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
몸살 앓는 에브리타임 커뮤니티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은 2010년 시간표 작성을 돕는 어플로 출발했다. 이후 시간표 기능뿐만 아니라 학식 정보, 강의평가, 책방, 시간표 등 다양한 기능과 주제별 커뮤니티 기능을 갖춘 어플로 호응을 받으며 ‘대학생 필수 어플’로 자리매김했다. 본교 에타에는 자유게시판 외에도 학우들이 개설한 다양한 주제의 커뮤니티가 있어 활발한 익명 소통이 일어난다. 그러나 선정적인 표현이나 비하 표현으로 불쾌감을 느끼거나 게시판의 성격이 흐려지는 등의 문제점도 발생한다. 욕설이 만연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게시물들이 범람하며 성관계 상대를 찾는 게시판으로 변질된 곳도 있다. 이처럼 대학생 정보 커뮤니티로 출발한 에타는 혐오와 갈등의 장으로 변하며 몸살을 앓고 있다.

 

도 넘은 선정성, 즉석만남까지

 본교 에타 ‘비룡이 움트는 곳’ 게시판(이하 비룡게)은 본래 성과 관련된 정보성 글을 게재하는 등의 형태로 시작됐으나 현재는 즉석만남 파트너를 찾는 게시판으로 전락했다. 실제 ‘비룡게’를 살펴보면 이성과의 만남을 원하는 게시물들이 대다수였다. 실제 워드클라우드 프로그램을 통해 본교 에타 비룡게의 최근 500개 게시물을 추출해 분석해 본 결과 ‘여자’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이어 쪽지, 지금, 있어, 만날 등의 키워드가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학우들이 에타를 통해 만남 상대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룡게를 통해 여러 차례 즉석만남을 가져 본 경험이 있다는 한 이용자는 쪽지를 통해 ‘편하게 만날 수 있고, 마음이 맞으면 그냥 만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는 ‘여기서 만나면 최소한 본교 학생과 만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에타를 통한 즉석 만남은 만남을 원하는 학우들이 쪽지를 달라는 게시물을 올리고, 쪽지를 보낸 상대방과 대화하거나 오픈채팅 등을 통해 실제 만남까지 가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해당 게시판은 즉석만남 뿐만 아니라 선정적 표현으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단순히 외설적인 표현 외에 타인의 외모에 대한 평가와 비하 발언까지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타 커뮤니티에 올라온 여성 사진을 본 이용자들은 ‘얼굴 보니까 동남아 쪽인줄’, ‘근데 몸매는 ㄷㄷ한데’, ‘근데 넘 살찜 ㅋㅋ 피부라도 하야면 몰라욬ㅋㅋ’ 등의 인종 차별 및 성희롱적 댓글도 서슴지 않았다.

 이처럼 에타가 선정적 내용과 즉석만남의 장으로 변질된 것은 비단 본교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서울의 모 대학교 에타 게시판에는 매일 밤 나체 인증사진이 업로드돼 경찰 수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당시 적발된 졸업생 및 재학생 11명은 ‘재미삼아, 시험기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이러한 게시물을 올렸다고 밝혔다.

 

갈등을 조장하는 비하 발언

잘못된 애교심

 ‘입시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학우들은 치열한 입시 경쟁 끝에 본교에 입학한 만큼 대입 제도와 본교 입시 결과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 결과로 에타에는 수시와 정시에 대한 글이 자주 게시된다. 게시되는 많은 글 가운데 대입 제도나 입시 결과를 전하는 정보성 글도 존재한다. 하지만 수시를 통해 입학한 학우들을 비하하거나 본교와 타 대학을 비교하며 서로를 깎아내리는 글들이 게시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일명 ‘수시충(수시로 입학한 학생을 비하하는 속어)’이라는 말로 비꼬거나, ‘학생부 종합 전형’을 폄하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또한 ‘정시 입시 결과’를 가지고 타 대학과 비교하는 게시글로 게시판이 채워지며 학우들 간 갈등으로 이어진다.

인문학 전공 학우들에 대한 차별

 본교는 공과대학에서 출발해 현재까지 이공계열에 강세를 보인다. 이와 같은 이유를 바탕으로 에타에서는 인문계열 학우들에 대한 비하가 만연하다. ‘문과충’, ‘문레기’, ‘문송합니다’. 흔히 문학, 역사학, 철학 등의 인문학을 전공하는 학우들을 비하하는 말이다. 많은 학우들이 이들을 향해 “배워서 쓸 곳도 없잖아”, “그래서 취업은 어떻게 하는데?”, “문과는 탈출이 답”과 같이 비난한다. 이러한 게시글과 댓글 역시 학우 간 갈등으로 이어진다.

