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
[스케치] 노르웨이와 덴마크: 세상에서 가장 길고 특별한 날 보내기
페리에서 바라본 게이랑에르 피오르드

 추운 겨울 흩날리는 눈보라와 멋들어진 설경, 겨울 밤하늘을 수놓은 오묘하고 신비로운 빛깔의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 바로 노르웨이. 그리고 자유와 행복이 공존하는 나라 덴마크. 많은 이들이 겨울날 북유럽을 사랑하지만, 여름날 노르웨이와 덴마크가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 덥지도, 그렇다고 많이 춥지도 않은 날 대자연이 살아 숨 쉬는 노르웨이와 덴마크에 다녀왔다.

 

밤 9시 노르웨이의 풍경

오슬로와 백야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에 내리자 조금은 찬 기운이 필자를 반겼다. 낯선 공항, 길쭉한 바게트를 들고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드디어 도착했구나!’ 생각했다. 인천공항부터 약 10시간의 긴 비행에 좀이 쑤셨지만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즐거운 마음으로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시내로 향했다.

 시내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도 두 눈은 쉴 새 없었다. 끝없이 펼쳐진 녹지대와 한국에선 보기 힘든 침엽수들, 드문드문 한 채씩 지어진 옛집들은 이국적이면서 아름다웠다. 오슬로 시내에 도착한 후 처음 보는 거리는 어디를 둘러보아도 여유가 넘쳤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짧은 옷을 걸치고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 한가로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별것 없는 일정에도 즐거웠던 이유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오슬로의 풍경 때문일 것이다.

 노르웨이 시각 오후 아홉 시쯤 되자 참아왔던 졸음이 밀려왔다. 노르웨이와 한국 간 시차는 무려 8시간! 한국에서 밤을 꼬박 새운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잠이 오지 않았다. 아홉 시, 열 시가 넘어가도 해는 지지 않고, 낮과 다름없이 하늘이 밝았기 때문이다. 바로 ‘백야현상’이었다. 밤 열 시인데 해가 지지 않다니. 결국 뜬눈으로 노르웨이의 첫 밤을 새웠다.

 북극으로 가는 관문에 있는 노르웨이 및 다른 북유럽 지역엔 여름이 시작할 때부터 온종일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이 나타난다. 반면 겨울에는 해가 뜨지 않는 날도 있는데, 그래서 북유럽 사람들에게 빛은 참 중요하다. 처음엔 이러한 현상이 기이하게 느껴지고 적응도 잘되지 않았지만, 해가 지지 않는 하루를 어디서 경험할 수 있으랴. 며칠이 지나자 암막 커튼을 쳐 잠도 잘 자고 특별하게 긴 하루를 즐기게 됐다.

 

평화로운 칼 요한 거리

비겔란 공원과 칼요한 거리

 노르웨이에 왔으면 대자연을 만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핫플레이스 이곳저곳 돌아다녀 줘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 날이 밝자마자 노르웨이가 낳은 세계적 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드의 작품이 전시된 ‘비겔란 조각공원’으로 향했다.

 비겔란 조각공원은 입구부터 남다른 웅장함을 뽐냈다. 거대한 정문을 통해 공원 내부로 들어가자 입구 바깥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경이로운 장면들이 펼쳐졌다. 길게 늘어진 길과 다리를 따라 양옆에는 구스타프 비겔란드의 작품이 가로등처럼 전시돼 있었고 그 길 끝 한가운데엔 그의 또 다른 전시품인 분수대에서 연신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긴 다리와 길옆엔 족히 축구장 두 개 만한 잔디밭과 숲이 있었다. 빼곡한 나무숲과 잔디밭 위 사이사이 놓여있는 벤치엔 산책 나온 노르웨이 가족들과 연인들을 볼 수 있었다.

 조각공원엔 비겔란과 그 제자들의 조각 작품 약 200여 개가 전시돼 있는데, 특히 울고 있는 ‘심술쟁이 소년 상’과 화강암 조각상 ‘모놀리트’가 가장 유명하다. 심술쟁이 소년 상은 손을 만지면 건강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모놀리트는 높이가 약 17m에 달하는 조각상으로 공원의 한 가운데 서 있다. 멀리서 보면 그저 기둥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121명의 사람이 엉켜 괴로움으로 몸부림치는 모습이 생동감 있게 묘사돼 있다. 정상으로 올라가려는 듯 안간힘을 쓰는 인간의 본성을 표현했다는데 조각상을 보고 소름 돋은 일이 참 오랜만이었다.

 비겔란 조각공원 관광을 마친 후 오슬로의 명동, 가로수길인 칼 요한 거리로 향했다. 해가 지지 않으면 낮부터 저녁 아주 늦은 밤까지 사람들로 거리는 붐빈다. 칼 요한 거리엔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과 관계자들이 묵는 호텔이 있는데, 호텔 로비 카페에서 이 순간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된 기분을 만끽하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졌다. 또 거리 곳곳 상점에서 노르웨이 상징인 귀여운 순록 상품과 트롤들을 구경했다. 너무 귀여워 다 사고 싶겠지만 노르웨이 물가는 한국보다 훨씬 비싸니 조심하자!

