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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논단] 대한민국의 '말격'은 몇 점일까?

 말씨(말하는 태도나 버릇)를 많이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필자는 어느 날 과연 내 말씨는 몇 점 정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작정하고 어른과 만나 하는 대화를 휴대폰에 녹음해 봤다. 30분 정도 대화를 마친 후 들어봤는데 결과는 거의 실망을 넘어 충격이었다. 내가 방송기자가 맞나, 커뮤니케이션 전공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칠 만한 자격이 있나 생각에서이다.

 방송 때와는 전혀 다른 정돈되지 않은 목소리 톤, 중간중간 툭툭 내뱉는 반말에, 좀 더 친해지기 위해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사실처럼 전해주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나는 말꼬리를 흐렸는데 아마도 그 정보에 확신이나 자신감이 없어서일 것이다.) 정치 얘기를 할 때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나왔다. 물론 (내가 비판한) 그도 나를 모르고 나도 그와 모르는 사이다. 이곳저곳 모임에서 귀동냥으로 들은 얘기를 마치 사실인 양 전했다. 그리고 판결도 내렸다. 그 자리에서 일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이쯤 되면 막말이 된 것이다. 막말의 사전적 의미는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하는 말’, 상소리와 같은 의미이다. 우리는 이렇게 혀의 칼로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을 단두대에 올려놓는 걸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막말이 일상화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아직 거북스러움, 반감 움직임도 크게 표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 어느새 막말에 둔감해졌거나 아예 마비됐기 때문인가?

 우리 사회에서 막말은 특정 계층, 특정인의 일이 아니다. 건전한 정책 비판보다는 상대 당,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 일상화된 정치권부터,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 광화문, 서초동, 여의도 광장의 집단 패싸움 터에서 터져 나왔던 극단적인 막말의 주인공은 대학생, 상인, 종교인, 대학교수, 주부, 회사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둘로 갈라져 서로를 향해, 또 다른 제3자를 향해 죽기 살기로 독설과 욕설을 토해냈다. 많은 사람은 ‘정치 성향의 표출’이라고 우겼지만, 그때 모두가 막말과 함께 체면도 인격도 품격도 자존심도 어른다움도 다 벗어던져 버린 사실은 체감하지 못한 듯하다. 이런 집단적 막말 사태 뒤에는 무엇보다 SNS가 있다. 붉은색의 대문장한 크기의 글씨로 특정인을 비방한 페이스북 글 아래는 수위를 더한 욕설 댓글들이 속칭 빛의 속도로 경쟁하듯 줄줄이 이어지며 대결을 벌인다.

 버젓이 얼굴을 내밀고 갖은 짜릿한 비속어를 섞은 자극적인 단어들을 쏟아내는 유튜버들에 속절없이 쓰러져가는 희생양들은 또 얼마나 되나.

 개인과 개인을 연결해주는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SNS가 공식적인 막말 공장이 되어 개인에 상처와 죽음을 야기하고 집단갈등을 부추기는 흉악한 무기가 된 것이다. 최근 어린 가수 설리를 죽음으로 몬 것도 악플이라는 막말이다. 비단 설리뿐인가.

 모든 제도, 장치에는 순기능, 역기능이 공존하기 마련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 SNS가 ‘사회의 결속’을 다지는 순기능보다는 ‘타인 공격’, ‘사회 분열’, ‘살인’을 부르는 역기능이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표현의 자유’를 핑계되며 문제 제기, 제도 손질에 미적거리는 정치권과 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들어 더 확연해진 국민분열에 모두가 걱정이 크다. 여러 여건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녹여있긴 하지만 정치 성향에 의한 국민 분열은 정치적 상황이 달라지면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말씨는 다르다.

 말씨는 한 번 혀에 붙으면 습관이 돼서 고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막말은 한번 입에서 떠나면 더 큰 증오를 낳고 상처를 남기고 집단을 분열시키고 극단적인 경우 죽음으로 내몬다. 그래서 그 어느 것보다 무서운 흉기다. 하지만 잘 쓰면 천 냥 빚도 갚아준다. 아름다운 말씨는 극단으로 치닫는 곳에 타협과 화해, 상생을 길을 열어준다. 말씨는 사람의 마음과 철학, 가치가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고 그 사람의 인격, 품격을 평가받는 주요 잣대이기도 하다. 그만큼 책임이 뒤따라야 하고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 집단 속에서 뱉어낸 말이라고 이런 책무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말격이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 국가의 품격으로 재단되기 때문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대한민국의 말격 점수는 얼마나 될까? 막말 치유의 시간이 어는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막말로 일면식도 없는 타인 공격에 가담한 나는 이번 주일에 고해성사를 하려 한다.

김미애 커뮤니케이션/저널리즘 박사

인하대학신문  inh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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