정치 성향 갈등

 특정 사안에 대해 정치적 의견이 다른 학우들 간 갈등 또한 심각한 문제이다. 일부 학우들은 대표적으로 ‘조국 사태’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게시글에서 서로에게 ‘대깨X’, ‘X갱이’, ‘(정치 관련 이야기를 하는 학우를 향해)지능 한자리 수인 X’라고 말하며 조롱하고 있다. 실제 사안에 대한 건전한 토론이 아닌, 오로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비난하거나 갈등을 발생시키는 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본래 게시판 개설 의도와는 무관한 게시글

 본래 게시판 개설 의도와는 다르게 해당 게시판을 비하하는 글들이 게시된다. 대표적으로 페미니즘 게시판에서 “벌레 같은 피해망상 집단”, “진짜 뇌에 망상채널 하나 따로 달았나”와 같이 단지 페미니즘을 비난하고 갈등을 발생시키기 위한 게시글이 등장한다. 또한 퀴어 게시판에는 “인하대에 게이가 이렇게 많았다니 시X”, “너넨 제발 정신좀 차려라, 남자로 태어났으면 당연히 여자를 좋아해야 하고 여자는 남자를 좋아하는 게 세상의 이치”라는 글이 올라온다. 두 게시판 모두 게시판의 본질적인 개설 의도와는 달리 게시판 자체를 비난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게시글이 자주 등장한다.

에브리타임 자체의 규제

 에타 금지항목에는 ‘욕설, 음란물, 음담패설, 타인이나 특정 단체에 대한 비하 내용을 담은 게시물이나 1:1 대화를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에타 자체에서는 규제하고 있을까.

 에타 커뮤니티 이용규칙상 모든 게시물은 ‘이용자의 신고’를 기반으로 처리된다. 커뮤니티 이용 규칙에는 “커뮤니티 이용규칙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는 글, 댓글 등을 발견 시 신고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학우들 스스로가 일명 ‘커뮤니티 이용규칙에 어긋나는 것’을 보면 직접 신고해야 하는 것이다.

 

더 나은 에타를 위하여

 본교에 재학 중인 한 학우는 에타를 자주 이용하냐는 질문에 “시간표 짤 때도 사용하고 궁금한 점이 생기면 게시판을 이용해 질문하기도 한다”고 답하며 에타를 앞으로도 계속 이용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또 다른 학우는 “이전에 에타를 통해 중고 책을 거래한 적이 있다”며 에타가 대학생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준다는 점을 언급했다. 시간표, 정보 수집, 단체 및 행사 홍보, 중고 책 거래까지. 에타는 대학생들의 일상생활에 분명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에타 이용자는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많은 학우는 에타 내 게시판을 이용하면서 종종 불쾌감을 느끼곤 한다. 한 학우는 “특정 학과의 과 활동에 대해 비방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비판이 아닌 무분별적 비방으로 학우들 간의 갈등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며 불쾌했다”며 게시판을 이용하다 눈살을 찌푸린 경험을 설명했다. 또 다른 학우는 “입시 결과와 관련해 발생하는 갈등의 모습과 성차별적 발언들을 보며 기분이 나빴다”고 설명했고 이어 다른 학우 역시 “에타에서는 익명이 보장되다 보니 표현의 자유를 넘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들이 많은 것 같다. 혐오성 게시물에 제재를 가해 에타의 유익함이 극대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에타를 이용하는 학우들은 에타에 혐오 표현과 부적절한 게시물이 만연한 이유가 ‘익명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익명성은 에타의 가장 큰 특징이자 에타가 대학 내 공론장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요인이다. 익명성으로 인해 평소에는 잘 드러내지 못하는 성향이나 가치관들을 밝혀 다양한 의견과 표현들이 오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익명성은 비도덕적인 표현과 혐오적인 표현을 분출하는 무기가 되기도 해 문제가 된다.

 에타는 자동 신고 시스템을 통해 부적절한 게시물들을 관리하고 있으나 이미 혐오적 분위기가 만연한 상태기 때문에 실질적 개선이 어렵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타를 직접 이용하는 학우들의 책임 의식이다. 익명성으로 표현의 자유를 보호받는 만큼 발언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커뮤니티를 이용해야 한다.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규제를 통해 커뮤니티 내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이에 일부 대학 학생들 사이에서는 에타 내 자정을 위한 움직임도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14개의 대학의 학생들은 에타 고발 계정을 개설해 에타에 올라오는 혐오성 게시물들을 공개하고 있다. 에타에 올라오는 글들을 외부에 공개함으로써 이용자들의 무분별한 혐오 표현 남발을 막는 것이다. 본교 역시 자율적인 학우들 간의 규율이나 규제를 통해 자정 작용을 이룰 필요가 있다. 에타가 학우들에게 유익함을 가져다주는 커뮤니티로 성장하기 위해 학우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인 기자, 김동현 기자

이정민 기자  12182301@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