 

알록달록 운하도시 코펜하겐

평화로운 도시 덴마크 코펜하겐

 이틀간의 오슬로 관광 후 덴마크로 이동했다.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북유럽 인접국으로 차를 타고 쉽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 약 세, 네 시간쯤 차를 타고 이동했을까, 푸른 녹지는 알록달록 작은 건물들로 변했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도착하자 거짓말처럼 북유럽의 차가운 공기들이 사라지고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코펜하겐이 필자에게 준 첫인상은 말 그대로 ‘예쁘다’ 였는데, 100년, 20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옛 건물을 그대로 보존한 채 알록달록 색을 칠해 동화 속 한 장면 같았기 때문이다.

 북유럽 사람들에게 햇빛이란 참으로 반가운 존재다. 지형 특성상 여름에만 잠깐 해가 오래 뜨고 겨울에는 일찍 해가 져 쨍쨍한 햇볕을 쬐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코펜하겐 거리 곳곳엔 주변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웃통을 벗어 던진 이들로 가득했다. 잠깐이라도 내리쬐는 태양 빛에 감사하며 한 손엔 음료 한 잔을 들고 길거리 아무 데나 눕거나 앉아 태닝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은 그 어느 공간의 사람들보다도 자유로워 보였다.

 코펜하겐은 운하를 따라 몇십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항구도시다. 그래서 코펜하겐 시내에는 아주 많은 다리가 설치돼 있다. 그리 높지도, 길지도 않은 다리를 이어 하나의 도시를 새로이 만들어 놓은 모습은 아기자기 귀엽기도 신기하기도 했다. 넓고 긴 한강을 축으로 도시가 형성된 서울과는 굉장히 다른 모습이니 말이다. 긴 강물 양옆엔 건물들이 빼곡히 늘어져 있고 보트들이 즐비해 있다. 수많은 보트 중 여러 척은 실제 주거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배가 집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도시를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고 싶다면 코펜하겐 운하 투어가 제격이다. 투어에선 코펜하겐에 건설된 매력적인 운하를 따라 코펜하겐의 항만과 바다, 그리고 도시를 전체적으로 둘러볼 수 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좁은 운하 길 따라 꼬불꼬불 가다 보면 코펜하겐 왕립 극장, 도서관, 등 세계적인 건축물을 볼 수 있다. 수백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건물들과 새로운 건물의 조화는 예술적인 한 폭의 그림이었다.

 운하를 따라 바다로 나아가면 장관은 더해진다. 바다의 경계에 줄지어 있는 집과 회사엔 온통 울타리가 없는데, 그 이유는 덴마크 사람들이 언제든 바다로 뛰어들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게도 날씨가 굉장히 좋은 날 투어를 해 바다에서 수영하며 휴일을 만끽하는 덴마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드넓은 바다가 온통 수영장이었다.

 

피오로드 산길을 따라 가면 어디든 그림이다

빙하시대가 남긴 보물, 피오르드

 노르웨이의 북쪽 서해안은 과거 빙하시대에 빙하가 발달했던 지역으로 피오르드 지형을 이루고 있다. 피오르드란 빙식 곡이 바닷물에 잠긴 곳을 말하는데, 거대한 빙하가 수천, 수만 년 동안 쓸고 지나간 곳에는 삐쭉삐쭉한 협곡이 아주 크고 길게 형성돼 있어 장관을 이룬다.

 노르웨이 명물 피오르드를 보기 위해선 오슬로 시내에서 차로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북쪽으로 이동해야 함에도 이동 시간 내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도시를 벗어나고 본격적으로 빙하의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으로 갈수록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넓은 대지가 만년설로 덮여 있는 것과 웅장한 폭포수가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뻥 뚫린 길 아무 곳이든 그곳이 사진 명소였다.

 가장 첫 번째로 만난 피오르드는 게이랑에르 피오르드였다. 게이랑에르 피오르드는 4대 피오르 중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피오르드로, 4대 피오르드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배를 타고 피오르드 협곡 한가운데에서 사방으로 둘러싸인 게이랑에르 피오르드를 온몸으로 느끼니 대자연의 웅장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사진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입체감이 몸속에 그대로 들어와 한마디도 할 수 없을 만큼 놀라웠다.

 하르당게르 피오르드는 다른 피오르드들과는 조금 다르다. 협곡 중간중간 형형색색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고 풍성한 과일이 자라나는 대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피오르드에 비해 조금은 규모가 작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비슷비슷해 보이는 풍경이 지겨워질 때 즈음 새로운 자극을 주는 곳이다.

 피오르드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송네 피오르드 관광이다. 송네 피오르드는 오슬로와 베르겐의 중간에 있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피오르드에 가기 위해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가면 빙하시대에 만들어진 아름다운 경관과 폭포를 만날 수 있다. 폭포에선 잠시 내려 노르웨이 요정들이 폭포 옆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참 기이한 경험이다. 열차를 타고 플롬에 내리면 큰 페리를 타고 송네 피오르드를 향해 이동한다. 그 어떤 피오르드보다도 크고 깊은 송네 피오르드의 위엄은 노르웨이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완벽했다.

 

 북유럽 여름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태양 빛 아래서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피오르드 관광은 해가 금방 지는 겨울에는 물이 얼어붙고 어두워 위험하기에 1년 중 6월부터 8월에만 할 수 있다. 인생에서 가장 긴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여름에 북유럽으로 떠나보자!

엄현수 기자  12172975@inha.ac.kr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엄현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