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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새로운 바람, '비거니즘'

 최근 동물보호와 환경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비건’을 추구하는 윤리적, 친환경 소비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패션 브랜드, 화장품 브랜드 등 다양한 곳에서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상품들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건 베저테리언, 비건 패션, 비건 화장품 등 비건 관련 용어가 새롭게 등장하는 추세다. 동물권과 환경보호, 건강이라는 가치가 더해지면서 ‘비거노믹스’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채식주의를 뜻하는 ‘비건’에 ‘경제(Economics)’를 더한 말이다.

 

가치 있는 선택, 비건

 ‘비건(Vegan)’이란 채식주의의 일부로 동물성 제품을 아예 섭취하지 않거나 이용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다만 최근에는 이처럼 강도 높은 채식주의의 개념보다는 채식을 주로 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필수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필환경’이 주목 받으면서 자연과 동물보호, 재활용 등 전반적 생활 습관의 변화를 포괄하는 ‘비거니즘’ 트렌드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비건 시장이 확대되는 또 다른 원인은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나 개성이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면서‘나를 위한 소비’를 하는 소비자들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향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가치를 두는 비건 제품이 다소 비싸더라도 과감히 투자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를 위한 소비’ 경향은 자기 자신의 만족과 취향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채식은 어렵다? 편견에 불과해!

 한국채식연합이 조사한 현재 우리나라 채식 인구는 150만~200만 명에 달한다. 2008년 15만 명에서 10년 사이 10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채식주의자에도 분류가 존재한다. 육류를 먹지 않는 페스코 베지테리언, 육류는 물론 어류까지 먹지 않는 락토-오보 베지테리언, 달걀과 우유, 치즈까지도 먹지 않는 비건, 채소류도 먹지 않으면서 과일과 견과류만 먹는 프루 테리언 등이다.

 증가하는 채식 인구에 맞춰 편의점과 음식점에서도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CU는 지난 5일 순 식물성 원재료로 만든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를 출시했다. 해당 간편식들은 100% 순 식물성 단백질 고기로 만들어졌다. 통밀 또는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식물성 고기는 고기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감칠맛이 육즙과 비슷하지만 트랜스지방과 콜레스테롤이 함량 되지 않았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게 특징이다.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는 채식 시장에 이른바 ‘베지 노믹스’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비건 식당들이 많이 생겨나는가 하면 샐러드를 만들어 판매하는 빵집이 등장하고 채식주의자를 위한 도시락이나 콩고기를 이용한 햄버거, 김밥과 같은 제품들이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콩이나 버섯, 호박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실제 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구현한 ‘식물성 대체육’을 개발하고 있다. 소수만이 즐기던 대체육은 채식의 성장에 동반해 주류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현대인들의 높은 관심과 식물성 식품이 영양학적으로 건강에 더 이롭다는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체육은 육류에 비해 칼로리는 낮은 반면 각종 항산화 물질과 식이섬유 등 영양소는 풍부한 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채식인이나 완전한 비건이 아니어도 건강을 위해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콩으로 만든 버거와 마요네즈, 현미로 만든 돈가스, 동물성 원료를 뺀 유제품 등 다양한 채식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기존에는 채식 시장 규모가 작아 접근성이 떨어지고 소수의 특별한 식당 등에서만 비건 식품을 찾아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마트와 집 앞 편의점 등 일상 속 공간에서도 비건 간편식을 비롯해 건강과 환경을 고려한 식품들을 접할 수 있도록 점점 보편화될 예정이다.

 

패션도 ‘비건’이 대세

 비건은 단순한 식생활을 넘어 뷰티 시장까지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비건 패션’은 동물성 식자재를 배제하던 채식주의 영역을 넘어 모피, 가죽, 울 등 동물에서 비롯한 소재를 의류 및 잡화에 사용하지 않음을 뜻한다. 동물 학대 없이 얻은 원재료를 이용해 만든 옷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물성 소재 중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것은 의류이다. 울 코트, 캐시미어 니트, 오리털 점퍼, 가죽 장갑, 퍼 재킷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러한 기존 동물성 패션 생산 과정에서 동물 학대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겨울용 점퍼의 충전재를 생산하기 위해 오리와 거위는 산 채로 깃털이 뽑히고 전기충격으로 기절한 여우와 라쿤은 산 채로 가죽을 벗기기도 했다. 죽으면 몸이 굳어 가죽을 벗기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밍크코트 한 벌을 생산하려면 최소 30마리에서 많게는 70마리의 동물 가죽이 필요하다. 이처럼 동물들은 털과 가죽을 생산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따라서 동물 학대 문제가 심각한 모피 대신 캐시미어 혹은 합성소재 플리스 의류가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캐시미어 소재는 산양의 털갈이를 통해 획득할 수 있어 친환경 소재로 꼽히기 때문이다. 플리스는 폴리에스터 계열의 직물로 표면을 양털과 같이 복슬복슬하게 만들어 보온성이 뛰어난 소재다.

 최근 가죽 등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화학 공정과 환경오염, 동물 학대를 감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세계 4대 패션위크 중 하나인 런던 패션위크는 지난해 2019 S/S 시즌부터 모피 사용 중단을 선언했다. 해외 명품 브랜드인 구찌와 프라다, 미우미우 등도 모피 의류를 지양하면서 ‘퍼 프리(fur free)’를 선언했다.

 

‘착한 화장품’, 비건 뷰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뷰티 브랜드의 비건 화장품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국내 비건 뷰티 브랜드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비건 뷰티’ 또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크루얼티 프리(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비건 뷰티’ 제품이다.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식물 성분 위주의 화장품을 지향하며, 제품 개발 과정에 있어서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비건 뷰티 제품을 찾아서라도 사용하고 있다. ‘착한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먹는 것과 입는 것뿐만 아니라 바르는 것까지 제조 과정의 윤리성을 따지는 소비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외 화장품 업계에서는 비건 화장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 드럭스토어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1~8월 비건 화장품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약 70%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생활문화기업 LF는 최근 천연 원료를 사용하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비건 지향 화장품 브랜드 ‘아떼’를 공식 출시했다. 아떼는 동물성 성분은 물론 12가지 유해 성분 및 유전자 변형 원료를 첨가하지 않으며 제조과정에서도 동물 실험을 일체 진행하지 않아 프랑스 비건 인증기관 ‘EVE’로부터 비건 화장품 인증을 획득했다

 비건 화장품이라 하면 왜인지 모르게 기존 화장품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의심이 존재한다. 하지만 비건 화장품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이러한 편견을 완전히 깨고 있다. 화장품의 경우 피부에 닿아 흡수되는 만큼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소비자들은 성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제품 구매 시 원료와 성분을 꼼꼼히 따져보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이러한 소비자들이 화학성분을 고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발 과정에서도 동물 실험을 하지 않으며, 동물성 성분을 일절 사용하지 않은 비건 화장품을 찾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비건 소비를 통해 개인의 선택권 확대, 동물복지, 환경보호 등 지속 가능한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또한 비건 추구를 통해 더 나은 삶과 생활환경을 조성하고 삶의 만족도를 높여갈 수 있을 것이다. ‘비건’을 어렵고 완벽하게 지켜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하루에 한 끼라도 채식을 하거나,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옷을 구매하고, 동물성 성분을 일절 사용하지 않은 비건 화장품을 사용하는 등 일상에서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연진 기자  1218229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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