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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장애인에게 가혹한 한국사회
가파른 장애인학교의 정문으로 가는 길

 올해 7월 장애인등급제가 폐지됐다. 지난 30년동안 이어져 온 장애인등급제는 신체적 혹은 정신적 손상 정도에 따라 장애인을 1급부터 6급으로 분류하는 제도로 장애등급에 따라 복지제도가 단계적으로 도입, 확대됐다. 장애인의 욕구,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장애인등급제 폐지 이후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의 생활환경은 얼마나 개선됐을까? 인천의 한 시각장애인 학교와 그 주변에서 장애인 시설의 현황을 살펴봤다.

 

장애인에게 가혹한 한국사회

 2016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 중 장애인 복지 지출의 비중은 0.49%로 OECD최하위권이다. GDP 대비 장애인 복지 지출 비중에 대한 OECD 평균이 2.19%인 것에 비교하면 5분의 1수준에 그친 것이다. 장애인 가구 빈곤율 역시 2015년 기준 30.2%로 전체가구 빈곤율이 16.3%인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2배 차이로 안타까운 수치다. 점차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 가구의 빈곤율이 전체 가구의 빈곤율과 큰 격차를 보이는 것에 비춰 볼 때 한국사회는 아직까지 장애인이 살아가기 쉬운 곳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장애인 복지 지출 비용을OECD국가와 비교한 결과와 빈곤율 조사를 찾아보지 않아도 우리는 한국사회가 장애인에게 가혹한 사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이 아무렇지 않게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일상생활에서 흔히 마주칠 수 없다. 왜 그들은 모습을 보일 수 없는 것일까.

 

점자 보도블럭의 잘못된 방향

한국사회 장애인 지원 현황

 최근 전국 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는 미관을 위해 고른 보도블럭을 자갈길로 교체한 사례가 장애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장애인 중심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장애인을 배제한 비장애인 중심의 정책이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여럿 제정돼 장애인의 억울함을 낳고 있지는 않을까.

 인천의 한 시각장애인 학교에 방문해 장애인을 위한 시설 운영실태를 직접 살펴본 결과 학교 입구에서부터 문제점이 발견됐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더 잘 정비돼 있어야 할 학교의 정문은 바로 옆에 위치한 일반 고등학교의 정문보다 진입하기 힘들어 보였다. 학교 정문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야 했는데 약 60도 정도의 경사로 보이는 오르막길은 자동차가 진입하기에도 버거워 보일 정도였다. 오르막길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보도블럭이 설치돼 있었지만 부축을 위해 설치된 손잡이와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손잡이와 점자 보도블럭 둘 중 하나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나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가는 길 역시 순탄하지만은 않다. 학교와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출입구에는 에스컬레이터만 설치돼 있어 엘리베이터가 필요한 장애인이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4차선의 도로를 건너야 했다. 게다가 신호등에는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엘리베이터를 정작 이용해야 할 사람은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은 더 힘겹다.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길에는 중간중간 골목이 등장해 점자 보도블럭은 군데군데 끊겨 있었다. 차가 진입할 수 있는 골목에 점자 보도블럭이 끊겨 있으니 시각장애인의 위험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고르지 못한 점자 보도블럭 때문에 흰 지팡이에 의지하며 위태롭게 길을 걸어가는 장애인의 뱡향을 교정해 주는 시민도 볼 수 있었다. 인도가 고르지 못한 것 또한 문제였다. 움푹 흠이 패여있기도 하고 갑자기 짧은 오르막이 나타나기도 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해도 버스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버스정류장의 높은 보도는 조금만 방심하면 다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해 보인다.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차체 바닥이 낮게 만들어진 저상버스를 이용하기까지도 위험이 존재한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저상버스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30분동안 해당 버스정류장을 지나간 9개 노선의 버스 중 저상버스는 한 개에 불과했다.

