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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 혹은 도태, 분기점에 선 학생회칙

 본교 학생회칙(이하 회칙)은 2006년을 마지막으로 개정되지 않은 채 14년 차를 맞았다.

 2006년 당시, 생활도서관(이하 생도)을 제외한 중앙자치기구(▲총학생회(이하 총학) ▲총대의원회(이하 총대) ▲졸업준비학생회(이하 졸준)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 단과대학 학생회, 대다수의 과∙학부 단위가 선거를 통해 정식기구로 출범했고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보기 드물었다.

 현 학생사회는 회칙이 개정됐던 2006년의 학생사회와 판이하게 다르다. 재작년 시행한 ‘2019년 중앙 및 단과대학(이하 단대) 학생자치기구 대표자 (정기)선거’에서 ▲공과대학 ▲사범대학 ▲자연과학대학 ▲의과대학을 제외한 9개 자치기구는 후보자가 없었고 선거를 치룬 자치기구 중 사범대학 학생회만 개표투표율을 넘겨 정식기구로 설립됐다.  그 결과 ‘2019년 학생자치기구 대표자 재선거’ 이전까지 중앙자치기구와 단과대학 학생회 중 사범대학만 정식자치기구로 운영됐다.

 작년 본교 학생사회는 ‘예술체육학부 비대위 부위원장 논란’과 ‘동연 비대위장 자격 불인정 논란’과 같은 비대위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결이 다르게 보이는 두 사건이지만 같은 원인으로 귀결된다. 첫째는 현 회칙이 비대위를 어떻게 다뤄야 할 지 제대로 숙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이다.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회칙, 회칙의 목표를 망각한 자치기구

 “현재 인하대학교 학생회칙은 2006년을 마지막으로 개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학생자치기구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는 단위가 없거나 있어도 한, 두 군데였을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비상대책위원회와 관련된 조항이 구체적이지 않고 빈약하게 적혀 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19년 3차 대의원 임시 총회 당시 총대 의장 모두발언-

 회칙 제1장 총칙의 제2조에는 “본회(본회는 인하대학교 학생회를 칭한다)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자치활동을 통해 (중략) 민주시민의 자질을 함양해 민주사회의 구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서술돼 있다. 또한 학생회원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한 제4조 1항은 “본회의 회원은 본회의 모든 자치활동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가지며 본회의 각종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갖는다.”며 민주적 절차와 선거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선거로 설립되지 않은 임시자치기구, 즉 비대위 체제는 회칙상 통상적이지 않으나 자치기구의 연속성을 위해 허용된 관용이다. 문제는 임시자치기구 관련 조항이다. 회칙 제15장 제130조 임시자치기구의 지위에 관한 조항은 ‘임시자치기구는 해당 자치기구에 준하는 지위를 갖는다.’고 서술하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대로라면 임시자치기구의 지위와 권한은 정식자치기구(이하 정식기구)와 차이가 없다.

 이는 회칙 제1장과 배치되는 조항이다. 본교 회칙은 제1장에 따라 민주적 자치활동을 통해 민주시민 자질 함양과 민주사회 구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정식기구 위원과 업무량이 비슷해서 혹은 정식기구처럼 운영했다고 정식기구와 같은 권한과 권리를 모두 행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정식과 임시를 가르는 차이는 업무량이 아닌 선거 결과 혹은 회칙상 절차와 자격의 만족 여부이기 때문이다.

 임시자치기구의 지위와 구성이 정식기구와 같은 선상에서 논의된다면 학우들의 뜻을 모으는 선거와 학생자치의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비대위 체제로 장기간 운영을 지속하는 자치기구도 문제다. 학우들의 지지와 관심을 얻지 못한 자치기구 혹은 회칙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자치기구들에 대한 관용은 어디까지나 임시여야 한다.

 회칙이 규정한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반박하기 전에 회칙의 목표를 망각한 것은 아닌지, 학우들이 ‘비대위라 하더라도 필수 불가결한 집단’이라고 생각하는지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오랫동안 학우들의 표도 모으지 못한 비대위가 학우들 의견을 수렴했다며 사업을 집행하고 감사를 진행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계속된다면 학생자치는 허울로 남을 것이다.

 정식자치기구와 비대위가 혼재하고 비대위 운영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현 상황에선 정당성이 부재한 것에 따른 권한 제한 범위와 그 방법을 회칙에 명시해야 한다.

