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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억울한 죽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3세 미만의 어린이가 질병, 사고 또는 재해로 인해 응급환자가 된 경우 즉시 응급의료기관 등에 신고하고 이송조치 및 필요한 조치를 해야하고, 이를 위반해 어린이를 사망 또는 심각한 장애에 이르게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016년 4월 발의된 ‘해인이법’의 주요 내용이다.

 2016년 해인이는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는 길에 기어를 제대로 놓지 않은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하원 버스를 기다리던 중 맞은편 유치원에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가 차에서 내린 후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후 어린이집 담당 교사는 외상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를 병원이 아닌 원장실로 데려갔다. 부모에게도 ‘차에 치일 뻔했는데 다치진 않았다’라며 거짓 보고를 했다. 또한 해인이가 구급차에서 산소호흡기를 끼고 경련을 일으키는데도 부모에게는 ‘외상이 없고 놀란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부모는 ‘해인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고의 가해자는 차량의 주인이지만 잘못된 후속조치로 사망에 이르게 한 가능성을 만든 것은 어린이집이다. 어린이집의 위험한 등∙하원 환경, 응급조치의 미흡함이 없었더라면 사망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종적으로 가해자인 차 주인은 금고 1년에 집행 유예 2년을,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하지 않은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판결을 받았다.

 사고 직후 원장실이 아닌 병원 응급실로 바로 데려갔다면 해인이는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것이며, 부모에게 즉시 긴급한 상황이라고 연락을 했다면 적어도 부모가 해인이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어린이집 교사의 미흡한 대처가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심지어 그들은 거짓말로 일관하며 사고에 대한 책임의식 없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본인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해인이법 외에도 아이들 이름이 붙은 다른 법안들이 있다. 어처구니없이 사고를 당한 아이들 이름을 붙인 ‘하준이법’ ‘태호유찬이법’ 등 또다른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어린이 생명안전 법안 20여 개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가운데 지난 27일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다른 법안들은 아직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요구하는 것은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니다. 경사진 주차장에 안전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하준이법’, 통학차량에 모니터를 설치해달라는 ‘한음이법’ 등 다른 어린이 생명안전 법안들도 조속히 처리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해인이를 비롯한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 아이들을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키울 수 있도록 다른 법안들도 빠르게 논의돼야 할 것이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당연한 일을 무릎 꿇고 눈물로 호소하며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다시는 같은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이연진 기자  1218229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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