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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끝나지 않은 참사의 기억

 최근 세월호 구조 과정에 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며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해역에서 침몰한 세월호 3번째 희생자 구조과정에서 해경이 맥박이 뛰는 학생을 발견했으나 헬기가 아닌 배에 태웠고 이송 중 사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준비된 헬기는 서해청장과 해경청장이 타고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헬기를 탔다면 20분 내로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생사의 갈림길에서 배를 탄 해당 학생은 몇번이나 배를 갈아타며 무려 4시간가량이 지나고서야 병원에 도착했다. 당시 의료진은 구조자를 헬기로 이송할 것을 요구했고 현장에는 사용 가능한 헬기가 3대나 있었지만 그 중 어떤 것도 구조자를 위해 쓰이지 않았다. 구조자 이송이 우선됐어야 할 헬기가 현장 지휘부를 위해 쓰인 것이다.

 세월호 참사 발생 한 달 전에 해양경찰청에서 작성된 2014년도 수난대비집행계획, 즉 당시 해경 지침은 재난 대응 기본방침과 그 세부 계획에서 신속한 구조를 위한 항공 구조를 명시하고 있었다. 또 해양경찰항공운영 규칙에 따르면 해경 항공기의 기본 임무는 수색 및 구조이고 특수 임무는 응급환자 후송이며 전 항공기의 운용통제 및 지휘권한은 해경청장에 있다고 명시한다. 생명이 위독한 구조자를 신속하게 구조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상식이자 ‘해경 스스로 정한’ 원칙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정한 사항조차도 지키지 못하는 당시 해경의 모습은 그들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든다.

 당시 해경 총괄 책임자였던 김석균 전 해경청장은 ‘상황에 대해 알고 있었냐’는 취재 기자의 질문에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는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은 채 해경청장직을 퇴임했으며 현재 대학원에서 <정책과 법>이라는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법을 어긴 사람이 가르치는 ‘법 강의’라니, 참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참사 현장에서 생존자 구조 이외에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까. 당시 현장에서 상식과 원칙이 통했다면 희생된 학생은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구조자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국가는 그 ‘조금’에 집중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가가 국민을, 우리를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어떻게 가질 수 있겠는가.

 이 참혹한 사실이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밝혀졌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전면 재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그만 좀 우려먹어라’, ‘잊을 때도 되지 않았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어떤 사실이 추가로 밝혀질 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 일을 잊으라 말할 수 있는가. 원리원칙은 무너진 채 옳고 그름 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도 무시할 수 없는 ‘참사’다. 참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날을 잊어선 안 된다.

 오는 15일,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는 참사 책임자 122명의 명단을 정리해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에 1차 고발장을 낼 계획이다. 그동안 밝혀지지 못했던 진실이 드러나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는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이 사회에 정의가 확립되길 소망하는 바이다.

박정인 기자  1219284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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