 

이젠 무의미한 회칙 땜질

 둘째는 비대위 관련 조항을 비롯해 전체적인 회칙 표현의 엄밀함이 매우 떨어지는 점이다. 그 예시로 비대위장 자격과 관련해, 총학과 총대는 정∙부 대표자가 모두 궐위 시 누가 비대위장이 돼야 하는지 회칙상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 그에 비해 동연을 비롯해 3개의 중앙자치기구(졸준, 생도)는 비대위장을 누가 역임할 수 있는지 혹은 해당 자치기구의 자율에 온전히 맡겨야 하는지 명시돼 있지 않다.

 또한 회칙이 중의적으로 해석되거나 행위 주체, 과정, 절차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단적인 예시가 꾸준히 문제를 일으켜온 ‘유권해석’에 관한 조항이다. 회칙의 마지막, 부칙 제3조에는 “본 회칙에 대한 유권해석은 총대의원회에서 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유권해석이란 ‘권위 있는 기관이 법규를 해석하는 일’이며 유권해석의 결과는 진행될 현안들에 포괄적 구속력을 갖는다. 따라서 유권해석에 관한 조항은 치밀하게 서술돼야 한다. 논의되는 안건을 넘어 학생사회 전반에 파급력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교 회칙상 유권해석에 대해 다룬 조항은 해당 부칙뿐이다. 또한 유권해석의 주체는 총대라고 서술돼 있는데 최종 결정 주체가 명확하게 누구인지 해석이 엇갈려왔다. 총대의 최고 심의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인지, 총대의장인지 혹은 대의원 총회의 의결인지 서술상 모호했고 그 결과 학생사회에선 유권해석의 주체가 총대의장 해석에 따라 달라져 왔다.

 서울 소재 K 대학은 회칙해석이 필요할 경우 회칙해석위원회(이하 회칙위)라는 특별 기구를 소집해야 한다. K 대의 회칙은 회칙위의 소집 조건, 구성, 업무, 절차, 회칙위의 유권해석이 구속하는 자치기구 단위까지 적시하고 있다.

 또한 회칙위의 유권해석은 법원의 판례와 같은 성격을 가지므로 유권해석의 결과를 어떤 형식으로 보존하고 공고해야 하는지 세칙에 명시돼 있다. 회칙위의 판단 결과는 합리적으로 축적돼 회칙개정, 세칙 및 규정집 제∙개정에 반영된다.

 본교는 회칙의 구멍을 유권해석으로 메우고 있으나 유권해석 조항도 엄밀하지 않고 합리적 해석 절차도 부재한 상황에서 어떻게 유권해석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 안주하면 학생사회는 도태된다

 “올해의 경우 대부분의 학생회 선거가 단선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까지 총대의원회에 접수된 후보 등록 서류 중 단선이 아닌 선거는 경영대와 법대가 유일하다. 생활도서관의 경우 후보조차 나오지 않아 올해 비상대책위원들이 내년에도 운영을 맡게 될 운명에 처했다.” – 2006년 11월 본지 편집국장 논평 中-

 당대의 문제 제기는 단독 후보 출마에 따른 유권자의 선택권 저하, 생도의 연이은 비대위 운영,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 운동원의 열띤 육박전이었다. 현 학생사회의 상황을 돌아보면 행복한 고민이다. 단독 후보 출마에 대한 우려와 기성을 따라가는 선거 행태에 대한 비판은 학생사회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이 전제된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곪아왔던 문제가 터질 때마다 자치기구 간부들에게 공통으로 나온 단어가 있다. ‘회칙개정’이다. 본지 선배 기자들의 학생회 자료를 검토할 때도 회칙개정에 대한 언급이 되풀이된다. 회칙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한 학우들은 2006년 이래 계속 있었다.

 그러나 중앙회칙개정특별위원회가 마지막으로 설립됐던 게 4년 전이다. 학생사회 간부들에게 ‘회칙개정’은 변명이 필요할 때 집어 들 곶감 항아리가 된 지 오래다. 가장 선행돼야 하는 것은 학생자치기구의 위신 유지, 여론 악화에 따른 대응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회칙의 개정이다.

 마지막 회칙개정 이후 햇수로 14년, 작금의 학생사회에 학우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14년이다. 본교 학생사회는 방치된 회칙으로 인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이대로 회칙이 개정되지 않고 문제만 쌓여간다면 본교 후배들은 학생사회의 존폐에 대해 논하고 있을 것이다.

 

더 나은 학생회칙을 위해

 본교 회칙은 오랜 시간 방치된 만큼 개정에 필요한 문제가 산적했다. 먼저 양적 측면이다. 본교 중앙회칙에 대응하는 세칙은 두 개, 선거시행세칙과 감사시행세칙이다.

