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의 공교육은 부실한가? 공교육 부실화의 내용은 무엇인가? 대부분은 학교 교육의 총체적인 붕괴, 입시위주의 과열 경쟁, 부실한 인성 교육, 교사의 자질 등 흔히 상식적으로 하는 진단에 아무 생각 없이 수긍하겠지만 한번 진지하게 다시 되물어 보자. 내가 생각하기에 공교육 부실화란 무얼 말하는가? 그리고 과연 부실한가?
　어떤 사람에게는 공교육 부실이 짧은 기간에 학생에게 집중적으로 교과 내용을 가르쳐서 성적을 올리게 하는 사교육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걸 의미할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과도한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학교 교육이 그 본연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공교육 부실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나 학계, 언론에서 공교육 부실화를 많이 지적하지만 사실 뭘 지적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없다. 문제의 본질에 대한 합의도 없이 그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어리석다.
　사교육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학부모에게 공교육 부실화는 효율성의 문제일 것이다. 내 자식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잘 살아가게 한다는 목표를 추구하는데 있어서 현재의 공교육은 그들에게 효율적인 수단이 아닐 것이다. 아니 그들은 공교육에 관심도 없을 것이다. 공교육이 지금보다 그 질이 나아지면 우리나라의 사교육이 줄어들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의 원인이 과연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공교육 부실화라는 주장에 대해 상당해 회의적이다.
　그렇다면 사교육 과열의 원인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돈을 자기 자식을 위해 사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시장논리에서 볼 때 당연히 합리적인 결정이다. 내 자식을 위한 투자가 도둑질을 해서 번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닌 한 경쟁은 공정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교육도 시장의 논리를 도입해서 비효율적이며 구태의연한 교육기관들과 교사들이 시장 경쟁에서 퇴출될 수 있어야 전반적인 개선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이러한 시장의 경쟁논리에 수긍하면서도 왜 사교육 과열 현상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아니 그들이 과연 진정으로 문제의식을 가지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사교육 과열 현상은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떠안게 된 사회적 문제들 중 하나이다. 즉 이는 교육 외적인 문제인 것이다. 경제가 발전하여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그에 따른 사회의식과 제도, 구조들도 바뀌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경제가 너무 빨리 발전하다 보니 사회 각 부분의 변화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교육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비슷한 경제 발전 수준의 다른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합리적인 제도와 관행, 의식들이 결여되어 있다. 즉 너무 빨리 발전했기 때문이다 (압축 성장이라고 한다).
　너무 빨리 발전하여 효율성만 추구한 나머지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의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의 조화라는 중요한 사회적 기제가 결여된 것이 오늘날의 한국 사회이다. 굳이 하버마스가 말하는 공적 영역이라는 개념을 들지 않더라도 한국에서는 공익에 대한 개념이 결여되어 있으며 마치 서구 자본주의의 본질이 시장에서의 제로섬적인 (한쪽이 이기면 다른 한 쪽이 저야 하는) 경쟁인 것처럼 잘못 인식하고 있다.
　서구 교육제도의 선진적인 모습을 접하게 되면 그걸 우리 사회의 공적 영역에서 다같이 누릴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내 자식만 먼저 그 혜택을 보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 한국사회 지배층의 인식이다. 공적 영역에 대한 책임감이나 의무감이 너무 적다. 결국 그러한 행동은 자본주의가 비효율적으로 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사교육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외국으로 이민을 가고 외국 교육기관에 막대한 돈을 지출하는 것이 국가 전체로 보면 가장 자본주의적인 논리에서 보아도 비효율적인 것 아닌가? 자본주의는 시장논리로만 작동하는 체제가 아니다. 경쟁을 하더라도 사회적 안전판을 만드는 데 합의하는 것이 서구 자본주의 사회의 힘인 것이다. 가장 자본주의적인 미국에서도 예를 들어 공립학교에서 소득 수준이 일정한 기준에 못 미치는 학부모에게는 교재비와 급식비를 면제해 준다. 그것이 그 주의 교육에 관한 법이며 그 법은 그 주의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만든 것이다.
　사교육 열풍을 막을 수는 없다. 과거처럼 과외를 나라 법으로 금지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돈이 있는 사람이 국제화 시대에 자식을 외국에서 교육시키고 비싼 과외를 시키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경쟁에서 지나치게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정책 결정자들의 의식이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분배, 복지, 사회보장, 안전판 등을 얘기하면 무조건 비효율성, 노후한 서구 복지국가들의 실패와 신자유주의로의 전환, 사회주의적 이상 등으로 치부하지만 이 모든 것과 거리가 먼 미국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우리가 애써 등한시하는 많은 사회복지 제도들이 작동하고 있다. 하물며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치유해야 하는 우리 사회로서는 더욱 이런 장치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인 것이다. 결국 사교육 과열문제는 교육 외적인 곳에서 그 원인과 대책을 장기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
　

박선미 (사회교육과)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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