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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혼란 속의 입시 공화국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확대’에 대해 언급한 후 대한민국의 입시제도가 다시 ‘뜨거운 감자’다. 현재 수시가 주를 이루고 있던 대입 제도는 대통령의 발표에 또 다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대입제도의 역사

 해방 직후 대입제도는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그 역사는 학력고사 이전과 학력고사 시대, 그리고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학력고사 이전에는 해방 직후 시행된 ‘대학별 입학 시험’과 54년 첫 시행된 ‘대학별 본고사’, 69년 실시된 ‘예비고사’가 있었다. 62년에 사라졌던 대학별 본고사가 63년부터 다시 도입되기도 하고 예비고사와 본고사가 병행되는 경우도 있었다. 학력고사와 수능에 이르기까지도 입학사정관제가 생기고 수능 9등급제가 생기는 등 변화가 계속됐다. 현재 수능 역시 2018년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고, 2017년부터 한국사가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는 등 계속해서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거의 2년마다 제도가 바뀌어왔다. 그렇다면 많은 수정을 반복해온 입시제도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학생부종합전형의 시대

 현재 우리나라의 대입 제도는 크게 수시와 정시로 나눠진다. 정시 제도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성적으로 대학에 지원하는 제도다. 대학마다 차이는 있지만 정시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능이다. 수능의 경우 한 번의 시험으로 대학 입학이 결정된다. 과거 수능이 대입 제도의 주를 이뤘던 시기에는 ‘수능이 성적으로 줄을 세워 사교육 과열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2007년에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는 수능이 교육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이유로 정시 비율이 축소됐다.

 현재는 공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등장한 입학 사정관제의 발전 형태인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확대 시행되고 있다. 학종은 생활기록부 내 출결, 내신, 교과 세부능력특기사항(이하 세특), 봉사 활동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 더불어 자기소개서와 대학별 면접 고사 등을 반영해 학생을 평가 및 선발한다. 2007년 학종의 전신인 입학사정관제가 처음 실시됐을 때 단순한 성적 줄 세우기 방식인 정시와 다르게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인재를 선발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듯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학종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사교육 절감은 학종 시행의 최대 목표였으나 기존 사교육을 절감시키기는커녕 새로운 입시 시장을 창출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학생 개개인에 따라 다양하게 전략을 짤 수 있는 학종의 특성은 더욱 지능화된 사교육 시장을 만들어냈다. 학생 맞춤형 입시 전략을 설계해주는 학원, 자기소개서 작성을 돕는 학원, 생활기록부 스펙 전반을 관리해주는 학원이 생겨나는 것은 물론 이 모든 것들을 한번에 관리해주는 입시 컨설턴트까지 등장했다. 정시와 마찬가지로 부모의 재력과 배경에 따라 기회에 차이가 있다는 점은 많은 이들이 학종의 불공정성에 주목하게 했다.

 지난해 발생한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사건은 학종의 ‘신뢰도’ 논란에 불을 붙인 사건 중 하나다. 숙명여고 재학 중이던 쌍둥이 자매가 나란히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한 것이다. 논란이 된 이유는 과거 쌍둥이들의 시험 등수는 각각 59등, 121등 이었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 결과 쌍둥이 자매의 아빠인 당시 숙명여고 교무부장이 자녀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시 교육청 감사 결과 쌍둥이 자매 언니가 미술창작작품 공모전에서 특선 상을 받았다는 것이 드러나며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교사가 해당 자매에게 상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최근 이슈가 됐던 조국 사태 역시 학종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이 외고 재학 중 두 차례나 대학 논문 제 1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의학 논문의 경우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도 난이도가 높은 것인데 고등학생이 고작 2주간의 인턴쉽 경력으로 제 1저자에 이름을 올린 것은 부모의 배경을 이용한 명백한 부정행위이자 특혜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검찰 조사 과정을 거치며 부정행위가 인정되고 해당 논문은 직권취소 됐지만 많은 국민들은 공정을 외치던 조국과 현 정부에 실망했고 학종 제도는 큰 반감을 샀다.