 이에 장애인학교 관계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워 교내에 마련된 이동차량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택시를 이용해 등하교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사실상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까지의 과정과 실제 이용과정이 힘겹다는 것은 하나씩 뜯어 살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고 버스를 이용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장애인들은 애초에 버스타기를 시도조차 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불편함에 쉽게 주목되지 않는다. 시내버스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운행중인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만 살펴봐도 휠체어 탑승 편의시설이 갖춰진 버스는 보기 힘들다. 휠체어 리프트 및 차량 내 휠체어 고정장치가 제대로 갖춰진 고속버스는 일반버스보다 높은 단가와 안정성 검증이 충분히 이뤄졌지 않다는 이유로 일반적으로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

 2018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장애인편의시설 실태전수조사보고서는 위처럼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부족함을 수치적으로 보여준다. 대부분의 편의시설은 설치율 향상 요구 유형인 C유형과 개선 시급 유형인 D유형에 해당할 정도로 부족함이 드러났다. 실제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의 교통약자 이용편의시설의 20%는 설치기준에 맞지 않거나 설치돼 있지 않다. 버스정류장, 지하철 역사, 터미널 등 여객시설의 부적합율이 27.6%로 가장 높았고 횡단보도 등 보행환경도 부적합율은 21.9%에 달했다.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의 확충을 규정하고 있긴 하지만 설치기준에 맞지 않거나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여전히 많은 실정이다.

 

버스정류장의 높은 도보

무엇을 위한 개선인가

 정책 마련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지 역시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주요 정당들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공약으로 발표했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이를 국민명령 1호로 약속했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100대 국정과제에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 포함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장애인권리보장 및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장애인권리보장법안’은 계류 중인 상태다. 이는 내년 20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장애등급제 폐지 또한 ‘가짜 폐지’라며 비판받고 있다. 정부는 올해 7월부터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제 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장애 등급’을 ‘장애 정도’로 변경해 이전까지 1~3급의 중증장애인에게만 제한되었던 장애인활동서비스를 앞으로는 4급 이하의 장애인도 이용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장애등급에 상관없이 활동지원을 신청할 수 있고 종합조사 결과에 따라 실제 필요나 시간에 맞는 활동보조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애등급제에는 ‘사람의 몸에 등급을 매겨 복지 이용을 제한하는 장애등급제가 총점 596점의 장애점수제로 바뀌는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과 ‘장애인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장애인 서비스 종합조사도구는 장애인에 대한 기만’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장애인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려면 ‘장애 등급’을 ‘장애 정도’로 표현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닌 진짜 장애등급제의 폐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제출한 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 역시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변화한 정책을 살펴보면 명칭의 수정을 장애등급제의 실질적 폐지라고 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실적으로 장애인의 생활 환경에 대한 유의미한 변화와 장애인에 대한 처우개선도 눈에 띄지 않는 수준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역시 실효성이 없는 법안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7년 보건복지부에서 실행한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모른다’는 응답이 60.7%로 가장 많았고 ‘들어본 적이 있으나 내용에 대해서 모른다’는 응답은 25.3%로 나타난 것은 정책들의 시행 행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에스컬레이터만 존재하는 장애인학교 주변 지하철역 출입구

왜 여전히 장애인은 평범하지 못한가

 보건복지부에서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실행해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한 결과 ‘약간 있다’는 응답이 46%로 가장 많았고 ‘매우 있다’는 답이 33.9%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장애인 편의시설, 정책적 차원의 부족과 더불어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역시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장애인 지원정책, 복지 지출의 확대도 물론 장애인을 향한 유의미한 도움이지만 선행돼야 할 것은 장애인에게 주어진 지원들을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을 태도다. 장애인에 대한 복지 서비스가 보편화된 국가에서는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그러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장애인을 당연하게 배려하고 이해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의 시선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보편적인 이동수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부터 사회모습을 대변한다. 실제로 휠체어 이용을 필요로 하는 한 시민은 “저상버스가 있다고 해도 이용하기 눈치가 보인다. 저상버스를 타기 위해서 그때그때 오르막을 설치해야 하고 버스 기사분이 직접 고정을 시켜줘야 하는 구조라서 눈살을 찌푸리는 시민들의 모습도 본적 있다”며 저상버스 이용 경험을 전했다. 이처럼 저상버스가 도입됐다고 하더라도 장애인이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여러 문제를 감수해야 한다.

 정책과 서비스의 마련만으로 장애인은 ‘약자’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배려를 위해 마련된 정책과 서비스의 운영을 위해서는 시민의 진정한 ‘배려’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김선경 기자  12182872@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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