근 (중국학과 교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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