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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악성 댓글만 탓하는 죄의식 없는 언론

 설리가 향년 25세의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난 이후, 슬픔이 그저 슬픔으로만 그치지 않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사회 각계각층의 반성과 성찰이 이어진 뒤, 고인의 죽음에 가장 큰 책임을 물게 된 건 혐오성 악성 댓글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악성 댓글에만 손가락을 가리키는 것이 과연 옳은지 의문이 든다.

 고인의 죽음을 그저 악성 댓글이 불러온 안타까운 선택으로만 여긴다면 해결되지 않을 문제들이 너무나 많다. 연예인에게 쏟아지는 잔인한 악성 댓글은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주체들의 ‘지나친 비난’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런 관점으로는 대중의 비난에 빌미를 제공하고 논란을 확산시키는 책임이 연예인 본인에게 가중될 뿐만 아니라, 여성 연예인에게만 가해지는 가혹한 성상품화와 여성혐오적인 잣대의 존재도 흐려진다. 따라서 악성 댓글을 그 자체로 원인이자 결과로 여기는 것보다는, 혐오의 생산과 확산 과정에 연루된 하나의 요소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악플러’를 단죄하고 개개인의 선한 마음을 기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혐오와 차별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강화되는지 짚어내는 게 더 절실하다는 뜻이다.

 혐오가 확산되고 재생산되는 악순환 속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스피커는 바로 언론이다. 생전에 설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구설수에 올리며 악질적인 보도를 쏟아냈던 수많은 언론사들은, 그의 죽음 이후엔 동료 연예인과 정치권 인사들의 말을 열심히 실어다 나르며 악성 댓글에 집중 포화를 가했다. 자신들이 저질렀던 미디어 폭력을 반성하기는커녕 악성 댓글에만 책임을 전가하고, 동시에 고인의 죽음을 기삿거리로 소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악성 댓글이 고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면, 그동안 언론이 보인 보도 행태에도 그에 맞먹는 비판과 책임을 부과해야 마땅하다. 기본적으로 악성 댓글과 언론은 ‘공생 관계’다. 악성 댓글이 판치는 대표적인 공간이 언론사나 포털의 연예뉴스 댓글란이라는 사실만 보아도 그렇다. 언론사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보도를 올리면, 누군가 악성 댓글을 달며 혐오가 덧붙여진다. 언론사는 혐오성 댓글을 네티즌의 ‘의견’으로 인용하며 다시 기사화하고, 결국 혐오의 확산과 재생산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공모가 완성된다. 혐오에 기반한 ‘클릭 장사’에 눈이 먼 언론이야말로 악성 댓글을 유도하는 장본인이니, 악성 댓글을 규제하려는 자정 노력이 제대로 이뤄질 리도 없다.

 앞서 언급했듯 고인의 죽음으로 드러난 여러 문제들의 핵심은 혐오를 확산시키는 재생산하는 악순환의 고리다. 포털의 댓글창을 막는다고 해서 수많은 커뮤니티의 혐오성 게시글까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고, 얼굴을 드러내 놓고 여성혐오적 발언들을 쏟아내는 유튜버들이 판을 치는 상황에 실명으로 댓글을 단다고 혐오성 발화들이 힘을 잃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 없이 언론사의 개별적인 노력만으로 그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여론형성 작용을 하는 언론의 자정 노력 없이도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하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언론사 및 언론단체의 자정 노력과 대책 마련이 우리가 마주한 병폐를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시발점이다.

언론정보학과 김성민

인하대학신문  inh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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