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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_책] 변신

 그레고르 잠자는 일하지 않는 아버지, 늙은 어머니, 그리고 열일곱의 어린 여동생 그레테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외판사원으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어느 날 그는 잠에서 깨어난 뒤 자신이 흉측한 해충으로 변한 것을 발견한다. 해충으로 변한 그는 일을 나갈 준비는 물론, 침대에서 벗어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는다.

 가족들은 초반엔 가정을 위해 헌신했던 그레고르를 보살핀다. 하지만 그레고르는 가족들로부터 점점 외면받는다. 그가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하고 흉측한 모습을 가졌기 때문이다. 나머지 가족들이 일을 이어나갔으나 가계는 점차 빠듯해진다. 이에 가족들은 하숙인 셋을 구했지만 그레고르로 인해 돈 한 푼 받지 못할 곤경에 처한다. 그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 비쩍 마른 상태로 식구들을 회상하다 끝내 쓸쓸한 죽음을 맞는다. 그의 죽음을 알게 된 가족들은 결근계를 쓰고 소풍을 떠나며, 희망에 부푼 채로 미래를 그린다.

 <변신>은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경제적 능력을 잃은 그레고르가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 구성원에서 소외당하는 과정 끝에 죽음에 이르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생산성을 잃고 흉측한 모습을 가졌다는 이유로 가족들은 그를 보호하고 도와줘야 하는 대상이 아닌 처치 곤란의 짐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이 ‘흉측한 해충’으로 변하는 설정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레고르가 소외당하는 과정이 우리의 삶과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벌며 살아가야 하지만 때론 돈을 벌고 싶어도 벌지 못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질병이나 장애로 몸이 좋지 않아서, 고용 여건 악화로 오랜 기간 취업을 못 했거나 직장을 잃었을 경우들이 전형적인 예가 된다.

 최근 인터넷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월거지’, ‘이백충’, ‘삼백충’ 등의 혐오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 ‘월거지’는 월세 사는 거지의 줄임말이며, ‘이백충’과 ‘삼백충’은 월수입 200~300만원 이하인 사람을 벌레에 빗댄 말이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이러한 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부모 세대의 특권 의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한다. 윗세대의 사회 문제가 바로잡히지 못하고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집에서 밥만 먹고 하는 일 없이 지내는 사람을 ‘식충이’로 낮잡아 부르는 것 역시 예전부터 꾸준히 사용돼 오던 용어다. 돈을 덜 벌고 경제적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들을 도와주려고 하기는커녕 그들을 그레고르로 만들어버리는 분위기가 사회에 만연해있다.

 책이 후반부로 다가갈수록 그레고르를 소외시키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나머지 가족들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책 속의 그레고르처럼 사회에서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했는가.

 ‘그레고르는 지배인에게도 언젠가 자신이 오늘 겪고 있는 것과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지 상상해 보려 애썼는데, 그럴 수도 있는 가능성은 사실 시인해야 했다.’ 책의 가장 앞부분에 나오는 그레고르의 생각이다. 우리는 과연 ‘흉측한 해충’과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거꾸로 ‘흉측한 해충’이 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책 <변신>이다.

김동현 수습기자  12192830@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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