 학종의 평가 기준에 대해서도 여론이 분분하게 갈린다. 합격해도 합격한 이유를 알 수 없고 떨어져도 떨어진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입시 현장에서는 예상을 뒤엎는 학종 합·불 사례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작년 고등학교 3학년의 입시를 담당했던 한 교사는 “당연히 합격할 줄 알았던 학생이 떨어지고, 예상치 못한 학생이 합격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예상치 못한 합격이 기쁘긴 하지만 반대의 경우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며 “사실 대학마다 평가 기준이 달라서 이런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바뀌는 대입제도 : 정시확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정시 비율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종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서울 소재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 모집 비율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표에 대한민국은 현재 ‘정시파’와 ‘수시파’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와 같은 학부모 단체들은 ‘2021년 입시부터 정시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시확대에 찬성하는 입장에 있다. 이들은 ‘수시·정시 비율이 지나치게 한쪽에 쏠리는 문제를 해소하고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측면에서 정시 확대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해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는 정시확대 정책에 대해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고 평가하며 유감을 드러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수능 100%가 대부분인 정시는 학생들의 다양한 역량을 길러주는 현재의 교육방침에 맞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회원대학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절반 이상의 대학들이 정시 모집 적정 비율을 ‘30%미만’이라고 주장하며 더 이상 정시 비율을 확대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심지어 전교조 소속 고교교사 등 1,794명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교육불평등 해소와 입시만능 경쟁교육 철폐를 위한 고교교사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시 확대를 사이에 둔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시 확대 정책’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주목된다.

 

이랬다 저랬다’ 대입제도에 우는 학생들

 정시 확대 정책이 시행된다면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 입시를 치르게 될 때부터 적용이 된다. 이 경우 학종을 염두에 두고 대입을 준비하던 학생들의 경우 변화한 제도에 적응하고 전략을 설계 및 수정하는 기회가 적어진다. 학종을 준비하려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진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하고, 정시를 준비하려면 내신을 공부할 때와는 또 다르게 입시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당장 무엇을 준비할 지 조차도 정하지 못하고 있으니 다른 학년의 학생들에 비해 준비 시간이 더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리 아이가 실험대상이냐’는 식의 불만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저희 때부터 시행될 제도가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고 있는 것이 불안하다. 당연히 학종을 준비할 계획으로 고등학교에 왔는데 바뀌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당황스러움을 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을 총괄하기 위해 출범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국가교육회의는 대입공론화 과정에 따라 ‘오는 2022년 대입까지 정시 비율을 30%로 확대하겠다’고 결정했고, 이와 함께 교육부는 ‘더 이상의 정시확대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러한 교육부의 입장 발표 이후 불과 1년만에 현재 고등학교 1학년생들의 입시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먼 미래도 아니고 당장 몇 년 후인 2022년의 입시 제도 조차 확정되지 못하고 있기에 학생들은 수시를 준비해야 할지, 정시를 준비해야 할 지에 대해 갈팡질팡 할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은 ‘대입’ 자체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마저 확실하지 않다면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이제는 ‘본질’을 들여다봐야 할 때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개최된 교육개혁 장관회의·긴급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정시확대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국민이 불공정한 학종 중심의 수시보다 정시가 더 공정하다고 생각한다면 정시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정시확대에 대한 의견은 찬성 63.3%, 반대 22.3%로 찬성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정부의 상황도 갈팡질팡인 대입제도에 한 몫 하는 듯 하다.

 학종의 불공정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하지만 현재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정책이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학종의 등장 배경에는 ‘수능이 불평등을 조장한다’는 불만 여론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학종이 불공정하기 때문에’ 정시를 확대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많은 교육단체들은 정시 확대가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한민국에서 ‘교육’은 계층 이동의 유일한 수단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교육 제도는 ‘공정성’을 최대 과제로 삼아야 한다. 제도는 계속 변해왔는데 악용과 남용, 특혜 사건들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두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제도를 변경하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할 때다. 많은 전문가들은 서열화된 대한민국의 대학 구조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모든 것에 줄을 세우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입시제도의 ‘공정성 논란’을 해결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해외 제도를 참고해 논술 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든가, 객관식과 서술형을 혼용해야 한다든가 하는 방법론적인 고민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수십 년째 오락가락하는 우리나라의 입시제도에 필요한 것은 교육의 가치를 되찾는 일이다. 과열된 입시 경쟁을 ‘교육열’로 착각했던 것은 아닐까? 올바른 방향의 제도가 확립돼 교육의 본질과 가치가 실현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박정인 기자  1219284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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