 서울 소재 K 대는 총학생회칙이 39페이지, 해당 회칙에 대응하는 세칙이 70페이지, 해당 세칙에 대응하는 규칙과 규정집이 75페이지에 달한다. 본교 중앙 학생회칙은 18페이지, 중앙 선거시행세칙이 14페이지, 감사시행세칙이 6페이지이다. 학교마다 학생사회 구성이 다르지만 장 수로 5배 이상 차이 나며 글자 수로 세면 그 이상 차이를 보인다. 본교 학생회칙의 조항의 수와 구체적 서술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는 개정 횟수의 측면이다. K 대는 1960년 회칙이 제정된 후 총 26번의 개정을 거쳤으며 2006년 이래로 총 12회의 회칙 개정, 서울 소재 Y 대는 1988년 회칙이 제정된 후 총 10번의 개정, 그중 8번의 개정이 2006년 이후 이뤄졌다. 두 대학의 세칙, 규정집 개정은 이보다 빈번하게 이뤄져 왔다. 그러나 본교 회칙은 2006년 이후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회칙개정은 학생사회 질서가 바뀐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회칙개정의 기록은 당대 학생사회의 모습을 담는 동시에 후배들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중요 자산이기 때문이다.

 본교 학생사회는 과거에 저지른 과오를 반성할 기회를 전부 흘려보냈다. 14년의 공백을 단숨에 채우기 위해선 회칙은 심한 성장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셋째는 회칙개정 절차의 측면이다. 본교는 회칙개정 관련 조항에 따라 회칙을 개정하기 위해 학생총회를 거쳐야 한다. 학생총회에서 본교 재학 학우 1/5 이상이 의결에 참여하고 출석 인원 2/3 이상이 찬성해야 회칙개정이 성사된다. 본교 학우가 17,000명가량임을 고려할 때 일부개정이나 실무를 위한 개정은 실질적으로 성사되기 어렵고 중요 의제를 발의해 통과시키는 것도 벅찬 상황이다.

 반면 여타 대학들은 사회상에 맞춰 회칙개정 절차에 대의 민주주의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K 대는 직선투표로 뽑힌 자치기구 대표자들의 의결로 회칙을 개정할 수 있다. 단 회칙개정 의결은 기명 투표를 진행해 찬성자 명단을 공개한다. 또한 세칙으로 공청회와 축조심사, 찬반 토론을 의무화했으며 개정안의 제안 이유, 주요 내용, 발의자 명단 공개를 명시해 투명하고 민주적인 회칙 개정을 유도하고 있다.

 Y 대는 더 급진적이다. Y 대는 상설기구인 법제위원회를 운영한다. 해당 기구는 Y 대 학생사회에서 법제 관련 업무(회칙개정안 발의, 세칙 제정, 회칙 해석(유권해석), 규정집 및 해석 배포, 보존)만 담당한다. 회칙의 영역을 실무자들의 영역에서 일부 분리한 것이다. 또한 단대, 과, 학부 단위 자치기구 회칙에 대해 법리적 자문 및 해석을 지원함으로써 통일성 있고 공정한 회칙 해석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두 대학의 회칙 개정은 모두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상에 발맞춰 원포인트 개정, 즉 일부 개정이 주를 이룬다. 회칙개정을 위한 절차와 조건을 민주적 정당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더 나은 학생사회를 향해

 본교의 회칙개정 간소화를 위해 선행돼야 하는 것은 학생자치기구의 투명한 운영이다. 회칙개정에 대의제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선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학우들의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생자치기구의 투명성 확보는 공개 자료 범위를 주체적으로 넓히고 공개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학생사회가 잘 유지되는 주요 대학들은 공통적으로 기록 보존과 기록 열람의 접근성 강화, 회의록 및 속기록 공개가 일반화돼 있다.

 K 대는 학우들의 권리 보호 등 타당한 이유가 있어 회의록을 비공개해야 하는 경우 의결의 과정을 거쳐야만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서울 소재 S대의 경우 중앙 의결, 집행 기구들의 회의 공개, 열람 및 회의록 온라인 게시를 회칙상으론 예외를 두지 않고 의무화했다.

 자료의 적극적이고 투명한 공개는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회칙개정 절차 간소화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또한 개인도 쉽게 자료에 접근해 정보를 재생산하고 학생사회에 관심을 갖는 학우들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사회 변화 주기가 빨라지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학생사회는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본교 학생사회도 변해야 한다. 실정에 맞는 회칙 개정을 시작으로 학우들의 힘을 받고 허울뿐인 학생자치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올해 14년의 공백을 끊고 재도약을 시작할지 혹은 여느 때처럼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채 도태될지 올해 본교 학생사회는 분기점에 섰다.

인하대학신문  inh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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