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어떤 일을 하는 데는 자금이나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런 사정이 여의치 못할 때는 해야 할 일이 많아도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금이나 기술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할 수 있을까 ?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우리는 혼자서 살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남을 생각하는 마음 일 것 이다. 혼자만의 생활이 아니기에 남에 대한 생각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남을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남도 나를 생각한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모두가 남을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도 나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남에 대한 생각이 너무 부족하다. 가족의 범위 내에서는 헌신적이라 할 정도로 많은 배려를 하지만 가족의 울타리만 넘어서면 지독히 이기적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공동체 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산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생각은 남을 생각하는데서 시작된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간다면 항상 다른 사람을 생각해야 할 것이고, 그럴 때 비로소 나도 다른 사람에게 나에 대한 배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 남과 더불어 사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어느 장소 어느 경우에서도 남을 생각하는 데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아마 좁은 국토에 많은 사람이 살다 보니 여유가 없고, 남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게 되었나 보다. 하지만 그럴수록 필요한 것이 남에 대한 생각일 것이다. 많은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두가 내 생각만 하면 모두에게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공공의 장소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일, 공중시설을 마구 사용하는 일,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뛰어 다녀도 제지하지 않는 부모들. 일일이 다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사회는 남에 대한 생각이 너무 인색하다. 모두가 남을 생각하지 않고 내 생각만 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보면 사회 전체적으로 모두에게 손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태가 고쳐지지 않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김 구 선생님의 백범일지에 보면 선생님이 바라는 조국의 모습은 힘이 강한 나라도 아니고, 부자 나라도 아닌 문화의 힘이 강한 나라였다. 선생님의 생각과 같이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면 이제 우리나라가 나가야 할 방향은 문화의 힘이 강한 나라가 되어야 할 것이다.
　외국을 여행할 때 가장 부럽게 느껴지는 것은 경제적인 풍요 보다는 따듯한 인정이고,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사람들에게서 남을 생각하는 넉넉한 마음을 발견할 때는 이것이 경제적 풍요 보다 더 큰 소중한 것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선진국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기준도 경제적인 면만이 아니라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에 의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도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넉넉한 사회가 되었으면 바램이 크다. 내가 남을 생각할 때 남도 나를 생각할 것이고,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진정으로 문화적인 선진국이 될 것이다. 우리 대학 내에서도 남에 대한 생각이 부족한 모습을 볼 때 마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수업에 방해가 되는 학생활동, 학교 기물을 아끼지 않는 행태, 곳곳에 나뒹구는 담배꽁초와 쓰레기 등 이루 다 거론하기 어려운 정도다. 명문대학이 되는 데는 다른 면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 중의 하나가 공동체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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